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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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6.12.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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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 접촉하고 소그룹으로 연계해 제자로 양성하는 장항교회
“남성용 여름셔츠는 어디야? 여성용 얇은 바지는?”
“여자아이용 코트는 어디에 넣어야 하지?”
옷가지를 분류하는 손길이 바쁘다. 상자에는 ‘남성용 겨울상의’ ‘여성용 여름하의’ ‘남아용 바지’ ‘여아용 치마’ 등 계절과 성별에 맞춰 옷가지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담겼다. 묵직한 다운점퍼부터 하늘하늘한 드레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 소품도 차곡차곡 쌓인다.
뿌연 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지만, 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헌옷수거로 나눔을 실천하는 충청합회 장항교회(담임목사 유영모)의 민들레봉사단 모습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끝났다. 이날 하루만 50상자 분량의 옷을 분류했다. 소식을 듣고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것이다. 상자는 몽골에서 PMM선교사로 사역하는 전원배 목사에게 보낸다. 지역에서 봉사상을 받을 만큼 현지 복음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장항교회가 이런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 2012년부터. 어떻게 하면 전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냈다.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제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서 해야 할 만큼 수거량이 많아졌다. 헌옷을 가져가라고 전화를 하거나, 교회 앞에 갖다놓는 일도 잦다.
무엇보다 지역민과의 접촉점이 되고 있어 반갑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30명 가까운 봉사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중 절반이상은 비신자이거나 초신자다. 아예 가게 문을 닫고 참여하는 소상공인부터 가정주부까지 사랑을 실천하려는 이웃들이 교회로 모였다. 해를 더하며 이제는 가족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부쩍 가까워졌다.
이들은 종교와 신앙을 떠나 봉사의 대열에 참여한다.
원불교에 다닌다는 신선자 씨는 “평소 기회가 되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마침 재림교회에서 이런 일을 하고 계셔서 참여하게 되었다. 활동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 거다.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호흡도 잘 맞는다. 작은 손길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나눴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앞으로 이런 활동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경례 씨는 “사회가 각박하다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아직 우리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종교적 편견은 없다. 십시일반 마음을 나누는 일에 협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기회가 되면 해외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그는 회원들과 함께 옷을 수거하거나 무료로 수선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민들레봉사단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가을 열리는 충청합회 도농한마당에 참여해 가방, 옷, 구두 등 중고물품 판매 부스를 운영한다. 수익금은 해외선교자금으로 지원한다. 몽골에 보내는 헌옷배송비도 이런 활동이나 후원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장항교회가 주목받는 까닭은 이들의 활동이 단순히 지역사회 봉사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민들레봉사단을 통해 교회와 관계를 맺은 이들이 구도자로 연결돼 영혼의 결실로 이어지는 게 더 값지다. 실제로 이날 오후에도 약 20명이 소그룹에 참여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예사모(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반이다. 기존 신자는 교사로 봉사하는 박경이 사모를 포함해 3명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 봉사활동이 성경공부로 연계됐다. 장차 교회를 이끌어갈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한다.
회원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말씀을 폈다. 아직은 성경구절을 찾는 일이 서툴지만, 진리를 찾아 나선 눈빛이 반짝였다. 뜨거운 열정은 여느 기성 교인 못잖다. 새로운 찬미를 배울 때는 음정이나 박자가 틀리기 일쑤였지만,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마치 이 소그룹의 평소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했다.
성경과 예언의신에는 중요 부분마다 굵은 형광펜으로 진하게 밑줄이 그어 있다. 지난 한 주간 말씀을 읽으면서 어떤 점을 느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은혜를 교감했다. 쪽지에 적은 기도문은 절절한 감동이 담겨 있었다. 투박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행간마다 감사와 다짐이 서려 있었다. 어떤 이는 그간의 기도를 노트에 꼼꼼하게 모았다. 그 자체로 신앙고백이 담긴 책이다.
매주 월요일에 모이는 안나반은 주로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평균연령이 여든이 넘는다. 말씀과 교제 속에서 성도의 사랑과 온정을 느낄 수 있다. 예사모에 참석하는 구도자들이 남편을 인도한 하사모(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모임도 있었다. 안식일을 구별해 성수할 수는 없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재림신앙을 배웠다. 그 결과로 남편들이 저녁집회에 계속 나오고 있으며, 본인들 스스로 재림성도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처럼 소그룹이 활성화되면서 이제는 외부 강사 없이 리더들이 직접 강사로 헌신하며 소그룹전도회를 열만큼 뿌리가 튼튼해졌다. 그 중심에는 예사모가 있다. 올해로 4년째인 이 모임을 통해 선교의 활력이 일고 있다. 어머니교실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5명 내외의 구도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20명 가까운 사람이 꾸준히 참석한다. 대다수가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영접하고, 침례를 받았다. 게 중에는 침례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있을 만큼 풍성한 영혼의 곳간이다.
3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도 다양하다. 회심한 잃은 양도 있고, 솔로몬이 좋아 ‘지혜’라고 이름을 바꾼 이도 있다. 침례 받은 지 두 달 만에 아들을 서해삼육으로 전학시킨 열성엄마도 눈에 띈다. 모두 예사모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소중한 이들이다. 마치 ‘영적 경쟁’을 벌이듯 순수한 신앙이 뜨겁다.
소그룹은 이들에게 친정 같은 곳이다. 이들은 예사모가 자신의 신앙을 지켜주는 든든한 끈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마 소그룹이 없었다면 자신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란다. 그 때문인지 이들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빼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교회에 빠지지 않는다. 혹 사정이 생겨 소그룹을 쉬기라도 하면 영 서운하고 허전하다.
이들은 소그룹이 자신들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입을 모은다. 윤수진 씨의 고백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절망 속에 살았다면, 예수님을 만난 후로는 희망을 봤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절망에 빠져 있다 보니 삶이 어둡고, 우울했죠. 사람들을 만나기는커녕, 인사하기도 싫었어요. 하지만 예사모를 통해 저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만났어요. 희망을 보니까 빛이 보였고, 빛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날 제 삶이 밝아지고 달라진 것을 발견했죠. 지금은 잘 웃고, 얼굴 표정도 한결 환해졌다며 주변에서 깜짝 놀라요. 이게 다 예사모 덕분입니다!”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낸 아버지는 요즘 들어 아들을 대신해 예사모를 찾고 있다.
이석주 군의 아버지 이수철 씨는 “아들이 이곳에 오면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다는 걸 느꼈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시간 맞춰 교회에 가는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달라진 걸 알았다. 녀석이 예사모에서 가져온 책을 가끔 들여다봤는데, 좋은 말씀이 많더라.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는 나도 읽고 있다. 아들이 써 놓은 기도문과 여러분이 보내주신 문자메시지를 보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처럼 장항교회 소그룹은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사랑을 나누고 진심을 확인하니 울타리 없는 공동체가 되었다. 그렇다면, 장항교회는 어떻게 자원봉사 활동으로 지역주민과 접촉점을 만들고, 봉사자들을 소그룹으로 연계해 성경을 가르치고, 이들이 건강한 제자로 양육되어 다시 복음전도에 나서는 영혼구원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되었을까.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2017년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봉사로 접촉하고, 소그룹으로 연계해 제자로 양성하는 장항교회 이야기는 <교회지남> 1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1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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