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캠포리] 기능코디네이터 이민 집사의 ‘선택함과 선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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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9.0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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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건상 여행은 못하고, 캠포리만 참가하는 게 아쉬웠지만 5년을 기다리고 준비했던 만큼 설렘과 기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너무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한국의 부산에서 행사장인 미국 오시코시 위스콘신까지는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긴 비행시간과 경유지에서의 기다림은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캠포리에 대한 기대로 견뎌낼 수 있었다. 어렵사리 현장에 새벽에 도착해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텐트에서 새우잠으로 첫날을 보냈다.
국제 캠포리에 참가하기 위해 적금통장을 만들고, 준비했던 건 몇 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은 ‘핀 트레이드’다. 캠포리장 어디서든 언제나 누구든 할 수 있는 핀 트레이드는 캠포리의 대표적 문화 중 하나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패스파인더 대원과 지도자들이 핀 트레이드를 꿈꾸고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SNS를 통해 남미나 중미, 북미쪽 패스파인더 지도자들과 국제우편으로 꾸준히 핀 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었던 나는 캠포리장에서의 핀 트레이드가 정말 기대됐다. 눈에 띄는 예쁘고 멋진 핀을 교환하는 것도 좋지만, 핀과 패치에 담겨있는 그 지역 패스파인더의 역사와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캠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 텐트에서 아들에게 지난 5년간 모아둔 핀을 나눠주며, 스스로 핀 트레이드를 해보도록 했다. 숙영지를 나와 부스가 열리는 격납고로 가는 도중 아들은 가방에 꽂아둔 핀을 가지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핀 트레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영어도 못하고 쑥스러움이 많은 녀석이 처음 만나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과 눈빛과 손짓을 하며 트레이드를 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대화를 하다 막히면 내게 쓱`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는 거절해야 한다. 가지고 있거나 맘에 들지 않을 때는 가만히 옆에 서 있다가 정중히 거절을 해주기도 했다. 정중한 거절도 핀 트레이드의 빼놓을 수 없는 에티켓이다. 이렇게 아들은 첫 국제 캠포리였지만, 마지막 날까지 어디서든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핀 트레이드에 열심히 참여했다.
나는 이번 캠포리 기념핀이 아닌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핀 트레이드에 욕심이 났다. 하지만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었다. 어렵게 만난 핀 콜렉터. 그가 가지고 있던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핀을 얻기 위해 시간과 핀을 투자해 몇 개의 핀으로 교환에 성공했다. 다른 그 어떤 핀보다 더 가치 있고 기뻤다. 이렇게 기대했던 첫 국제 캠포리에서의 핀 트레이드를 나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다.
내가 적금까지 부어가며 국제 캠포리에 참가한 두 번째 이유는 세계 패스파인더 대원과 지도자들과 교류를 위해서였다.
다행히 이번 캠포리에서는 지역의 클럽에서 우리 일행을 호스팅했다. 내가 속한 클럽은 텍사주의 클럽이었다. 그들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했다. 대원과 지도자 그리고 목회자까지 10명 내외의 작은 클럽이었지만, 우리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경써주는 모습이 참 고마웠다. 어린대원들에게는 자상하게 먹거리를 챙겨주던 클럽대장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이었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진리 안에서 하나라는 것과 하늘에서 만날 것을 그리는 모습이 패스파인더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았다.
부스 격납고까지 가는 길은 멀었지만, 도중에 많은 클럽의 숙영지가 있어 다른 나라에서 온 대원, 지도자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짧은 기간이어서, 욕심만큼 많은 문화를 접하진 못했지만, 5년 뒤를 기약했다.
한국으로 복귀하는 길, 아들에게 물었다.
“5년 뒤에 또 올 거야?”
아들은 씩씩하게 “네”라고 외쳤다. 무엇이 좋았는지, 왜 또 오고 싶은지 이유는 묻지 않았다. 여행을 하지 않아서 맛있는 것, 아름다운 곳, 멋진 곳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들의 대답에 그냥 좋아서 웃었다.
이번 캠포리는 아빠가 선택하고, 5년 뒤 캠포리는 아들이 선택했지만, 이 모든 건 하나님이 나와 아들을 그리고 우리 모두를 선택하신 거였다. 진정한 패스파인더, 마스터가이더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도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또 5년 뒤를 꿈꾸며, 적금통장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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