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5년 전 화재로 소실된 교회, 눈물로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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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09.1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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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경호동교회 복원 ... 경도나루곶문화원(쉼터)도 함께 마련
“교회주변 이웃과 멀리서 오는 손님들 대접하려면 이 정도는 차려야 하지 않것소?”
누군가의 가벼운 너스레에 함박웃음이 터진다. 그야말로 잔치분위기다. 곧 오시석 목사의 안내로 차량을 타고 이동한다.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국동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차도선을 타고 5분이면 경도에 닿는다. 짧은 거리지만, 배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경도는 건강한 자연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여수시의 작은 섬. 아름다운 한려수도와 천혜의 관광자원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최근에는 힐링의 명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지금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지만, 머잖아 연륙교가 생기면 접근성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섬에 내리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림책에나 나올법한 예쁜 흰색 목조건물이 일행을 반긴다. 입구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원봉사자들이 환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저마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경도나루곶문화원(쉼터) 개원 및 경호동교회 복원예배 현장이다. 15년 전, 화재로 전소된 후 폐허처럼 방치됐던 교회를 이번에 ‘디딤돌 프로젝트’로 다시 지었다.
경도에 재림기별이 전해진 건 1957년. 당시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임남규 씨가 여수중앙교회 출석을 계기로 분교를 세운 게 시작이었다. 1959년에는 첫 성경학교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이정렬 장로 등 12명이 침례를 받았다. 1961년에는 자체 성경학교를 했고, 다음 해에는 첫 전도회를 개최했다.
이후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학생과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지도했다. 옛 여수서부교회는 분교활동을 통해 계속 힘을 불어넣었고, 간간이 전도회를 하면서 복음의 씨앗을 파종했다. 그러나 2003년 마을아이들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한 후 ‘주인 없는 교회’로 방치되어 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성도들이 팔을 걷었다.
마침 한국연합회가 전개하는 ‘디딤돌 프로젝트’에 사업을 신청해 큰 도움을 받았다. 연합회, 합회, 교회가 힘을 모았다. 지난 5월부터 이재율 장로를 중심으로 건축을 시작했다. 3000여만 원의 자금을 들여 대지면적 185㎡에 건축면적 50㎡의 아담한 건물을 완공할 수 있었다.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과 싱크대 등 편의시설을 고루 설비한 복층식 게스트룸을 만들어 ‘기도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꾸민 게 특징이다.
경호동교회 건축이 더욱 뜻 깊은 건 준공과정에 모두 재능기부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지난여름 혹독한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지땀을 흘려가며 공사했다. 외장과 골조를 세우고, 타일을 붙이고, 작은 못질 하나에도 정성을 다했다. 사정상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호주머니를 털었다. 소실됐던 정든 고향 교회를 복구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 교회 출신들은 자체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1600여만 원의 적잖은 자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 쓰레기 나뒹굴던 교회 마당에는 예쁜 꽃망울이
이윽고 약속한 시간이 되자, 마을주민들이 하나둘 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서로 손을 맞잡고, 등을 두드리며 반가워했다. 순천, 광양 등 인근 지역뿐 아니라 바쁜 일상을 쪼개 멀리 서울에서도 한달음에 찾아왔다. 교회는 금세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쓰레기가 나뒹굴던 마당에는 예쁜 소국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서중한합회에서 목회하는 여인태 목사(호원교회)는 “교회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그때만 해도 학생들이 책임자로 봉사했던 시절이다. 교회가 이곳밖에 없어서 이 마을사람들은 어렸을 때 거의 대부분 우리 교회 성경학교에 다녔다. 그랬던 교회가 다시 복원되니 감개무량하다. 건축을 위해 봉사하신 모든 분들 정말 애쓰셨다”고 감사했다.
호남합회장 박정택 목사는 이사야 56장7절 말씀을 인용한 헌당설교에서 “교회에 부여된 첫 번째 임무와 사명은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기 위한 봉사다. 하나님께서는 불평하면서 하는 그 어떤 봉사도 받지 않으신다. 복음의 원칙은 우리가 어떤 정신으로 일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천국은 일한 분량으로 가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 공의로 주어지는 것이다. 특별한 봉사를 준비하는 이 교회에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이 임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이 자리에서 합회와 경호동교회 출신 교우들은 소실됐던 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기여한 여수하늘본향교회와 오시석 목사, 이재율 장로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이들의 협력과 희생정신에 고마움을 표했다.
한국연합회장 황춘광 목사는 영상으로 보낸 격려사에서 “교회와 지역은 하나다. 함께 호흡하고 활동하는 복음과 구원의 공동체다. 교회로 말미암아 인재가 더 많이 배출되고 지역사회가 크게 발전해야 한다. 모쪼록 이 교회와 쉼터가 주민 모두에게 큰 복이 되길 바란다. 오늘의 역사가 있도록 마음 모아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하늘의 은혜가 넘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962년, 이 교회의 첫 전도회를 인도했던 정형모 은퇴목사는 축사에서 “오늘 이곳에 오니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이뤄진 것 같아 감격스럽다. 이렇게 외딴 곳에 이토록 아름다운 교회와 쉼터를 지었으니 앞으로도 복을 많이 받을 것이다. 자리가 비좁아 증축할 수 있을 때까지 발전하고 부흥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정열 장로는 과거의 활동모습이 담긴 사진을 파워포인트로 준비했다. 이 장로는 “이 일을 위해 수많은 형제들이 봉사했다. 전국에서 여러 성도와 기관이 아낌없는 도움을 주셨다. 앞으로 마을주민들이 이 교회의 주인이 될 것이다. 문화쉼터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하늘가는 구원의 복음을 증거하는 아름다운 성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재율 장로는 “교회복원은 늘 마음의 짐이었다. 원근각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의 헌신으로 아름드리 교회를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침례를 받고도 교회에 나오지 않는 분들이 많다. 이번 재건을 계기로 그들이 잃었던 하나님을 다시 찾길 바란다. 주간에는 주민쉼터로 개방하여 한글교실, 웃음치료, 발마사지 등 문화활동을 하고, 야간에는 게스트룸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시석 목사는 “디딤돌 프로젝트 사업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디딤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분간은 여수하늘본향교회의 분교로 운영할 것이다. 매주 안식일 오후에 소그룹을 파송해 2부 예배를 드리고,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잃은 양 회복과 제자훈련을 통해 영혼의 결실이 맺히면 자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성장시키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전남동부지구장 윤현석 목사는 “뼈가 녹도록 변변하게 누울 자리 하나 없이 바다와 더불어 거친 파도를 일구며 평생을 살아온 주민들이 이제는 편안하게 두 다리 쭉 뻗고 쉴 수 있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며, 예수님을 개인의 구주로 영접하고, 영적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사연 많은 이 교회의 헌당이야 말로, 울며 뿌린 씨가 자라 기쁨으로 단을 거두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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