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법 승소 후 첫 안식일 맞은 한지만 군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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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2.03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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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중앙교회서 부모님과 함께 감사예배 ... 소송 빚었던 학교가 담하나 사이로
안식일학교를 앞두고 그가 교회에 들어섰다.
“아이고야~ 지만이 왔나? 수고 많았다. 축하한데이~”
“고맙습니다”
문 앞에 서 있던 어르신들이 어깨를 감싸 안고, 손을 맞잡으며 따뜻하게 맞이했다. 서로 환하게 웃음 짓는 인사가 다른 때보다 훨씬 더 반가웠다.
이날은 안식일 성수를 위해 ‘토요 시험’을 거부하며 학교를 상대로 추가시험 요청 소송을 제기했던 한지만 군이 대법원 승소 후 처음 맞는 안식일. 여느 때보다 이날의 안식일이 갖는 의미는 그 자신은 물론, 한국 교회 전체에도 매우 각별했다. 누군가 “오늘은 안식일 중에서도 더 큰 안식일”이라고 했다.
만면에 웃음을 띠고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 얻는 구원의 기쁨이 이런 것일까’ ‘훗날 하늘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천사들의 나팔소리를 듣는 감격이 이렇게 아름다울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만큼 자유로워 보였다. 입술에서 ‘이스라엘아, 너는 행복자로다’라는 승리의 개가가 절로 터져 나왔다.
아버지 한기태 교장(영남삼육중.고)과 어머니 조임숙 사모 부부도 학교교회 대신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지역교회를 찾았다. 나란히 앉은 가족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이들은 큰 목소리로 입을 맞춰 찬미하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아름다운 시온산을 향해 올라가겠다’는 노랫말이 더욱 절절하게 와 닿았다. 찬양의 크기도, 가사도 한층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패소할 때만 해도, 마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무거운 발걸음처럼 마음의 빛이 사라지고, 소망은 깨어진 듯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결국 9개월 만에 하나님의 더 큰 비전과 계획으로 고등법원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승소하는 위대한 결실을 거뒀다.
대구중앙교회 성도들은 “기적의 소식을 들었다”며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친가족의 일처럼 여겼다. 진심으로 좋아하면서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에 감사했다. 주보 ‘교회소식란’ 제일 위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알리고 은혜를 나눴다. 곽인희 집사는 축하 과일을 냈다.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그동안 이 교회가 어떤 마음으로 한 군의 재판과정을 지켜봤을지 가늠이 됐다.
김정일 장로는 “하나님께서 한국 땅 모든 재림성도의 부르짖는 기도를 들으셨다. 그분이 우리와 동행하셨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안식일을 지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진리를 알리고, 주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동안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고투했던 재림청년들이 이제는 더 큰 용기로 선과 악의 싸움에서 전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상현 장로는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의 길도 축복하시고 보장하시길 바란다. 이제 복학하면 열심히 공부해서 다니엘처럼 귀한 주님의 종으로 쓰임 받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와 이웃을 위해 크게 봉사하길 바란다”며 계명을 고수하고 믿음으로 승리한 그의 생애를 축원했다.
안식일학교 시간, 한기태 교장은 가족을 대표해 인사를 전했다. 그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아이임에도 지만이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해 주시고, 틈날 때마다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번 일을 겪으며 살아계신 하나님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이제는 내 개인의 아들이 아닌, 주님의 아들이고 여러분의 아들이다. 이 아이가 자기를 위해 살지 않고, 교회와 이웃을 위한 삶을 살도록 지도 편달해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먹먹한 간증을 듣던 몇몇 성도들이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교과공부 시간에 한지만 군은 함께 기도하고 염려해준 청년들에게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줘 고맙다. 솔직히 (안식일 시험은)나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신앙의 깊이나 정도를 떠나 재림교인이라면 누구나 학교를 다니면서 토요 시험으로 인해 피해를 받거나 당연히 부담을 가질 것이다. 이번 판결로 그런 부분이 조금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제 학교를 당당히 걸을 수 있어 좋다. 수업시간에 내 이름이 써진 책상에서 눈치 안보고 공부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마치 숨을 쉬고,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캠퍼스의 일상이 그에겐 한없이 부럽고 힘든 일이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심지어 법적 다툼을 벌인 K대 의학전문대학원은 그가 출석하는 대구중앙교회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불과 20미터 차이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큼 좁다란 골목길을 건너면 맞닿는 거리다. 그토록 애끓는 투쟁을 했던 학교와 교회는 이렇게 팔을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과 불순종의 거리는 지구 반대편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듯했다.
김태원 목사는 “소식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고 온 몸이 짜릿했다. 이번 승소는 한지만 형제 개인뿐 아니라 모든 재림성도의 승리요, 기도의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변론이 있을 때마다 법원 한 켠에서 두 손을 모으고 숨죽여 간절히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나님께서 그 간구를 들으시고 이렇게 놀라운 방법으로 응답하셨다. 어머니의 기도는 우리에게 구원과 승리를 안겨준다. 하나님은 어머니의 애절한 기도를 결코 잊지 않으신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시편 137편 1~6절 말씀을 인용한 설교에서 대법원 판결 확정 장면과 예수님의 재림을 빗대 설명하며 성도들의 영적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사실 대법원 특성상 최악의 경우,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확정소식을 듣는 순간 ‘아니,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70여일은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나고나니 그 기다림이 결코 길지 않았다. 마음 졸이며 기다린 게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이, 더 간절히 기도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김 목사는 “주님의 재림도 이처럼 부지불식간에 이뤄질 것이다. 성경의 기록대로 도적 같이 임할 것이다. 재림을 간절히 기다리며 평생을 사모했다 하더라도 그날이 되면 ‘더 준비할 걸’ ‘더 전도할 걸’ ‘이웃을 더 사랑할 걸’ ‘가족을 좀 더 많이 챙길 걸’ 후회하며 이렇게 빨리 오실지 몰랐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주의 오심에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라고 권면했다. 한 군의 가족들이 공감한다는 듯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림교인 학생에게 학내에서 안식일을 지킬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인정한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토요 시험 거부 등 학교에서의 안식일 준수와 관련해 처음으로 진행된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1심을 뒤집은 고등법원 승소판결은 대구고등법원에 의해 주요판례로 지정될 만큼 법조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주요판례는 해당 법원 공보판사실에 의해 아주 의미 있는 판결로 판단될 경우 지정된다. 판결문이 공개되며, 공보판례집에 수록된다. 학계에서도 비중 있게 연구하는 만큼, 만약 이후에 또 다른 안식일 소송이 진행된다면 적잖은 무게감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복학과 상급 학년 진급 등 학교 측과 담판지어야 할 행정절차가 복잡하게 남아 있다.
마침 전날, 이들 부자는 사건을 담당했던 신명철 변호사와 함께 학교를 찾아가 입장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대법 판결 후 학교 측의 전향적 변화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견해차를 확인했다. 복학신청까지는 기한이 좀 남아 있어 일주일 정도 지켜볼 마음이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며, 한 군에게 ‘승소 후 처음으로 맞는 안식일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그가 가벼운 한숨을 토해내며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 속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고, 그분께서 이 모든 결과를 이끌어 내셨다. 주님께 감사하며, 경배와 영광을 돌린다. 홀가분하게 하나님을 맘껏 찬양할 수 있는 뜻 깊은 안식일이었다.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라면서 지긋이 웃음지었다.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그의 미소 사이로 안식일학교에서 아버지가 했던 고백이 떠올랐다.
“누군가 저에게 ‘네가 하나님을 만져봤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네. 만져봤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것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네가 하나님을 보았냐’고 묻는다면, 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아멘. 보았습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동떨어진 분이 아니고, 지금도 살아 동행하고 계십니다. 이번 소송은 우리에게 그런 산 경험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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