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만 겨우 비닐로...’ 신남예배소의 태풍 후 첫 안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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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0.0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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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구에서 약 3억 원 피해 “고난 중 함께하시는 하나님 의지”
“뜻하지 않은 재해로 인해 역경과 시련을 견뎌야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성찰하며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으려 합니다. 고난 중에 함께 하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믿습니다”
10월의 첫 안식일이었던 지난 5일.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에 위치한 동중한합회 신남예배소(평신도지도자 김진선)를 찾았다.
신남마을은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2일과 3일 단 이틀 사이에 500mm 물폭탄이 쏟아 부었다. 시간당 최대 80㎜ 안팎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 일대에서 제일 높은 다락골 산자락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전체 55가구 중 47가구가 침수되고, 8가구는 아예 매몰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문해 복구상황을 점검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었던 게 다행이다.
재림성도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김진만 성도와 강천식 성도는 집이 무너져 새로 지어야 할 형편이다. 강영자 집사의 가옥도 산사태로 밀려든 토사에 대부분 파묻혔다. 김영자 집사는 중요한 생계수단인 자동차가 떠내려가 눈앞이 캄캄하다. 서건업 집사와 김순덕 성도의 집도 침수되면서 가재도구를 모두 교체해야 한다. 김진선 장로는 태풍 이후 아직도 파도가 가라앉지 않아 바다에 설치한 어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조차 못하고 있다. 이 교회에서만 6가구에서 최대 3억 원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화제는 단연 태풍이었다. 성도들은 예기치 않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지만, 건강하게 다시 만나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안도하며 웃음 지었다. 누군가는 “죽었다 살았다”고 표현했을 만큼 악몽 같은 이틀이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감사의 조건을 찾았다. 복구에 여념 없지만, 예배를 거르거나 소홀히 하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이들은 “이번 일을 겪으며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는 시편의 말씀이 계속 떠오른다. 우리의 처지는 암담하지만, 신앙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삶의 순간순간 만나는 실망의 경험은 어쩌면 변화와 회개의 기회일 수도 있다. 하나님을 의지하니 이마저도 은혜가 된다”고 입을 모아 고백했다.
예식담임으로 봉사하는 김익현 목사(동해노인복지관장)는 설교에서 요나의 삶을 반추하며, 하늘의 평안을 선물했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는 믿음의 가족들이 있음을 알고 용기를 얻기 바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막막하지만, 이 가운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교훈이 있을 것이다. 주님께서 넉넉한 힘과 능력을 주셔서 잘 극복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김 목사는 “이럴 때일수록 하나님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 그게 복된 인생의 지름길이다. ‘너는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그곳을 향해 외치라’는 요나를 향한 하나님의 명령처럼, 우리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고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논리다. 세상을 주관하시는 그리스도의 역사와 권능이 우리 모두에게 이전에 없던 새로운 회복을 주시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성도들은 이런 사건을 통해 믿음이 더욱 굳건해지길 소망했다. 이지선 집사는 “하나님께서 지켜주셨다는 말 외에는 다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집에 있자니 산사태 때문에 불안하고, 밖으로 나가자니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갈까 위험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 졸인 하룻밤이었다. 지금이야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무서웠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정애 집사는 “그나마 사람이 멀쩡한 게 어디냐”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리부었다. 물이 1m는 찬 거 같다. 양수기로 아무리 퍼내도 줄지를 않았다.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 할 수 조차 없다. 복구를 해야 하는데, 오늘도 비가 와서 걱정이다. 모든 상처가 하나님 안에서 어서 속히 아물길 바란다”고 두 손을 모았다.
김영자 집사는 “마을 복개천이 범람하면서 물결이 요동쳤다. 차가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걸 눈앞에서 보면서도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귀중품을 챙겨 나올 겨를도 없어 그저 성경만 비에 젖지 말라고 비닐로 꽁꽁 싸매 가방에 들고 나왔다. 안식일이 되니까 그나마 안정이 된다. 생계를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인데,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돌보심을 간구한다”고 말했다.
김순덕 성도는 “지붕에서는 비가 새고, 땅에서는 물이 역류해 솟구쳤다. 집이 산 밑에 있어 아이들은 산사태가 날까 걱정해 빨리 밖으로 나오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도 그냥 나갈 수는 없더라. 전기도 꺼져 칠흑 같이 어두운데, 혼자 손전등을 입에 물고 밤새 물을 퍼냈다. 여기저기 부딪히는 바람에 무릎과 손등에 상처가 나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다친 줄도 몰랐다. 더 큰 어려움이 없길 바랄 뿐”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이들은 자신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으면서 오히려 이재민을 먼저 걱정했다. 김진선 장로는 “많은 분들이 옷가지조차 변변히 챙겨 나오지 못했다. 침수피해가 커 자재도구는 거의 모두 교체해야 한다. 물이 빠지면서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진흙과 돌이 워낙 많이 쌓여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보일러를 가동하는데도 습기가 계속 차올라 집 안에 들어갈 수가 없다. 도와줘야 하는데 일손이 딸려 마음이 무겁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익현 목사는 “피해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아직까지 조사가 제한적이어서 정확한 피해정도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상당수 가구가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슬픔과 낙망에 빠진 이웃들이 하루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넉넉한 기도와 후원을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예배의 마지막 찬미는 380장이었다. ‘주 함께 하시네. 꼭 필요할 때에. 예수님 나를 지키시네. 꼭 필요할 때에’라는 가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와 닿았다. 창밖으로는 여전히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멀리에서 무언가를 싣고 나르는 중장비 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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