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삼육고 20년 넘게 학생들이 운영하는 기도회 ‘무릎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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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나 ‘무릎사’ 갈 수 있어!!” 강당을 나가면서 한 학생이 친구에게 소리치듯 얘기하며 신이 난 걸음을 어딘가로 재촉한다. 학생을 따라 시온관 1층에 들어서니 은혜로운 찬양이 들린다. ‘무릎사’는 ‘무릎 꿇는 사람들’의 준말로, 한국삼육고등학교(이하 한삼고)에서 20년이 넘도록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며 이어져 온 ‘금요 기도 모임’이다.
“오늘은 ‘무릎사’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일주일 동안 힘든 일이 있었던 분이나 시험 기간에 마음에 평화를 얻고 싶은 분, 누구나 오셔서 함께 기도하고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금요일 저녁 6시 30분 한삼고 강당에서 시작하는 예배가 끝나자마자 마이크를 통해 차분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 일주일 동안 손꼽아 기다리는 금요 기도회
‘무릎사’ 순서는 참 다채롭다. 몇 곡의 찬양을 부르다가 피아노 반주 소리가 작아지면 당일 순서를 맡은 고3 학생이 진행을 시작한다.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을 모두 환영합니다. 특별히 오늘 ‘무릎사’에 처음 오신 분 계신가요? 앞으로 나와 주시면 같이 환영해 드리겠습니다” 새로 온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서 “몇 학년 ○○○입니다”라고 간단히 소개를 하면 앉아 있는 학생들이 기도회에 처음 참석한 학생들을 향해 양손을 들어 올린 채 그들의 이름을 넣어 ‘축복의 통로’ 후렴구를 불러 준다.
“○○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 / ○○을 통하여서 열방이 주께 돌아오게 되리…”
찬양을 더 하다가 자리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들어올 때 입구에서 받은 포스트잇에 각자의 기도 제목을 적는 시간이 주어진다. 학생들 사이사이에 앉은 교장과 교감, 교목, 부교목, 행정실장도 진지하게 기도 제목을 써내려간다.
“이번 한 주일 동안 감사한 일이 있어서 간증하고 싶은 분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라는 진행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너도나도 손을 들고 간증을 하러 나간다. “제가 운영하는 기도반이 세 명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한 명이 빠져서 둘이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한 친구가 지나가다가 같이 기도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단톡방에 초대해서 네 명이 됐거든요? 한 명이 더 생겨서 너무 감사했어요” “동생이 한 달 후면 항암치료가 끝나는데요. 힘든 치료를 끝까지 잘 견디고 빨리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동생이 아픈 가운데서도 우리 가족에게 버틸 힘이 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해요” 하는 친구의 간증을 들으며 함께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도 있다.
간증이 끝날 때마다 모두가 큰 소리로 “아멘~!!” 하고 격려하고, 진행자가 간증한 학생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그에 맞는 짧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미리 준비한 것도 아닌데 진행자의 순발력과 진심 어린 조언에 깊이가 있다. 20년 역사를 이어 온 ‘기도 모임’답게 은혜로운 순서를 매끄럽게 진행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 기도회에는 모두 ‘마르다’가 아닌 ‘마리아’ 같은 마음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놀라웠다. 안내하는 학생들도 간증을 경청하고, 앞에서 찬양을 리드하는 학생들도 개인기도 시간이 되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다음 순서를 위해 화면을 준비하고 점검하는 것이 결코 기도하는 일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개인기도 후 순서를 맡은 학생이 호소창을 부르면 ‘그룹 기도’를 드린다. 몇 명씩 모여서 포스트잇에 적어 둔 기도 제목을 옆 사람에게 전달한다. 교장과 학생, 교목과 학생, 교사와 학생이 이토록 솔직하게 고민을 나누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이라니!
■ 교사와 학생의 영적으로 성장하는 시간
교목의 짧은 권면과 기도로 모든 순서가 끝난 후, 리더가 “우리의 삶 속에”라고 선창하면 학생들은 “기도가 함께하길!” 하고 후창하고 나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의 삶 가운데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가운데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찬양을 몇 번이고 부르며 아쉬운 듯 기도회 장소를 천천히 빠져나간다. 고3 학생과 고2 학생으로 구성된 임원들은 따로 남아 당일 순서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다음 주 순서 진행자와 특이사항이 없는지 체크했다.
기도회를 지켜보는 내내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아! 이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김학택 교장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간증하러 앞으로 나갈 때마다 “○○가 오랜만에 왔네. △△는 처음 간증하는데…” 연신 혼잣말을 하며 아이들의 간증을 귀담아 듣던 모습이 ‘무릎사’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김학택 교장은 “우리 학교는 자랑할 것이 너무 많지만 ‘무릎사’야말로 최고의 자랑이다. 학생들이 하나님께 속마음을 털어놓는 마음으로 찬양, 기도, 간증을 하면서 영적으로 성장하고 이 학교를 더욱 건재케 하는 인재로 자라난다. 20여 년 넘게 이어져 온 ‘무릎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이 학교를 붙들고, 세울 거라 믿는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교목인 손병식 목사는 ‘무릎사’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며 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면서 “우리 학교는 ‘무릎사’를 포함해 20여 개의 기도반이 있다. 이른 아침 등교 후 조회 전에 말씀과 기도를 나누는 기도반,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복도에서, 야외에서, 기도의 동산에서 삼삼오오 모여 말씀을 나누고 찬양하며 기도한다. 교정 어디에서건 기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한국 교회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한다.
그때 한 남학생이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옆방에서 1시간 가까이 찬양을 부르던 학생들 중 한 명이다. “목사님, 오얏봉 가실 거죠?”
손 목사가 기자를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묻는다. “조금 기다리셔야겠는데, 아니면 같이 기도하러 가 보실래요?” “기왕이면 다 보고 싶네요. 갔다 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데요?” 물었더니 “아마 30분은 걸리…” 기자는 서둘러 노트북을 챙겨 일어나며 말했다. “목사님, 오늘 순서에 너무 감동받아서 취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다음 주에 또 오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미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문을 나서며 ‘한삼의 하루’를 ‘제대로 한 번 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기도회 순서와 간증, 교장, 교목 인터뷰를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동의를 얻은 후에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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