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산사태로 폐허가 된 박제호 집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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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0.0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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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함께 살던 보금자리, 폭격 맞은 듯 초토화 ‘처참’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2일과 3일,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으로 전국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20여 가구(8일 자정 기준)의 재림성도 가정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뒤늦게 보고가 접수되는 가구가 늘고 있어 피해규모는 시간이 흐르며 더욱 커지고 있다.
영남합회 후포예배소에 출석하는 박제호 집사와 이명녀 집사도 이번 태풍 피해가구 중 하나다. 이들이 사는 곳은 경북 울진군 온정면의 산촌마을. 교회가 있는 후포리에서도 자동차로 20분 이상 가야 한다. 지난 5일 오후, 후포예배소(책임자 윤용균) 성도들과 함께 피해 현장을 찾았다.
마을로 향하는 곳곳에는 아직도 태풍이 남기고 간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맑고 시원한 물이 흘렀을 개울에는 어디선가 떠내려 온 장롱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껍질이 벗겨진 온갖 이름 모를 나무와 잡초가 지저분하게 뒤엉켜 있었다. 이런 곳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논을 끼고 흐르던 계곡은 범람해 삶의 터전을 하룻밤 사이에 모래밭으로 바꿔놓았다. 힘없이 쓰러져 바닥에 누운 벼는 흙더미와 잡목에 뒤덮인 채로 복구의 손길만 기다렸다. 시뻘건 황토빛으로 변한 저수지는 폭우에 물이 불어 언제 둑이 터질지 몰라 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상황이 더 심각했다. 도로는 엉망이었다. 성난 물살에 마을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은 허리가 끊겼다. 산사태로 토사가 무너져 내려 아찔한 곡예운전을 해야 했다. 강풍과 장대비 공격을 받은 전봇대 역시 서 있기가 버거운 듯 위태롭게 버티고 있었다.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하는 지역은 수많은 장병과 자원봉사자가 동원돼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곳에는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박 집사의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굴삭기 한 대만 좁은 진입로를 막고 쉴 새 없이 토사와 낙석을 퍼 나르고 있을 뿐, 별다른 복구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도착한 현장의 상황은 매우 처참했다. 노부부가 손자와 함께 살던 보금자리는 산사태로 매몰됐다. 워낙 큰 피해를 입은 터라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믿음의 식구’들을 본 박제호 집사는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됐다. 정부에서 보상이 얼마나, 언제쯤 나올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막막하기만 할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성도들은 망연자실한 그의 손을 잡고 앞으로의 모든 과정에 주님께서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했다.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집회소를 이끄는 윤용균 장로는 “우리는 이 일에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숨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님께서 이 가정에 더 좋은 보금자리를 주실 것이다. 지금 당장은 마음이 아프지만, 하나님을 충실히 믿고 따르는 믿음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광자 집사는 “하나님만 믿고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스르길 바란다. 재산은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되찾기 힘들다.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긴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어깨를 토닥였다.
최숙희 집사 부부는 “위기의 때가 기회의 때라고 하잖나. 어려운 상황일수록 인간이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크게 역사하실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분께 매달렸으면 좋겠다. 사고가 나기 바로 직전, 하나님께서 생명을 지켜주시고 보호해주신 것만 해도 얼마나 큰 은혜인가”라고 말했다.
이인범 집사는 “두 분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믿음 안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연약하기 때문에 고난에 빠지면 뭐든지 놔 버리고 싶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은 희망을 보게 된다. 피해를 입었지만, 주님의 돌보심과 인도로 하루 빨리 재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차정자 집사는 “얼마나 놀랐겠나”라고 되물으며 “사람의 능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우리가 믿는 권능의 하나님은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다시 용기를 내길 바란다. 앞길을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만 바라보고 생애하길 바란다. 시련 중에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서 두 분의 여생을 평탄케 인도하실 줄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포예배소 성도들은 태풍으로 어려움에 빠진 이재민을 위해 국내외 재림성도들이 정성을 모아주길 당부했다.
윤용균 장로는 “곁에서 지켜보면서 한없이 마음이 무겁다. 사실 평균출석인원이 20명 남짓한 우리 교회에서는 저렇게 큰 피해를 당한 분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지난여름, 본당을 리모델링하는 바람에 교회 살림도 빠듯한 형편이다. 게다가 낡은 승합차도 바꿔야 하는데 여유가 없다. 집을 새로 짓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이는데, 여러 성도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번 태풍으로 후포예배소에서는 박 집사 가정 외에 유복준 성도와 황은희 성도가 폭우로 가재도구가 잠기는 침수피해를 당했다. 어려움에 처한 성도들을 위한 관심과 나눔, 이웃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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