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지남 공동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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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1.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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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교회의 나눔전도 ‘모범사례’ ... 진도 인지리교회
안식일 오후, 식사를 마치자 주방과 식당이 분주해진다. 탐스런 참다래가 대야에 한가득이다. 교회가 인근 유휴지에서 재배한 것이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고이는 잘 익은 것들로 골라 스티로폼 박스에 정성껏 담는다. 이동 중에 흐트러지거나 짓무르지 않도록 비닐랩으로 잘 싸서 교회의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붙인다. 종이봉투에는 건강빵과 삼육두유를 함께 담았다.
같은 시각, 한쪽에서는 모과청을 만드는 손길이 바쁘다. 깨끗이 씻은 모과를 칼로 잘라 씨를 제거하고 채를 썬다. 껍질이 생각보다 단단해 칼질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능숙하고 재빠르다. 유리병에 가지런히 담아 숙성시키면 머잖아 차나눔 활동에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성도들은 부랴부랴 이웃마을로 향했다. 세포면 삼당리마을회관. 무료하게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던 노인들의 얼굴에 금세 화색이 돈다.
“아유~ 교회에서 오셨구나. 반가워요!”
고맙다며 연신 손을 내미는 노인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한때를 갖는다. 함께 준비해온 과일과 빵, 음료수도 전달한다. 더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다른 마을로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 아쉽지만 곧 다시 만날 것이기에 다음이 더 기대된다.
호남합회 인지리교회(담임목사 서호덕)에서 매주 볼 수 있는 일상이다. 이들에게 봉사와 나눔은 낯선 일이 아니다.
“사실 예전부터 했던 활동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03년 12월에 주변 독거노인들에게 김치를 담가드리거나 죽을 쑤어 전했더군요. 그 후로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계절마다 과일도 드리고, 채소도 나누면서 전도했습니다. 물론 자신이 지은 농작물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일은 최근 시작했지만 멀게는 전후 구호물품을 나눠주던 때부터, 최근 들어서는 15년 가까이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서호덕 목사가 부임하면서 감화력 사업은 더욱 구체화됐다. 계절에 따라 무엇을 심을지, 매달 어떤 활동을 할지 상의했다. △나눔 △교육 △문화 △체육 등 4개 분과, 약 20가지 사업은 그런 과정을 거쳐 확정했다. 마침 ‘디딤돌 프로젝트’가 시작돼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우리가 가진 것 가지고도 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재정까지 지원해주니 얼마나 좋아요? 더 큰 동기부여가 되고, 일선 교회 입장에서는 힘이 나죠. 안 그래요?”
이런 활동을 통해 성도들이 얻는 신앙의 유익도 크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지역사회에 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재림성도로서의 자부심과 행복감을 갖게 됐다. 신앙의 성숙도 빼놓을 수 없다. 주변에 좋은 감화력을 끼치기 위해 힘과 마음을 모으고, 선교열을 고취한다.
설종희 장로는 디딤돌 사업 이전과 이후로 교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무아의 봉사를 하니 그 자체로 전도가 됩니다. 굳이 교회에 나오라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복음에 관심을 갖습니다. 우리의 선한 행동을 보고 이웃의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걸 느낍니다. 흔히 그리스도인을 ‘사람 낚는 어부’라고 하는데, 봉사와 나눔은 마치 영혼을 낚는 방법 같아요. 예전에는 소극적으로 했지만,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제 인지리교회는 이 지역에서 ‘도움이 되는 교회’ ‘따뜻한 교회’ ‘오고 싶은 교회’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물건을 나누고 봉사하니 그동안 교회에 나오지 않던 잃은 양들이 서서히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영혼구원의 효과는 더욱 뚜렷하다.
디딤돌 사업을 본격화하기 이전에는 전도회를 해도 구도자가 40여명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는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그 중 3명이 침례를 받고 신실한 재림성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안식일을 지키며 정기적으로 출석하지는 않지만, 교회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며 헌금을 하거나 자신들의 수확물을 나누는 사람도 적잖다.
인지리교회의 디딤돌 사업 사례가 주목을 끄는 건 다른 농어촌교회에서도 얼마든지 시도해 볼 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지역교회가 농어촌의 소형 교회로 구성된 한국 교회에서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마음’만 있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작은 공간이라도 활용해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홍 장로의 말은 이렇다.
“농촌일이라는 게 일이 어디 있는지 찾으면 수도 없이 많고, 일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고개를 둘러 이웃의 필요를 살피고, 어떻게 하면 복음전도에 나눔을 같이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 방법이 보입니다. 농촌 교회가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데, 시도하면 하나님께서 길을 인도하실 것입니다. 농사는 어차피 짓는 거 아닙니까?”
물론 축복을 받기 위해 봉사하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나누니까 더 크고 좋은 것들로 풍성하게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숱하게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어느 해는 작황이 아주 잘되어 월등한 수확량을 거두기도 했고, 어느 해는 뛰어난 등급 평가를 받아 넉넉한 수입을 얻기도 했다. 하나님의 사업을 위한 기도는 분명한 응답이 있다는 걸 체험했다.
그렇다면, 다른 교회에서도 이런 사업을 접목하고 시도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김형환 장로는 ‘개인의 신앙부흥’과 ‘공동체의 협력’을 첫 손에 꼽았다. 또한 크고 거창한 일보다 자신이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개인의 신앙부흥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죠.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억지로 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곧 동력이 떨어져 지속할 수 없죠. 예수님 사랑을 깨닫고, 스스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건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 마음이 생기면 자동적으로 헌신하게 되어 있습니다”
목회자와 평신도의 조화와 협력도 필요하다. 어느 특정인이 주도하다 보면 자칫 의견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 헌신하고 전도하는 분위기가 되면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활동에 참여하면서 신앙에 새로운 각성을 갖게 되는 건 덤이다. 혹여나 비협조적인 사람이 있더라도 비난하면 안 된다. 그저 자신이 받은 은혜만큼, 성령의 감동만큼 나누면 된다.
말씀을 사모하여 기도하고, 모여 힘써 교제하며, 자기의 ‘떡’을 떼어 이웃과 나누는 인지리교회 성도들의 삶은 마치 초대 교회를 닮았다. 문득 선지자의 말씀이 스쳤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하여 구주로부터 은혜를 받을 때에 그의 전 생애에서는 영적 생명의 조수가 흘러나온다”
■ <재림마을 뉴스센터>와 <교회지남>은 [연중기획]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탐방 시리즈를 공동 연재합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선교가 실제 이뤄지는 현장을 생생한 스케치 기사로 전달하고, <교회지남>은 이러한 사례를 다른 교회에서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자기의 떡을 떼어 이웃과 나누는 진도 인지리교회의 이야기는 <교회지남> 1월호 ‘희망 2020 – 섬기는 교회’ 25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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