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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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10.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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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농업으로 도시 선교 ‘빅 피처’ 그리는 정읍 칠보교회
입추가 지난 지 꽤 됐지만, 아직 늦더위의 심술이 남아있었다. 낫질을 하는 봉사자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비닐하우스 안은 바람이 통하지 않아 체감온도가 부쩍 올랐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에 뵈니까 더 좋네요”
약속한 시간이 되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한 달 만이라 더 반갑다. 인사하는 서로의 얼굴에 미소꽃이 피었다. 게 중에는 처음 보는 낯선 이도 있었다.
“다육이 공부하러 오셨군요. 잘 오셨습니다. 열열이 환영합니다! 하하하”
마음을 녹이는 박수와 함께 수업이 시작됐다. 강사는 ‘한국유기농업인의 대부’ 한남용 장로다. 관련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인 그는 수년 전부터 이 사업이 전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구상해왔다. 한창 주업인 포도농사철이어서 여간 바쁜 게 아닌데, 봉사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다. “날짜가 미리 정해진 데다 구도자들과의 약속이기에 개인사정이 아무리 빠듯해도 거를 수 없다”며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짓는다.
교회 한켠에는 30평 규모의 2중 비닐하우스가 설치돼 있다. 그 안에서 ‘아리엘’ ‘프리즘’ ‘바이올렛’ ‘스노우제이드’ 등 220여 종의 다육식물이 자란다. 삽목상자에는 회원들의 이름이 각각 적혀있다. 교회에서 무료 분양한 것이다. 그 자체로 다육텃밭이다. 회원들은 오자마자 자신의 화분을 들여다보며 그사이 잘 자랐는지 여기저기 살핀다.
곧 저마다 자신의 화분을 갖고 나와 한자리에 모였다. 마당이 금세 다육농장으로 변했다. 두 달 만에 제법 자랐다. 111년만의 기록적 폭염이라는 더위를 견뎌내고 잘 자라준 녀석들이 기특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날은 삽목상자에서 전용 트레이로 옮겨 심는 ‘아주 심기’를 하는 날. 온상에서 기른 모종을 내어다 제대로 심는 작업이다. 다육을 하나하나 옮기는 손길이 분주하다. 혹여나 꺾일라 부러질라 조심스럽게 정성을 다한다. 한 장로의 강의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핸드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긴다.
어느새 2시간의 강의가 훌쩍 지났다. 회원들의 얼굴에 다소 아쉬움이 묻어났다. 더 오랫동안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엿보였다. 하지만 곧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거라는 기대감이 교차했다.
호남합회 정읍 칠보교회(담임목사 서명수)가 운영하는 다육사랑방의 모습이다. 교회는 올 초부터 ‘도시 농업 도시 선교’를 테마로 다양한 감화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다육식물을 이용한 활동은 다른 교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전도법이다. 다육사랑방에서는 다육식물 재배뿐 아니라 번식, 병충해방제, 수분관리, 영양관리, 작품 만들기, 컬러색상 발현하기 등 여러 과정을 운영한다. 주로 실습이 이뤄지는 비닐하우스 옆에는 전용 콘테이너를 설치해 교육장으로 사용한다.
다육식물 재배가 전도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건 다소 생소하다. 칠보교회에서도 처음 논의 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방안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직원회의 표결에 부친 결과 다육사업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이후 담임목사를 비롯한 여러 명의 교인들이 의기투합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서명수 목사는 “사업의 구심점이 잡히니 성도들이 의견을 일치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회로 변화하고 있다. 봉사자들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영혼에 대한 애착심과 ‘예수님 자랑꾼’의 경험을 배우고 있다. 이것이 바로 TMI운동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용 장로는 ‘다육 선교’의 장점에 대해 “교인이 아니더라도 본인 화분이 교회에 있으니 일주일에 몇 번씩 자연스럽게 교회를 출입한다. 때때로 자신의 가정에서 키우고 있는 다육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해달라며 집으로 초청하기도 한다. 요즘같이 가정방문이 어려운 시대, 회원들의 집을 스스럼없이 드나들며 소통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신뢰관계가 쌓이면 복음을 전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한 장로는 “텃밭을 조성하기 어려운 도시에서는 아파트의 베란다나 옥상, 정원에서 상추, 파프리카, 배추 등을 재배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키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니 유기농 채소를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다육식물 활용이야말로 도시 선교를 위해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우리 교회를 방문하면 언제든 견학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초청했다.
칠보교회는 다육사랑방 외에도 ‘지역사회를 아름답게, 마음을 아름답게’라는 슬로건아래 유기농 통밀빵 나누기, 영어교실, 하모니카 음악교실, 칼갈이, 아동센터 운영 등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았던 이날도 한쪽에서는 칼 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식칼뿐 아니라 낫, 호미 등 농기구도 여럿 보였다. 인근 지역 이장에게 방문 날짜를 미리 알리면 이를 한꺼번에 걷어다 갈아서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마을마다 순회하는 칼갈이 봉사는 일손이 바쁜 농가에 매우 요긴한 도움을 주고 있다.
원어민선교사가 가르치는 영어교실과 하모니카교실은 개설한지 여러 해 지나면서 이제는 완전히 정착됐다. 성도들은 각 팀별로 회원으로 직접 참여해 지역주민들을 인도한다.
실제적인 영혼구원의 수확도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영어교실, 하모니카교실을 통해 침례를 받은 사람이 교회에 꾸준히 출석하고 있으며, 지역아동센터를 위해 자동차와 피아노를 기증하는 등 훈훈한 사연이 계속되고 있다.
칠보교회는 이제 디딤돌사업을 통해 더 큰 비전을 바라본다. 해마다 2회씩 운영하던 전도회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2모작 전도시스템’(2Cycles 5Steps)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디딤돌 프로젝트’를 힘 있게 추진한다.
그렇다면, 다른 교회에서도 이런 사업을 시도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도시 농업으로 도시 선교 ‘빅 피처’ 그리는 호남합회 칠보교회의 이야기는 <교회지남> 10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22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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