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평화의 길, DOSS road’를 가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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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4.0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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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부터 평화기념공원까지 ... 생명존중과 평화의 정신 앞에 서서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볼거리, 맛있는 먹을거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를 비롯한 남국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매년 가장 가고 싶은 휴양지로 첫손에 꼽힌다. 최근에는 저비용항공사의 연이은 취항과 2시간 반이면 넉넉히 닿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접근성으로 한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오키나와는 재림교회와도 인연이 깊다. 충청합회 출신의 김광성 목사가 PMM 1기 선교사로 부름 받아 중부도시 요미탄에서 사역한 바 있고, 최근 동경한인교회로 임지를 옮긴 남형우 목사가 10년 동안 목양했다. 그사이 서해삼육고등학교를 비롯한 학교와 기관, 교회와 단체에서 단기선교봉사 활동을 다녀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총 없는 병사’ 데스몬드 도스가 무기 하나 없이 75명의 생명을 구한 핵소 고지(Hacksaw Ridge)가 있는 곳이어서 재림성도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비무장·비폭력주의를 고수하며 아군은 물론, 적군의 생명까지도 보호한 그의 무아적 영웅담은 얼마 전,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져 일반에도 잘 알려져 있다.
올해는 특히 데스몬드 도스가 태어난 지 100주년 되는 해여서 더욱 뜻 깊다. 그는 1919년 2월 7일 미국 버지니아 주 린치버그에서 목수인 윌리엄 토머스 도스와 구두공장 노동자였던 버사 에드워드 도스 사이에서 3남매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재림마을 뉴스센터>는 남형우 목사의 안내로 데스몬드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핵소 고지와 여전히 오키나와 곳곳에 남아 있는 전쟁의 상흔을 둘러보며 평화의 고귀함과 교훈을 되새기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우리는 이를 ‘평화의 길, DOSS road’라고 명명했다. 데스몬드의 생명존중과 평화주의는 재림교회의 가치로 일깨워야 할 진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민족으로서 되새겨야 할 역사의식과 인류애의 실현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가져보기 위한 취지를 함께 담았다.
‘DOSS road’는 오키나와 중심부에 위치한 나하교회를 기준으로 핵소 고지와 오키나와 국제교회 앞마당에 있는 기념비 등 데스몬드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시작한다. 또 태평양전쟁 중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노역을 해야 했던 조선인들의 처참한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한의 비(恨之碑)’를 들른다. 오키나와 전투에서 희생된 조선인은 약 1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로는 (구)해군사령부 참호와 폐쇄된 육군사령부, 평화기념공원으로 이어진다.
데스몬드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비무장·비폭력정신이 얼마나 숭고한 가치인지 실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가 남긴 생명존중과 평화의 정신을 입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아울러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말살하는 전쟁의 소름 끼치는 참상과 포성이 멎은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곳곳에서 생생하게 들여다본다.
나아가 마지막 시대, 우리가 평화를 위해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남은 무리’라 자부하는 재림성도가 평화의 사도이자 메신저로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건강한 자극으로 삼을 수 있다.
남형우 목사는 “지금까지 많은 팀이 오키나와를 다녀갔지만, 이 코스로 여행한 사람은 아직 없다”고 귀띔했다. 1박2일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거리여서 개별 자유여행이나 교회 단위 단체여행이라도 짬을 내면 큰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다. 성장기 자녀들과 함께 한다면 재림교회의 고귀한 신념과 자긍심을 일깨우는 산교육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방문일정 중 안식일이 끼어있다면 현지인 교회에 참석해 예배를 드리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세계 어딜 가나 우린 같은 순서와 같은 찬미 그리고 같은 교과를 갖고 하나님을 경배하는 신앙공동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데스몬드가 다녀갔다는 오키나와 국제교회에서 성도의 교제와 은혜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
■ 전장에 피어난 생명존중의 꽃 - 핵소 고지의 기적
본격적인 ‘DOSS road’ 탐방에 앞서 시조사가 엮은 <전장에 피어난 생명존중의 꽃 - 핵소 고지의 기적>을 읽고 비행기에 오를 것을 추천한다. 사람을 죽여야 영웅이 되는 전쟁터에서 총도 없이 맨손으로 75명의 생명을 구한 데스몬드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책에는 그의 출생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일화가 소개돼 있어 데스몬드라는 인물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참혹했던 전쟁과 그 속에 피어난 믿음의 용사의 기록이 곳곳에 담겨 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제정신인 사람은 없다. 다들 죽음의 공포에서 미치기 일보직전이 되어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하지만 데스몬드는 죽어 가는 동료를 보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적군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 고생을 하며 총을 들지 않은 그였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의무병이 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었지만, 십자포화 앞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었다. 데스몬드 일병은 살겠다는 본능을 억누르고 남을 살리겠다는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 어떻게 그는 그런 신념을 갖게 된 것일까? 생명존중사상은 어떤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일까?” - <핵소 고지의 기적> 중에서
“데스몬드는 어렸을 적의 경험들 때문에 생명존중의 가치관이 형성된 것이다. 그는 사람이나 짐승의 생명을 자기 손으로 빼앗는 일을 결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고, 더 나아가 살아 있는 생명을 취하여 밥상에 올리는 일도 옳지 않다고 여겨 채식을 선택하였다” - <핵소 고지의 기적> 중에서
“어디서 그런 기백이 나왔을까? 총도 없이 총알이 빗발치는 곳을 향하여 동료의 목숨을 구하겠다고 뛰어든 위생병. 죽을지도 모른 채 불로 날아드는 부나비가 따로 없었다. 이 무모한 용기는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총을 들었다고 자기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전쟁터에서 얻은 교훈이다. 총을 들지 않는다고 목숨을 잃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전쟁터의 역설이다. 하나님이 생명을 붙들고 계시는 한 말이다. 기백은 무기에서 나오지 않고 믿음에서 나온다는 아이러니한 진실, 데스몬드 도스가 증명한 진실이다” - <핵소 고지의 기적> 중에서
■ 16년간의 설득 끝에 빛을 본 영화 <핵소 고지>
책의 감동이 사그라들기 전,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유명 배우 출신인 멜 깁슨이 메가폰을 잡고, ‘스파이더 맨’으로 사랑 받은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지난 2017년 2월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해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핵소 고지 전투에 참전해 아무런 무기도 없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수십 명의 동료를 홀로 구한 데스몬드의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재림교인의 굳은 의지와 신념을 각인시켜주었다.
이 영화는 당시 상당한 인고 끝에 빛을 본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기고 싶다는 제작자들의 밀려드는 제안을 데스몬드가 모두 거절했기 때문. 언론은 이를 두고 “생전의 데스몬드는 ‘잊혀진 영웅’의 길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핵소 고지> 제작 준비에 16년을 매달린 프로듀서 데이비드 퍼멋과 빌 메카닉은 데스몬드의 임종 몇 년 전에야 가까스로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어떠한 핍박과 위험에도 굽히지 않는 도스의 꿋꿋한 신념과 전쟁의 참혹함은 은막에 담기게 되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적군을 피해 밤새도록 동료들을 고지 아래로 내려 보내며 “주여! 한 명만 더 구하게 해 주소서. 한 명만 더...”라며 간절하게 기도하는 데스몬드의 모습은 코 끝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총을 들지 않겠다는 비무장 신념을 끝내 굽히지 않아 군사재판에 회부된 데스몬드에게 군 상부가 “도스 이병은 목숨을 지켜줄 무기 한 점 안 들고 전장의 불구덩이에 뛰어들 자유가 있다. 복무를 재개하고 의무병 훈련을 시작하도록!”이라고 판결하는 장면은 진실하고 고귀한 양심의 승리를 형상화하며 진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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