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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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8.12.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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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손길’ 충청합회 당진 삼봉교회의 발마사지 봉사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아휴~ 힘들게 또 오셨어? 매번 이렇게 수고해주니 고마워서 어째”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미안하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반가운 표정은 감출 수 없다. 주인공은 충청합회 당진 삼봉교회(담임목사 채광병) 자원봉사단이다.
‘해나루이웃사랑 ADRA KOREA’라고 쓴 노란색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매트리스를 깔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던 노인들은 하나둘 자리를 차지하고 누웠다. 이내 능숙한 손놀림으로 오일과 로션을 바르고, 발바닥을 자극하며 문질러 주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한쪽에서는 네일아트가 한창이다. 발마사지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손단장을 한다. 평생 농사일에 주름지고 거칠었던 할머니들의 손이 금방 새색시처럼 고와졌다. 그 시각, 채광병 목사는 성경을 펴고 이웃들의 허물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삼봉교회 성도들은 매월 첫째 주 안식일 오후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발마사지와 네일아트 등 나눔활동을 펼친다. 성경공부와 상담도 곁들여 유익을 제공한다. 오랜 만에 몸도 마음도 편해지고, 예뻐지기까지 하니 마을 노인들에겐 여간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니다.
발마사지를 받던 김영자(가명) 할머니는 “몸이 쑤시고 아픈데, 발마사지를 받은 날은 잠도 잘 잔다. 무척 시원하고 좋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이런 정성을 보여주겠나. 솔직히 가족도 이렇게 안 해준다. 삼봉교회 봉사단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삼봉교회는 1956년 행상을 하며 복음을 전하던 한 전도부인의 헌신으로 시작했다. 60년이 넘는 선교역사 속에 장고항, 차돌 등 인근에 세 교회를 개척했지만, 여전히 시골마을의 작은 교회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인구 3000명 남짓한 면소재지에 감리교회만 10곳이나 될 정도로 거의 대부분의 주민이 기성 개신교인이다. 그만큼 재림기별 전파가 어렵다.
그러나 봉사를 하면서 주민들의 인식이 사뭇 달라졌다. 이웃들은 “다른 교회는 크기만 크지, 진정한 봉사는 하지 않는다. 진짜 사랑이 있는 교회는 재림교회”라고 칭찬한다. “재림교회에서는 저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왜 다른 교회는 봉사를 하지 않느냐. 교회를 다니려면 재림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삼봉교회의 봉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이들은 정기 활동을 하기 1년 전부터 전문강사를 초빙해 발마사지와 네일아트 교육을 받았다. 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꼼꼼하게 준비했다. 이전에도 꾸준히 건강전도회를 열어 지역민과 유대관계를 맺고, 마을에 꼭 필요한 교회라는 인상을 심었다. 마침 노인이나 환자들의 필요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건강문제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관심이 많아 콘텐츠가 시의 적절했다.
“이런 봉사를 계속 하다 보니 받는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고, 교회를 고맙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오가는 정을 나누면서, 이전의 부정적 이미지도 많이 바뀌었죠. 그걸 통해 마음의 문이 열리고, 서서히 영혼의 열매도 맺히고 있습니다. 집회에 초청하면 거부감 없이 교회에 나오고, 구도자와 침례를 받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성도들은 오히려 봉사를 통해 자신이 얻는 신앙의 유익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봉사를 통해 전도의 중요성과 영혼구원의 소중함을 피부로 체감한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직접 선교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헌금이나 기부로 측면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성도들 역시 함께 전도에 힘을 모으고 있다는 동질감을 가지면서 신앙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영배 장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건지는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이웃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하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신앙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느끼고, 신앙생활의 기쁨도 가질 수 있다. 앞으로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순주 집사는 “처음에는 귀를 막았던 사람도 발을 만져 드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연다. 발마사지 봉사는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발을 내놓은 사람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보면 된다. 혼자하려면 힘들겠지만, 삼봉교회처럼 팀을 이뤄서 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영환 장로는 “봉사를 하다보면 내 믿음이 점점 자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보람이 되어 진실한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신앙의 진전이 이뤄진다. 노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힘이 난다.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어 감사하다. 힘은 들어도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팔을 걷었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내 김출화 집사는 “지역사회에서 재림교회가 다른 사람을 돕고, 사랑을 베푸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주는 게 무엇보다 의미 깊다. 차츰 우리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작은 교회가 큰일을 한다’고 칭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미소 지었다.
이들 부부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활동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자신의 차에 태워 병원을 가거나, 목욕봉사를 하는 등 평소에도 나눔의 손길을 꾸준히 펼쳐온 선한 그리스도인. 자신의 일보다 이웃의 일을 먼저 찾아가 돕고, 섬기는 삶을 살아왔다.
이러한 감화력사업을 통해 삼봉교회가 그리는 궁극적 목표는 ‘영적’ ‘질적’ ‘양적’ 성장이다.
채광병 목사는 “그동안 지역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재림교회가 일련의 감화력사업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대형 교회에서도 하지 않는 사업을 한다는 말과 함께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자신이 기독교인인 것을 말하지 않던 사람도 개인적으로 접촉하고, 건강 체크와 상담을 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고민과 신앙상담을 요청해 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외에도 양적 성장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감화력사업을 하면서 교회의 평균 출석생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느새 연말이다. 삼봉교회는 아직 많은 부분이 미흡하지만, 계속적인 봉사와 나눔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재림교회의 선한 감화력을 널리 퍼트리겠다는 각오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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