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터뷰②] “만약 승소판결이 나오면 그건 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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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2.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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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 닛시’ 대법 승소 이끈 신명철 변호사 “영적 르비딤 전투 경험”
그래서 UN 자유권규약 등 국제법과 해외 판례를 뒤지고, 하루 한두 시간 밖에 자지 못하며 항소이유서를 작성했다.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준비서면만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보통의 경우보다 서너 배는 더 많았다.
증거서류를 뺀 항소이유서 역시 서면만 30페이지를 훌쩍 넘겼다. 대개 8페이지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4배에 가까운 분량이다. 그나마 해외의 사례는 양이 너무 많아 항소이유서에 다 기입하지 못하고, 별도의 준비서면으로 정리해야 했다.
고등법원 재판부의 판결문 역시 30페이지가 넘는다. 그만큼 재판부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1심 기록까지 합치면 분량은 더욱 늘어났다. 그만큼 치열한 법리 다툼이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의 사무실에는 이 기록이 여러 개의 봉투에 나뉘어 보관되어 있다. 이제는 재림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와 법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중요 사건’이 되었다.
▲ 유엔 등 해외 사례를 찾아 번역해서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법리로 대응했나요?
- 우리나라에서 아무런 선례가 없는 사건이기에 해외 판례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전반적 경향은 선진국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학생의 종교적 성일뿐 아니라, 직장에서 직원의 종교적 성일까지 배려하는 정책을 제도적으로 시행해오고 있고, 개발도상국도 근래 들어 법원 판결로 학생의 종교적 성일 배려에 대한 판결들이 선고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정리하면서 처음 알았는데, 외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재림교인들이 우리의 안식일 준수 권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주장한 사례가 꽤 많았습니다. 심지어 교육뿐 아니라 근로분야에서도 사업주가 해당 직원의 안식일을 보장해 주도록 하는 판례가 있었습니다.
한 예로, 캐나다의 경우 1985년경 어느 백화점의 정규직 직원이 재림교인으로 개종한 뒤, 안식일에는 근무할 수 없다고 회사 측에 얘기하자, 회사에서는 토요일은 가장 바쁘고 매출도 제일 높은 날이니 퇴직하든지, 아니면 비정규적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지를 선택하라고 종용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에 이 직원은 정규직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차별로 보아 고용주는 직원의 종교적 성일 배려를 위해 대체조치를 최대한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이외에도 UN의 국제법 해설사례 등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종교적 성일 준수의 권리는 나라마다 다른 판결이 선고돼야 할 권리가 아닌 보편적 가치를 지닌 기본권으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발맞춰 전향적 판결 선교가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0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mmittee)에 가입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그 조약의 비준을 승인했기 때문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유엔이 발행한 해설집에는 학교 내 시험에 대한 안식일 대체시험 등 종교적 성일 준수의 권리가 대표적 사례로 분명하게 도출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지적했고, 2심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재판부가 수용했습니다.
이 외에도 교육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상 토요일은 휴무가 원칙이며, 피고 학교의 학칙에 규정된 기본수업일에 토요일은 수업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는 등 관련 법규상 원칙적으로 평일에 수업 및 시험이 시행되어야 하는 점, 따라서 토요일 시험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행되어야 하며, 시행하더라도 재림교인 학생에게 대체시험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 대체시험 제공이 없을 경우 한지만 군은 의사의 길을 포기하여야 하므로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여러 법리에 대한 주장이 승소판결에 반영됐습니다.
결국 판결문에 ‘학교는 소속 학생의 종교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토요일 시험은 예외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문구가 명확하게 기입됐습니다. 학교가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학생의 침해되는 사익이 너무 크다는 점이 모두 다 인정된 거죠.
이 과정에서 임동국 변호사님을 비롯한 재림교인 선배 법조인들께서 변호에 필요한 여러 자료와 수집하기 어려운 판례를 모아서 보내주시는 등 참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 혹시, 재판 과정에서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나 인도를 느낀 순간이 있습니까?
- 엄청 많죠.(웃음)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소송은 저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믿는 하나님께 더욱 간절히 기도하며 매달릴 수밖에 없었죠.
특별히 인도하심을 느꼈던 일은 항소심을 맡았을 때였어요. 당시가 5월이었는데, 항소이유서를 써야 하는 기일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재판 일정이 무척 많이 밀려 있어서 이 사건에 할애해야 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죠.
다른 변론 준비로 바쁜 와중에서도 1심 기록을 분석하고, 판결문 중 잘못된 점을 파악하고,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내야 했습니다. 그게 다 된 상태에서 항소이유서를 써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했죠.
그런데 무척 신기하게도 그 이후의 모든 재판 일정이 외부적 요인으로 연기가 됐어요. 제가 맡고 있던 사건을 다른 변호사가 갑자기 도와주겠다고 나타나기도 하고. 그래서 한지만 군 재판 준비에 지장이 없도록 매번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물론, 항소이유서를 쓰는 2주 동안은 하루 한두 시간 밖에 자지 못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법원이 요구하는 기간 안에 제출할 수 없었어요. 낮에는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항소이유서가 제일 중요한 핵심이었어요. 그래서 사건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했죠. 그래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썼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밤을 거의 꼬박 새웠는데도 피곤한 줄 몰랐어요. 잠깐 눈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 서면을 쓰다보면 몰입도 잘 되고, 오히려 개운했죠. 사람들은 괜찮겠냐고 걱정했는데, 저는 영감도 많이 떠오르고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인 것 같아요. 그 도우심으로 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변호사에게 제일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시간이라고 보거든요. 시간을 얼마만큼 투자하느냐에 따라 사건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하나님께서 그 당시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시간을 확보해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마치 ‘내가 너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 그러니 너는 최선을 다하라’라고 섭리해 주신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가족들과 경험을 나누곤 했습니다. 이 외에도, 고민하는 법리의 구성이나 재판부의 마음이 차츰차츰 열리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재판 과정 굽이굽이에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셨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교단적으로 보면 앞으로 국가자격시험이나 고시 등의 ‘토요 시험’을 평일로 옮기거나 추가시험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움직임을 확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인으로서 이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솔직히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미 헌법재판소 등에 선례가 쌓여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과거에 우리 교단뿐 아니라, 일반 개신교계에서도 노력했지만 바꾸지 못했습니다. 법원에서의 사법적 구제를 취한다면 그건 아마 제일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할 겁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이번 한지만 군의 승소를 통해 재림교인 학생에게 안식일 준수가 중요하다는 게 법적으로 인정됐으니, 이를 근거로 시험일 지정 이전에 각종 민원 등을 통해 교단의 공식입장을 주관단체 측에 미리 알리고, 이런 활동이 시험일 지정에 영향을 주도록 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를 비롯한 산하 기관에 교단이 공식 입장을 보내는 거죠. 예를 들면 이번 국가자격시험에 재림교인 학생이 몇 명 응시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정리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배려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교단이 그런 방향에서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나마 조금 더 강하고 설득력 있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종교적 성일에는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이 지정되지 않도록 입법 활동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안 되면 이번 사건처럼 사법적 구제를 시도하는 건데, 아마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선진국은 이미 그런 부분이 제도적으로 구축되었으니, 우리도 언젠가는 해결되리라 전망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회를 향해 재림교회의 종교적 신념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제기해야 합니다. 일단, 우리의 입장을 밝혀야 그들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이해를 하고, 배려를 해 줄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그동안 한국 교회는 우리의 신념을 사회적으로 드러내는데 매우 소극적이었습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 다음 문제거든요. 아직까지는 그 이해마저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그런 노력과 사례가 쌓이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 “기도의 팔 올리면, 나는 ‘영적 르비딤’에서 최선 다해 싸울 것” 다짐
그는 재판과정에서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처음에 가족들에게 이 사건을 맡게 됐다고 말씀드리면서 아예 ‘승소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야기해 두겠다. 만약 승소판결이 나오면 그건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나는 그냥 밀고 나갈 뿐’이라고 했죠”
이런저런 말이 들려오고,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중압감과 고통이 밀려올 때 그는 가족에게 힘겨운 고백을 털어놓았다.
그때마다 부모님과 아내는 “(저보다)믿음이 더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무조건 승소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광야 같은 싸움의 최전방에 홀로 서 있는 자신의 마음은 헤아리지 않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같아 약간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 믿음 자체로 큰 위로가 되었다.
누나가 보내준 성경절은 더욱 든든한 믿음이 되었다. 출애굽기 17장8~15절 말씀이었다. 르비딤 골짜기에서 아말렉과 싸우는 이스라엘 백성을 상상했다. 피곤해진 모세의 팔이 내려가지 않도록 이편과 저편에서 해가 질 때까지 붙들어 올린 아론과 훌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이 서 있는 ‘법적 전투’가 온전히 하나님의 능력과 도우심에 있음을 기억했다.
누나는 고민하는 동생에게 선지자의 영감의 말씀을 보내주었다. 청년반에서 예언의신을 통독했는데, 그 즈음에 읽은 부분이 마침 그 말씀이기도 했다.
“영적 르비딤 골짜기 위에 있는 재림성도들이 기도의 팔을 들어주시면, 저는 그 밑에서 아말렉 군사들과 최선을 다해 묵묵히 싸우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그 기도의 팔이 꺾이지 않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결국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기도해 주셨고, 승리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항상 “간절히 기도해 달라”는 요청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기자의 우둔한 가슴은 이제야 그게 의례적인 부탁이 아닌, 얼마나 처절하고 간절한 호소였는지 뒤늦게 깨닫는다.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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