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고리] “가족이랑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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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9.1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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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군, 항암 치료 효과 서서히 ... 백혈구 수치 감소세
“엄마, 이번에 퇴원하면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이젠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싶어요”
아이는 요즘 들어 부쩍 치료가 끝나면 하고 싶은 일들을 입에 많이 올린다. 그럴 때면 엄마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럼~ 우리 아들, 건강해지면 뭐든 다 할 수 있지. 우리 가족 모두 놀이동산으로 소풍도 가고, 학교도 가고. 이제 거의 다 되었어. 조금만 참으면 돼. 알았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학교 이야기가 나오자 눈망울이 더욱 또렷해진다. 올해 여덟 살인 주원이는 또래 친구들과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인터넷강의로 학업을 대신해야 했다.
벌써 퇴원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요즘은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숙소에 머물며 통원치료를 받는다. 식사도 숙소에서 직접 조리해서 해결한다. 여러 가지로 낯설고 불편하지만 씩씩하게 참아낸다.
하지만 차에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할 만큼 체력이 떨어져 있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야 하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버거워할 때가 많다. 특히 병원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며 대기하는 건 무척 지치고 피곤하다. 하지만 킴리아 치료약이 도착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참아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항암 치료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어 감사하다. 백혈구 숫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의사선생님도 항암치료로 백혈구가 감소하고 있다며 기뻐한다. 하지만 그만큼 정상세포도 손상을 입었다. 수혈을 받고 면역수치도 바닥이라 감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엄마는 “안 그래도 무균실에 있다가 호텔로 가려니 걱정”이라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숙소 바닥이 카페트라 위생적이지 못한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병원 근처에는 딱히 머물만한 곳이 없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데다 주원이가 지금은 휠체어를 사용 중이라 이동도 쉽지 않아 병원을 오갈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그저 아이가 이 기간을 잘 버텨주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다.
통원치료에서는 주로 혈액검사 결과에 따라 수혈을 하고, 치료를 받는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척수천자가 예정돼 있었는데 혈액 수치가 낮아 취소됐다. 척수천자는 여러 가지 목적으로 시행한다. 척수천자를 하면 뇌척수액의 압력을 알 수 있고 세포, 단백, 당, 박테리아 등의 검사를 위해 뇌척수액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마취제, 항생제, 항암제 등의 투여를 위해 천자를 하기도 하고 척수 영상을 얻기 위한 방사선 비투과성 물질을 투여하기 위해 하기도 한다.
요즘은 거의 매일 서울에 있는 누나와 영상통화를 한다. 누나는 주원이에게 제일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누나의 학교생활, 앞으로 같이 하고 싶은 일들, 독일에서 치료받는 이야기 그리고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한국과의 시차도 있어 욕심껏 통화를 하지 못하는 게 속상하다.
올해 추석은 어쩔 수 없이 독일의 병원에서 지내야 한다. 내년엔 꼭 엄마 아빠 누나 그리고 할머니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들고 싶다. 주원이에게 장래희망이 무언지 넌지시 물었다.
“매번 바뀌기는 하는데요. 지금은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같이 사는 거요”
아홉 살 누나는 오늘밤 보름달을 보며, 어린 동생의 완쾌를 위해 기도할 것이다. 동생의 꿈이 하루 빨리 이뤄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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