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재림교회가 타 교단보다 피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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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트렌드로 보는 재림교회(2)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교인수 감소다. 사실 모든 종교가 같은 피해를 입었지만 그 양상은 많은 차이가 있다.
2022년 9월 기독교 온라인 매체 <뉴스앤조이>가 국내 개신교 주요 6개 교단의 교인수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신교회 교인수는 2017년 780만5237명에서 해마다 2%대 감소세를 보이다가, 팬데믹 직후인 2020년에는 전년 대비 5.4%나 급감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다시 2%대 감소로 돌아섰다.
한국 재림교회도 팬데믹 이전에는 거의 변동이 없다가 코로나 사태 1년 만에 무려 18.2%가 감소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약간의 회복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점에서 짚어야 할 문제는 ‘왜 유독 재림교회가 팬데믹의 큰 피해를 입었는가?’이다. 개신교 교인수 감소에 비해 재림교회의 감소폭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몇 가지 가능한 추측은 △재림교회 예배가 안식일 현장 예배에만 너무 익숙해 대안 예배 준비에 늦었던 것은 아닌지 △재림교회가 집회 참석 제한을 너무 의식해 온라인 선교나 온라인 소그룹 등 대안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갖지 못하고 활동 중단이라는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은 아닌지 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근원적으로는 재림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소수 집단이기 때문일 수 있다. 집합 금지 조치를 따르지 않은 교회들의 사례가 공중파 방송에 보도되고, 그들 사이에서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많은 국민이 그 교회를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안 그래도 ‘이단’이라는 오해의 굴레를 쓰고 있는 재림교회로서는 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그 결과로 나타난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신교회는 ‘교인이란 누구인가?’ ‘예배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게 됐다. 이전까지 예배의 개념은 교회라는 장소에 국한됐고, 그곳에 와서 함께 참여하는 사람이라야 교인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집회 전면 금지 조치는 온라인 예배 참석자를 교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가져왔다.
2023년 5월 개신교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2024 한국 교회 트렌드 조사’에서 교회출석자로 분류된 사람 중 31.6%는 현장 예배 대신 온라인 예배나 가정예배를 드리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현장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 중에서 절반가량은 다른 교회 온라인 예배도 시청하고 있었고, 그중 절반가량은 2개 이상 교회의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만들어 낸 큰 변화다. 비록 코로나19 폭풍은 지나갔지만, 온라인 예배는 기독교 안에 또 하나의 예배 문화로 뿌리를 내렸다.
이런 현상은 재림교회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본사가 전국 5개 합회 선교부의 협조를 받아 실시한 ‘재림성도·목회자 인식 설문조사’ 결과, 31% 교회에서 엔데믹 이후에도 인터넷 방송을 송출하고 있었고, 성도 개인에 있어서는 28.2%가 팬데믹 이후 온라인 예배를 선호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고 응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극단적인 지역 봉쇄 소식을 들으며, 사람들은 종말에 대한 관심 또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교인수는 급감했지만, 개인 신앙은 오히려 부흥했다. 코로나 기간에 얻은 신앙적 유익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영적 각성의 기회’(27.5%)를 가장 많이 꼽았고, 매일 성경을 읽는다고 대답한 비율이 89%, 매주 개인전도 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5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방식이 달라 재림교회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개신교회 역시 교인수는 급감했지만, 개인 신앙은 부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023년 1월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신교인의 성경 읽는 시간은 2017년과 비교해 일주일에 49분에서 64분으로, 기도하는 시간은 22분에서 24분으로 소폭 증가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9월 전국 19세 이상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체계적으로 성경을 공부하고 싶다’고 답했다.
재림교회 교인수 감소의 결과는 중·대형 교회의 감소와 소형 교회의 증가로 이어졌다. 5개 합회 <연례행정위원회 보고>에 의하면 2012년 51.5%였던 ‘50명 이하 소형 교회’의 비율은 2023년 62.0%로 늘었다. 전체 교회 수가 계속 줄어드는 중에도 소형 교회 수는 증가했다. 이는 교단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으로 염려된다.
소형 교회 증가 이유로는 중형 교회가 교인 수 감소로 소형 교회로 내려앉은 것이 가장 컸고, 소멸 위기 교회들의 합병이 계속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사정도 비슷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한국교회 트렌드 2024>에 의하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은 2010년 39.3%였던 ‘50명 이하 소형교회’의 비율이 2021년 53.5%로 증가했다. 개교회주의인 개신교회는 교회 소멸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다. 같은 연구소가 개신교 목회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도 29명 이하 규모의 교회 목회자의 76.4%, 30~99명 규모 교회의 목회자의 68.0%가 교회 존립을 염려하고 있었다. 또한, 그 위험이 6~10년 사이에 올 것이라는 응답이 30.3%, 5년 이내에 올 것이라는 응답이 19.3%나 됐다.
코로나를 겪은 재림성도들은 교회의 미래를 위해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으로 ‘다음 세대 신앙 전승’(28.7%)을 꼽았다.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예배와 찬양이 필요하며, 청년들에게 전도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는 ‘미디어 사역 강화’(13.2%)를 주문했다. 인공지능(AI)과 최근 트랜드인 쇼츠 영상을 통한 교단 홍보가 필요하며 미디어 선교사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체성 회복’(11.0%)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기타로 분류된 제안이 197건(25.5%)이나 됐다는 것이다. 질문 자체가 서술형이어서 다양한 대답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197건의 대답은 도저히 어느 항목으로 묶을 수 없는 각양각색의 의견이었다. 그만큼 이 시대가 개인화됐고, 다양한 요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교회의 미래를 위해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식사 당번도 안 하려 한다’는 불만과 ‘코로나 이후 식사 준비 부담이 줄어 예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하면 구성원의 다양해진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지가 교회의 숙제가 된 셈이다.
‘목회자 인식설문조사’에서 ‘재림교회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은 ‘조직’ ‘행정’ ‘총회 문화’ 등 행정과 관련된 것이었다(35.1%). 그 외에는 ‘영성회복’ ‘선교역량강화’ ‘소형 교회 생존전략’ 등이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목회자 중심의 행정체계 해체’ ‘잦은 인사이동 및 조직 개편’(5개 연합회’ ‘연차별 예우 폐지’ ‘공평한 재정 분배’ ‘미자립 교회 통폐합’ ‘헌금 구조 재조정’ ‘지역 거점 교회 조성’ ‘50명 이하 교회에 대한 집중 관리’ ‘노인복지 지원’ ‘목회자 의존 신앙 탈피’ 등이 거론됐다.
결론적으로 팬데믹을 겪으며 교회(또는 하나님)와 연결고리가 약했던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일이 가속됐고, 남아있는 사람은 신앙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됐다. 성도들의 개인 신앙은 여전히 뜨겁지만 이전만큼의 선교 활동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성도들은 온라인 예배에 자의든 타의든 매우 익숙해졌으며, 교회가 미디어 사역에 좀 더 힘을 기울이고 사회봉사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미래세대 신앙 전승에 큰 염려를 갖고 있으며, 개인주의 성향은 매우 강해졌다. 교회의 유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기보다는 개인의 영성 회복을 우선시하는 경향성도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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