[연재] 이준숙 코치의 ‘행복한 사춘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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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는 호르몬의 기습공격과 전두엽의 리모델링으로 인해 독특한 수면특성을 보입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가 올빼미나 부엉이가 되지요. 무슨 꿍꿍이인지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도 좀처럼 잠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뒤척이며 꼼지락꼼지락 딴짓을 해대 부모와 자녀가 새벽까지 실랑이하기도 합니다.
일찍 재우려는 부모와 늦게까지 안 자는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이 매일 저녁 되풀이되고, 더 일찍 깨우려는 부모와 ‘5분만 더’ 자겠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와의 다툼이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힘든 시간입니다. 점점 거칠어지는 아이와의 말다툼은 감정을 상하게 하고, 서로를 한심해하면서 관계를 어긋나게 합니다.
사춘기에 나타나는 수면의 문제는 멜라토닌이라는 잠 호르몬 때문입니다. 멜라토닌은 졸음을 오게 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신경물질로 사춘기가 되면 이전보다 2시간 늦게 분비가 되기 때문에 이 시기 아이들은 밤 12~2시에 잠이 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의 권장 수면시간이 8시간임을 반영하면 일어나는 시간도 아침 8~10시 정도가 되어야 뇌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춘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17세 전후가 되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춘기 자녀가 밤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깨어 있는 현상은 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오히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나 활동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잠이 덜 깬 상태의 뇌는 만취한 사람의 뇌와 같아서 외부자극에 대한 정보처리 과정에서 심한 왜곡이 나타나고 해석의 오류가 생겨 흥분하고 시비로 다툼이 많아지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사춘기가 겪는 수면패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사춘기의 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사춘기 자녀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문제는 개인의 의지나 태도가 아닌 호르몬의 기습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에게도 ‘사춘기의 수면특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자신에게 나타난 호르몬 변화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아이 자신이니까요.
아이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면 자꾸 간섭하게 됩니다. 사춘기 자녀와 잘 지내는 법은 첫째도 간섭하지 않기, 둘째도 간섭하지 않기입니다. 부모가 통제해주려고 간섭하면 갈등은 커지고 점점 더 엇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사이가 나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꾸 혼내고 통제하며 간섭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탄탄해질 여유와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러나 아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는 연습을 하게 되면, 시행착오를 통해 성취감을 맛보게 되고 결국 자존감이 탄탄해져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투지(Grit)가 자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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