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링링 직격탄’에 멈춰버린 조경철 성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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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9.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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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양봉시설 대부분 파손 ... 자동화 내검기 재설비 시급
늦은 나이에 만난 필리핀 출신 아내와 함께 다섯 아이를 낳아 알콩달콩 사는 다둥이 아빠인 그의 얼굴에 요즘 수심이 가득하다. 지난 6일과 7일 한반도 내륙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 ‘링링’의 피해 때문이다.
양봉을 위한 비가림 시설과 작업장으로 쓰던 천막 그리고 자동화 내검기 등 3000만원 가까이 투자해 갖춘 설비가 한순간에 쓰러졌다. 창고의 지붕도 강풍에 뜯겨져 날아가면서 천장이 뻥 뚫렸다. 일부 벌통이 파손되고, 벌이 죽으면서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전체 130개 벌통 중 30개가 쓸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조립식창고에 저장해 두었던 꿀이 손상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교회에 갔다 왔더니 이미 ‘난리’가 났더라고요. 창고에 있던 포장용 상자와 명절 출하용 선물세트가 다 뒤집히고, 양봉기구가 바람에 날아가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오후 들어 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교회에 연락하니 몇몇 분들이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와 벌통과 집기를 수습해주셨어요. 제가 몸이 불편하고,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아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성도들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태풍은 처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전에도 몇 번 자연재해를 겪은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큰 피해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 큰 천막이 온데간데없이 다 사라지고, 굵은 쇠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어져 넘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 지금도 그의 집 앞마당엔 뽑혀나간 철근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손실된 시설물은 모두 폐기해야 할 지경이다.
수습도 만만찮다. 그나마 눈에 띄는 자재만 정리해 놓았을 뿐,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추석 당일만 빼고는 연휴 내내 아이들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작업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당장 인부를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부담이다. 철근더미는 성인남성 둘이 들어야 할 만큼 무겁다. 사람을 쓰자니 막막하고, 안 쓰자니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다.
지금 단계에서 제일 시급한 건 자동화 내검기를 다시 설치하는 일이다. 내검기는 벌통을 리프트로 들어 올려 벌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 그동안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벌통을 옮겨주었는데, 이번에 폭삭 주저앉으면서 고철이 되어 버렸다. 아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데다,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걱정이 크다.
게다가 이제 곧 월동준비에 들어가는 꿀벌을 제때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동화시설이 필수적이다. 빚을 내서라도 다시 설치해야 하는데, 최소 800만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야 한다. 하루 속히 피해보상을 받아 복구를 해야 하지만 그나마도 법적 관계가 까다로워 어떻게 될지 모른다. 보상이 어느 정도나 가능할지, 지원규모가 얼마나 될지 아직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동안 알음알음 알아봤는데, 지방자치단체마다 규정이 다르더라고요. 양봉협회에 가입돼 있는지, 조합에 가입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복구비용을 차등 지원하는데, 저는 그런 단체에 가입하지 않았거든요. 몇몇 시설물은 관계 규정 때문에 지원이 어려울 거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양봉은 기간설비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래저래 고민입니다”
피해대책 이야기가 나오자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는 한동안 양봉을 그만 두었었다. 근래 들어 몸이 부쩍 안 좋아지고, 아내도 아이를 계속 낳고 키우다보니 손이 많이 가 일이 버거웠다. 그래서 5년 정도 양봉이 아닌, 다른 사업을 했다. 하지만 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지난 2년 동안 귀농가구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교육을 하면서 인연을 계속 이어왔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다시 양봉을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이런 일을 당했다. 복구하고 제대로 시설을 갖추려면 족히 2000만 원은 필요하다. 당장 대출도 받을 처지가 아니어서, 남아 있는 꿀을 하나라도 더 팔아 그 수익금으로 작업장을 다시 설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취약한 판로를 더 개척해야 할 형편이다.
조 씨는 얼마 전 ‘꽃과 꿀벌’이라는 이름의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다. 꽃과 꿀벌의 조화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업장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 부부가 생산한 꿀은 친환경 자연숙성 벌꿀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3일 만에 채밀해 숙성되지 않은 채로 인공농축 시킨 것과 달리 친환경적으로 기른 꿀벌들이 꽃에서 단물질(화밀)을 물고와 여러 날 동안 자연숙성을 해 밀봉된 상태로 생산한 질 좋은 꿀이다.
지역에서 로열젤리 작업의 일인자로 불리는 아내와 함께 대한민국 최고의 친환경 꿀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게 그의 꿈이다. 이를 위해 오늘도 전문자료와 서적을 꼼꼼히 살펴보며 더 깊이 연구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투병생활을 하면서 굴곡진 인생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재림신앙을 알고 참다운 기쁨과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죠. 이번 태풍을 바라보며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막을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우리 삶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하늘이 한층 맑게 개었다. 코끝을 간질이고 지나는 바람이 싱그러웠다. 그의 노란 벌통에도 다시 벌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윙윙 거리는 날개의 합창을 들으며 꿀벌에게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옆에 누군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었다.
“혹시, 선물이 필요한가요? 그렇다면 이번엔 친환경 자연숙성 벌꿀 어때요?”
■ 집에 혹시 꿀 필요하지 않아요? ■
주문 및 문의: 꽃과 꿀벌 조경철(☎ 010-8004-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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