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Interview-e] ‘은빛 화음’ 앤솔로지 플루트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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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싱그럽고 푸릇푸릇한 6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삼육대 대강당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건물 바로 앞까지 주차 대기 차량이 몰려들 정도로 인파가 붐볐다. 안내 봉사자들의 움직임도 그만큼 바빠졌다. ‘앤솔로지 플루트 앙상블’(단장 김은경)의 창단 20주년 기념 연주회가 열린 날이다.
‘플루트’만이 가진 고운 소리가 가득 채워질 삼육동 대강당에서 휴일 저녁을 마무리하는 일은 왠지 모를 기대감을 갖게 했다. 관객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출입문으로 들어서는 이들의 걸음이 강당 안으로, 안으로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김선미 아나운서의 사회로 문을 연 음악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드레스를 차려입고 무대에 오른 멤버들이 일제히 은빛 악기를 들어올렸다. 첫 호흡을 들이마시기 위해 그들의 어깨가 들썩일 때, 드디어 첫 음이 흘러나오며 고요한 무대를 가득 채울 때, 선율에 맞춰 몸짓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천상의 소리가 공간을 풍성히 채워나갔다.
‘앤솔로지’는 ‘꽃을 따서 모은 것’, ‘꽃다발’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엔톨로기아’에서 유래한 말. 여러 작가의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시를 모은 ‘시 모음집’을 뜻한다. 꽃과 노래가 존재하는 목적은 마음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듯, 마음의 기쁨과 즐거움의 원천은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잘 반영한 이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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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명 이상의 전문 플루티스트로 이뤄진 앙상블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동안 단장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김은경 교수의 제자 중심으로 구성됐고, 이제 막 음악대학을 졸업한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졌다. 현재 전문음악가로 활동하는 이도 있고, 유치원 교사, 간호사, 사업가, 목사로서 각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과 하나님을 향하는 마음을 아름다운 화음으로 모아 꾸준히 활동해 왔다.
그동안 100여 곳의 교회와 학교, 병원 등을 찾아 화음을 선물했다. 노원문화예술회관, 부산예술의전당, KBS홀, 꿈의숲아트센터, 서울코엑스오디토리움, 영산아트홀 등 국내 굴지의 무대에서도 연주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필리핀, 대만 등 국외 선교지에 초청되어 지역민을 위한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마케도냐 장학기금 마련 음악회, 인도 선교지 후원 음악회, 몽골 가족 농장 지원 음악회, 인도 직업훈련학교 후원 음악회 등을 통해 선교기금을 마련하고 전달했다.
특별히 ‘20주년 기념음악회’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는 김은경 단장은 “이번 공연에 정말 많은 분이 와주셔서 놀랐다. 1000명 가까운 관객이 찾아왔고, 많은 분이 후원에 동참해 주셨다. 덕분에 삼육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1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0년간의 활동 중 가장 어려웠던 때는 아무래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일 수 없을 때였다. 2019년 연주회 이후 교회 방문도 할 수 없어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단원 모두가 하나님 안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며 점차 발전한 것은 분명 감사할 일이다.
“안식일에 정읍이나 상주 같은 먼 지역에서 초청받으면 삼육대학교에서 새벽 4시에 모여 출발합니다. 혹여 한 명이라도 못 일어나거나 혹은 늦을까 봐 지방에 가는 날에는 새벽에 서로 깨워줍니다. 3시 이전에 일어나 늦은 밤이 되어 귀가하고 나면 피곤하긴 합니다. 그러나 교우분들께 많은 사랑을 받고 옵니다. 먹을 것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 하고 문밖까지 나와 배웅해 주시며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은 저희가 계속 활동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할지어다”라는 시편 말씀처럼 ‘악기로 드리는 찬양’과 정기연주회로 후원금을 마련해 해외 선교자금과 장학금을 마련하는 ‘음악선교사’라는 두 가지 사명은 창단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목표였다.
김 단장은 “앞으로는 병원이나 복지관 같은 곳에 ‘찾아가는 음악회’를 할 예정이다. ‘20주년 기념 음악회’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한 것인데 음악적 배경을 설명하니 관객의 이해도를 높여 더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관객과 더 소통하고 싶단다.
장기적으로는 ‘앤솔로지 플루트 페스티벌’을 개최해 플루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과 함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다 함께 플루트로 찬양하는 값진 시간을 마련해 보고 싶은 꿈이 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더 많은 사람이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고 싶다는 멤버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김 단장은 “단원들이 모여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지방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지출이 있지만 각자 사비를 들여 ‘음악선교사’로서 활동하는 단원들에게 하나님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복을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찬양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의 작은 헌신이 지역교회와 기관의 선교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다시 우리에게 더 큰 힘으로 돌아온다”며 선교 사명과 사역 의지를 보였다.
이어 “단원들이 공연을 하기 위해 모여 연습하는 동안, 지방에 다녀오는 동안 우리를 대신해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살림을 도와주신 부모님과 남편 덕분에 음악선교사역을 이어올 수 있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도움과 헌신이 없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음악선교사역을 지속할 수 있게 독자들이 기도로, 혹은 다른 방법으로 후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건넸다.
이날 공연에서 헨델의 ‘파사칼리아’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특별히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곱고 가녀린 줄만 알았던 플루트 소리가 청중의 마음을 하늘로 들어올리는 힘을 발휘했다. 누구든, 어떤 재능을 통해서든 하나님을 전하는 사역에 동참할 수 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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