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이국헌 교수...재림교회 교육에서 삼육교육의 역사적, 실천적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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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0.1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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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헌(삼육대학교, 신학과)
1. 들어가는 글
미국에서 재림교회가 조직된 후 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교육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이었다. 1868년에 교회 지도자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리뷰출판소 구내에 야간학교를 개설하였다. 이 학교는 오하이오 주 오벌린대학을 중퇴하고 공립학교 교사로 활동했던 굿러 하퍼 벨(Goodloe Harper Bell)의 지도 아래 에드슨 화이트, 존 캘로그 등 12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개설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교육은 1871년까지 산발적으로 운영되었을 뿐 지속성을 가지고 정상적인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교회 지도자들은 재림교인 자녀들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 따른 교육 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렌 화이트(Ellen White)는 1872년 교육에 관한 이상2)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로 1874년에 배틀크릭 대학이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재림교회 교육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재림교회 교육은 19세기 미국 사회에서 사회개혁운동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던 교육개혁의 환경 속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런 배경으로 인해 재림교회 교육은 근대교육이 강조하던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발달을 도모하는 전인교육의 이상을 담고 있다. 이 시기의 많은 교육기관들이 고전교육 형태로 운영됨으로써 전인적 발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재림교회가 내세운 교육 이념은 매우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그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교육학적 동력을 담고 있는 매우 이상적인 교육 이념이었다.
이런 이념에 기초해서 지난 150년 동안 재림교회 교육은 발달해왔다. 교육 사업은 재림교회가 중점을 두고 전개해 온 4대 사업 중 하나였다. 이로 인해서 세계 교회로 성장한 재림교회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115개의 고등교육기관을 포함해 총 8,515개의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중심의 교회로 발전해왔다.
이처럼 교육기관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재림교회 교육 사업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교육 사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이로 인한 재림교회 교육의 위기 요인들이 증대하고 있다. 특별히 사회적 격변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재림교회 교육기관들이 추구하는 삼육교육의 정체성과 재림교회 교육 사업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면 지적 환경과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삼육교 육기관들의 경쟁력 문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기관의 지속가능성 문제, 전문화된 교육환경 속에서 전문 자격과 능력을 갖춘 교원 수급 문제, 교육기관의 세속화에 따른 이념 교육과정 운영 문제, 고비용 운영을 위한 교육재정 확보 문제 등으로 인한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연합회 행정위원회에서는 미래 삼육교육 연구위원회의 연구보고서가 제안되었다. 초등, 중등, 고등분과에서 연구한 연구보고서에는 이런 문제들이 자세하게 제시되었다.
이런 모든 도전적 문제의 중심에는 재림교회 교육의 정체성에 따른 교육이념 구현에 대한 본질적 문제가 있다. 재림교회의 교육 사업은 재림교회 구속 사업에 대한 재림교회의 성서적 이해에 기초해 피교육자들로 하여금 하나님 형상을 회복시키는 것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이 교육 사업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삼육 교육, 즉 신체와 지성과 영성의 균형진 발달을 도모하는 전인교육을 교육 철학으로 제시하고 있다. 재림교회는 바로 이런 철학과 목적에 따라서 지금까지 150여 년간 마지막 시대의 교육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런데 21세기 재림교회 교육기관들이 이 철학과 목적을 온전히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무게 있게 제시되고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성찰적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림교회 교육 기관이 구현해야 할 교육 철학 및 교육 목적이 무엇인지 역사적으로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재림교회 교육의 철학과 목적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한국에서의 재림교회 교육을 대표하는 삼육교육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재림교회가 21세기 역사적 문맥에서 교육의 목적을 충실하게 구현하려면 삼육교육의 본질 및 역사적 의미를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런 연구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재림교회 내에서 삼육교육의 정체성과 이념에 대한 연구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전개되어 왔다. 대표적인 연구물로는 삼육대학교 소속 학자들에 의해서 정리된 삼육교육이념 정의집이 있다.
그러나 삼육교육의 의미를 19세기 미국 사회개혁 의제로서의 교육 개혁과 연관된 재림교회 교육의 출현 배경과 한국에서의 삼육교육이 21세기 사회적 문맥 안에서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는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연구 방향에 초점을 맞춰 삼육교육의 역사적, 실천적 재구성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2. 19세기 미국의 교육개혁과 재림교회 교육 철학의 이해
재림교회 교육(Adventist Education)은 1872년 1월에 받은 엘렌 화이트의 “교육에 관한 이상”(증언 22호)에 기초해서 시작되었다. “적합한 교육”(Proper Education)이라는 타이틀로 기록된 이 글에서 화이트는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신체적, 지적, 도덕적, 종교적 교육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이트는 19세기 미국사회에서 대부분의 교육 기관들이 비좁은 교실 환경에서 학생들을 수업시키는 문제를 포함해서, 가정교육의 중요성과 학생들의 육체노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교육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런 내용들은 당시 미국사회에서 사회개혁운동의 일환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던 교육개혁의 내용과 유사한 것이었다.
19세기 미국사회에서의 교육 개혁은 유럽사회의 근대주의 교육철학의 흐름을 반영한 운동이었다. 근대주의 교육철학은 계몽주의의 발달과 더불어서 로크, 루소, 칸트, 페스탈로치 등의 교육 사상에 기초해서 발전하였다. 이들은 자연주의적 원칙에 입각해 인간의 본성을 계발하는 것을 교육의 중심 목적으로 삼았다. 따라서 인간의 가진 자연적인 능력, 즉 정신적·도덕적·신체적 능력을 계발하여 이상적인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 전인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9) 여기에서 근대주의 교육철학으로서 지·덕·체 삼육 교육의 형식이 등장한다. 정신과 도덕과 신체의 능력을 계발한다는 삼육 교육의 원형은 플라톤과 같은 그리스 사상가들로부터 기인하지만 이런 교육철학을 사회과학적으로 적용시킨 것은 근대주의 사상이 형성되는 바로 이 시기부터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근대 교육사상가들은 인간중심적 교육사상 구축, 공교육 시스템 설계, 교육방법론 개발 등을 통해 교육을 통한 사회개혁을 추진하였고, 이런 개혁의 의지는 19세기 유럽의 사회적 유토피아 사상과 맞물려 확장되었다.
교육을 통한 사회개혁의 의지를 가장 체계적인 사회학적 목표로 제시한 인물은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였다. 사회진화론으로 유명한 그는 『교육』이란 저서에서 적절한 교육을 통해 고차원적 사회질서가 지속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유용성에 기초한 교육으로 지육, 덕육, 체육의 삼육교육론을 전개하였다.
스펜서의 저서는 동양에서 전인교육을 지·덕·체 삼육 교육으로 이해하게 해 주는 사상적 배경이 되었다. 전인교육에 기초한 교육 개혁운동은 19세기 초 미국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개혁운동의 일환이 되었다. 1820년대 잭슨식 민주주의가 확립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공교육시스템 구축 등 교육 환경 개선이 절실한 이슈가 되었다. 민주주의 아래서 모든 남성들이 참정권을 가지려면 일정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힘을 받게 되면서 1830년대부터 뉴잉글랜드 지역에 교육 부흥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 교육개혁운동을 주도한 인물은 호러스 맨(Horace Mann)이었다.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이었던 그는 1837년에 주 정부에서 설립한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민주적 공교육제도 수립에 앞장섰고, 초등학생들을 위한 의무교육 제도를 만드는 등 교육 개혁에 앞장섰다.
호러스 맨의 교육개혁은 제도 개선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고전교육 중심의 교육과정을 근대교육 형태로 바꾸는 것까지 확장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전인교육의 일환으로 노작교육(Manual Labor)을 강조하는 운동이 전개되었다. 1831년에 노작교육 추진협회(Society for Promoting Manual Labor)가 창설되었고, 시어도어 D. 윌드(Theodore D. Weld)가 대표에 취임하였다. 이 협회는 “활기 있는 유용한 활동 습관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활력을 더하기 위해” 창설된 것으로 신체 교육 강화를 앞세운 교육개혁의 의지를 드러내주고 있다. 이 운동을 가장 철저하게 실천하면서 교육 개혁을 이끈 곳은 오하이오 주의 오벌린 대학(Oberlin College)이었다. 이 대학의 설립 목적은 “최상의 전인교육을 목적으로 지성(intellectual) 뿐만 아니라 신체(body)와 정신(heart)을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설립자는 기록하고 있다.
엘렌 화이트가 교육에 관한 이상을 받은 것은 이런 교육 개혁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기였다. 그녀의 글이나 재림교회 초기 선구자들의 글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엘렌 화이트의 교육에 관한 권면들은 당시 미국사회에서 널리 전개되던 교육 개혁운동과 노선을 같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엘렌 화이트가 교육에서 강조한 핵심 내용은 전인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지식 교육은 물론이고 도덕교육과 신체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근대교육 사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엘렌 화이트의 교육철학은 참된 교육에 대한 그녀의 정의에서 잘 묘사되고 있다. “참된 교육은 전인(the whole being)과 관계가 있으며,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의 전 기간(the whole period)에 걸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신체(physical)와 정신(mental)과 영적(spiritual) 능력의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는 것이다.”
이 유명한 표현에는 근대교육 사상에서 강조하고 있는 전인교육과 평생교육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특별히 전인교육과 관련해서 엘렌 화이트의 독특한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전인교육을 “체(體)·지(知)·영(靈)의 조화로운 발달”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근대교육사상가들의 가르침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학자들은 지·덕·체의 삼육 교육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영적 지도자로서 엘렌 화이트는 도덕성(morality)이라는 인본주의적 요소를 영성(spirituality)으로 확대하여 종교적 교육철학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사상을 통해서 화이트는 “physical, mental, and spiritual nature”를 강조하였다. 전인의 요소를 이런 형태로 표현한 내용이 그녀의 글에서 690회 등장한다.
그러나 더 많은 부분에서 전인을 “physical, mental, moral”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진정한 교육은 신체적(physical), 정신적(mental), 도덕적(moral) 훈련(training)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화이트의 글에서 전인과 관련한 이 표현은 1,441번 나타나는 것으로 검색된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인간이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능력을 상실한 것에 대한 표현에서 대부분 등장한다. 화이트의 표현을 신중하게 분석해보면, 인간이 전인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설명할 때에는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이라는 표현을 조합해서 쓰고 있고, 이런 상태로부터 회복되기 위해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는 신체적, 정신적, 영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전인교육의 범주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표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그리고 종교적(혹은 영적) 교육”이라는 표현이다.
『그리스도인 교육』(Christian Education)에서 그녀는 적합한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신체적(physical), 정신적(mental), 도덕적(moral), 종교적(religious)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만일에 교사가 성실한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는 학생들의 육체적(physical), 정신적(mental), 도덕적(moral), 영적(spiritual) 교육에 동등한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라고 기록하기도 한다.18) 이런 표현에서 우리는 엘렌 화이트가 전인교육의 요소로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요소를 포함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표현들은 총 136번 등장한다.
이상의 내용들을 통해서 볼 때 엘렌 화이트의 교육 이상은 근대주의 교육사상가들의 지·덕·체라는 인본주의적 개념을 뛰어 넘어 영적 요소를 강조하는 종교적 개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그녀의 교육철학은 체·지·덕·영을 포괄하는 개념임을 이해할 수 있다. 특별히 그녀가 기록한 거의 모든 문장에서 전인의 요소는 신체적-정신적-도덕적-영적 순서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전인의 요소의 통합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위한 일관된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엘렌 화이트가 전인교육의 통합 요소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발달을 추구했다면, 이것을 삼육(三育)교육론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삼육교육론은 근대교육 사상가들에 의해서 강조되고, 스펜서에 의해서 정리된 지·덕·체의 조화로운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삼육교육론은 현재 한국의 삼육교육 이념으로 대표되고 있다. 그러나 삼육의 개념을 이 세 가지 발달 요소에 국한할 경우 재림교회 교육이념을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엘렌 화이트는 적합한 교육철학으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영적 발달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화이트는 지적(intelligent), 사회적(social) 존재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그들(부모)은 자녀들에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두려워하도록 가르쳐야 하고, 그들을 지적(intelligent)이고, 사회적(social)이며, 다정한(affectionate) 존재가 되도록 가르쳐야 하며, 산업(industry)과 경제(economic)와 자기부정의 습관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산업과 경제의 습관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화이트는 이런 내용들, 즉 “영리한 회계사, 능숙한 장인, 성공한 상인”을 만드는 기술적(technical) 지식을 참된 교사가 수행하는 “평범한(second-rate) 사역”으로 여기고 그런 교육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교육들이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엘렌 화이트의 교육철학은 신체적, 정신적, 영적 발달이라는 기본 요소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술적, 지적, 도덕적 발달을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림교회 교육은 이런 포괄적인 요소들을 아우르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한국에서의 삼육교육에 대한 역사적, 실천적 이해
19세기 엘렌 화이트에 의해서 시작된 재림교회 교육과 그 이념이 한국에서는 삼육 교육과 그 이념으로 전개되고 있다. 삼육교육은 한국에서의 재림교회 교육이념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삼육 교육은 지육, 덕육, 체육의 삼육을 토대로 한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교육론을 대표하는 명칭이다. 이 명칭은 세계 재림교회 안에서 일본과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재림교회의 교육이념은 “재림교회 교육”(Adventists Education)이라는 명칭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 등 한자문화권에서는 삼육교육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가? 삼육교 육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이며, 이 명칭에 기초해 어떤 교육을 실천해 오고 있는가? 본 연구는 이 명칭을 사용하게 된 역사적 이해와 이 명칭으로 전개되는 교육의 실천적 이해를 분석함으로써 삼육교육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먼저 재림교회 교육과 삼육 교육과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삼육교육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대주의 교육철학에서 발전해 19세기에 확립된 지·덕·체 교육사상으로부터 기인된 용어이다. 근대 전인교육의 요소를 지육(intellectual), 덕육(moral), 체육(physical)으로 강조한 학자는 이미 살펴본 것처럼 스펜서였다.
스펜서의 사상이 서양의 근대교육철학을 완전히 대표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서구사회가 진보적 유토피아의 실현이라는 사회진화론적 개념에 깊이 경도되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그의 교육사상이 끼친 영향을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의 근대교육철학이 지·덕·체의 균형 잡힌 교육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지식(intellectual)외에 페스탈로치의 정신(mental)과 감정(emotional), 헤르바르트의 도덕성(moral), 노작운동가들의 육체(physical) 등이 전인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었다. 이런 근대교육철학의 흐름에 따라서 엘렌 화이트도 재림교회 교육이상을 추구하면서 physical, mental, intellectual, emotional, moral, spiritual 등을 강조하였다. 이런 강조점들에 비추어볼 때 재림교회 교육이 스펜서에 의해 정리된 삼육교육론에 따른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재림교회 교육기관에서 재림교회 교육철학을 지·덕·체 삼육 교육으로 한정하는 경우는 없다. 실례로 북미지회 교육부는 재림교회 교육철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진정한 … 교육은 학문적인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포함한다. 그것은 한평생 지속되는 전인(the whole person), 즉 영적(spiritual), 육체적(physical), 지적(intellectual), 사회-감성적(social-emotional) 전인의 균형 있는 발전을 촉진한다.” 이 내용에서 재림교회교육철학이 지·덕·체 삼육교육에 한정한 개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재림교회 교육철학은 삼육 교육 개념을 포함해 좀 더 포괄적인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엘렌 화이트의 교육사상에서도 이미 그런 포괄성을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재림교회 교육이 삼육 교육으로 정착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삼육 교육의 역사적 이해를 통해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재림교회 교육은 1907년에 초대 선교사였던 스미스(William R. Smith)와 여선교사 샤펜버그(Mimi Scharffenberg, 史嚴泰)가 순안에 청소년 양성학교(Youth Training School)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학교는 1909년 9월에 설립인가를 신청하면서 “의명학교”로 명명하였다.
“의명”(義明)이란 “밝은 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재림교회 학교의 설립 목적을 반영한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초창기 한국 재림교회 교육 사업이 삼육교육으로 명명되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립자였던 스미스는 학교를 세우면서 “한국 선교사 양성 과정”(Korean Workers Training Course)로 표현하였는데, 이를 통해 순안의 첫 학교가 사역자 양성학교 개념으로 설립된 미인가 교육기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교회 지도부가 재림교회 교육기관의 운영 원칙과 교육 이상을 본격적으로 정립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였다. 일제 총독부는 조선의 식민지지배를 위해 교육령을 개정하여 교육기관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대. 1911년 “조선교육령”을 통해 인가 조건을 엄격하게 만들고, 1915년 “사립학교 규칙”을 통해 성경수업과 종교행사를 금지시키는 등 종교단체들의 교육기관들을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이에 조선대회 교육부는 1918년 「교회지남」 2월호부터 “믿음의 교육” 코너를 만들어 엘렌 화이트의 기별에 기초한 재림교회 교육 이상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강조된 것은 품성교육(도덕교육), 실용교육, 아동 및 청소년교육 등이었으나, 지·덕·체 삼육교육의 개념은 아직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1919년 통계에서 보여주는 12개의 소학교들의 명칭에서도 삼육(三育)이란 명칭은 등장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삼육”이란 명칭이 한국 재림교회 교육기관에 사용된 것은 1939년에 이르러서였다. 순안의명학교는 재림교회 유일의 중등교육기관으로 1937년까지 교단 소속으로 운영되었다. 교단의 발전과 더불어 사역자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1917년 신학교가 설치되고, 1920년에는 사범과도 증설되었다. 대총회의 지원 아래 현대식 교사(校舍), 기숙사, 농장 등을 갖추면서 근대교육기관으로 손색이 없는 학교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세속화의 거친 물결 속에서 재림교회의 교육이상을 구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교단 지도부는 1937년 7월에 의명학교를 순안지역의 유지들에게 양도하고, 1938년 4월에 서울에서 새로운 중등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름 없는 미인가 학교로 시작된 이 중등교육기관은 이듬해인 1939년 초에 면목리로 이전하여 교실, 사택, 기숙사 등을 건축한 후 9월부터 경성삼육원(京城三育院)이란 교명으로 중학교육과정을 운영하였다.
한국에서 재림교회 교육 사업이 진행된 지 30년이 넘은 시점에서 “삼육”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재림교회 역사를 역사학적으로 처음 정리한 이영린 교수는 경성삼육원이란 명칭이 “일본삼육학원(日本三育學院)의 본(本)을 따라” 지어진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28) 재림교회의 공식 명칭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第七日安息日耶蘇再臨敎)로 표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기관의 명칭에 “삼육”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도 일본 재림교회의 영향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일본 재림교회는 왜 “삼육”이란 명칭을 사용했을까?
이 명칭은 한자문화권에 속한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다. 가장 먼저 삼육이란 명칭을 학교명으로 사용한 곳은 중국이었다. 1910년에 중국에서 사역자 양성기관으로 설립된 재림교회 교육기관은 1913년에 상해(上海)로 학교를 옮긴 후 中華三育硏究社(Chung Hua San Yü Yen Chiu She, China Training Institute)로 명명하면서 삼육대학(三育大學)이란 명칭을 가지게 되었다. 재림교회 교육기관을 “삼육”으로 명기한 이 사례는 일본 재림교회 교육기관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에서의 교육 사업은 1989년 영어성서학원 형태로 도쿄에서 시작되었으며, 1914년에 일본 대회(Japan Mission) 본부를 아마누마(天沼)로 옮기면서 학교도 그리로 옮겨 아마누마학원(天沼學院)으로 명명하였다. 이 학원은 1926년에 남녀공학에서 남자와 여자들을 위한 학교로 각각 나눠지게 되는데 남자학교는 지바(千葉)로 옮겨 일본삼육학원(日本三育學院)으로 명명하고, 여자학교는 아마누마에 남아 일본삼육여학원(日本三育女學院)으로 명명하였다.
이렇게 해서 중국과 일본에서 재림교회 교육기관은 “삼육”이란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극동지역 국가들의 전례를 따라 삼육이란 명칭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일본과 한국에서 재림교회 교육을 삼육교육으로 명명하게 된 것은 엘렌 화이트의 교육사상을 삼육교육론과 일치시켰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20세기 초에 한자문화권에는 근대교육사상의 유입과 맞물려 삼육교육론이 중요한 교육철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서양에서 삼육교육 사상의 기원이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부터 시작되었듯이, 동양에서도 삼육을 골자로 한 전인교육 사상이 유교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은 이미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전인교육에 기초한 삼육교육사상이 근대 동양의 교육철학에서 본격적으로 제시되는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로, 이 시기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을 단행하면서 서양의 근대교육철학을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특별히 세키 신바치(尺振八)는 1880년에 스펜서의 책을 번역해서 사씨교육론(斯氏敎育論)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여 일본의 교육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외에도 영국과 미국과 독일에서 유학을 한 신지식인들이 일본의 교육학을 체계화하면서 지·덕·체 삼육교육론이 교육개혁의 키워드가 된다.
청일전쟁 이후 중국의 학자들은 일본의 근대교육사상을 적극 수용하기 시작했다. 근대국가로 발전한 일본의 비결이 교육개혁에 있음을 인지한 중국의 학자들은 일본의 교육학 서적들을 참고해서 중국의 교육사상을 정리하였는데, 특별히 헤르바르트 교육방법론과 허버트의 삼육교육론을 중심 사상으로 접목시켰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 따라서 일본과 중국에서 지·덕·체 삼육교육론은 근대교육의 중심 키워드가 되었다.
이런 주변 국가들의 근대교육사상은 19세기 말 개화가 조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별히 친일 세력이 주도한 갑오개혁(1894)과 더불어 고종은 「교육입국조서」를 발표하였는데, 여기서 근대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세 가지 교육 강령으로 덕양(德養), 체양(體養), 지양(智養)을 제시하였다.36) 유교적 전통에 입각한 삼육교육을 강조한 고종의 조서 발표 이후 여러 자료에서 삼육교육론이 본격 등장한다.
1906년에 김성희는 「대한자강회월보」에 “무릇 교육이라 하면 문자만 교수하는 것이 아니라 체육·덕육·지육 삼대강이 있으니”37)라는 삼육교육설을 게재하였고, 서우학회가 발간한 「서우」 창간호에서도 “만약 건전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지와 덕을 포함함)을 함께 갖추지 못하면 완전한 사람이라 말할 수 없으니 교육이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바이며”라는 설명과 더불어 “체육,” “덕육,” “지육”을 설명하고 있다.
1908년에 창간한 「기호흥학회월보」에서도 “교육의 목적은 사람의 체, 지, 덕 세 가지를 완전 발달케하여 능히 독립적인 인물이 되게 함에 있다함이 혹 가할 듯 하도다.”라고 삼육교육설을 제시하고 있다.39) 이런 사상의 흐름에 따라서 안창호의 발의로 조직된 신민회(1907년 조직)의 외곽단체인 청년학우회가 창립(1909년)될 때 신채호는 “청년학우회취지서”를 작성하면서 그 회의 목적을 “덕(德)·체(體)·지(智) 삼육(三育)을 연구(硏究)코 그 호미(好美)한 자(者)를 천이(踐履)하야 건전(建全)한 인물(人物)을 작성(作成)하”는 것으로 적시하였다.
이후 이 삼육교육론은 YMCA, 훙사단 등의 조직 강령에도 등장한다. 이처럼 20세기 초 구한말 지식인들은 일본과 중국의 근대교육사상과 같이 삼육교육사상을 공유하였으며, 그 사상은 교육개혁의 화두가 되었다.
재림교회 교육 사업을 추진하던 지도자들은 엘렌 화이트가 정의한 참된 교육, 즉 “신체(physical)와 정신(mental)과 영적(spiritual) 능력의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는” 교육을 당시 화두가 되었던 삼육교육사상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고 재림교회 교육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삼육교육임을 강조하기 위해 교육기관의 명칭으로 “삼육”을 사용하게 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엘렌 화이트의 교육사상에서 강조된 재림교회 교육사상과 한자문화권에서 강조한 근대교육사상으로서 삼육교육론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 엘렌 화이트가 강조한 신체적(physical)·정신적(mental)·영적(spiritual) 요소와 삼육교육론에서 제시하는 지(intellectual)·덕(moral)·체(physical)는 엄밀한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엘렌 화이트의 교육 목적과 스펜서에 의해 정립되고 일본과 중국과 한국에서 받아들인 지·덕·체의 개념에 나타난 교육목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엘렌 화이트의 경우 전인교육의 목적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위해 세속적인 교육으로부터 분리된 종교교육을 강조하기 위해 교육개혁을 추진하였다.
그래서 노작교육을 통한 신체적 발달과 종교교육을 통한 영적 발달 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근대교육 사상에 나타난 삼육교육론의 목적은 사회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진보를 추구하는 것이며, 그런 신인류의 양성으로 제국주의 시대에 국가의 부국강병과 자주독립을 꾀하는 것에 있다. 그래서 삼육교육론에서는 효율적 교육방법론에 따른 지식인 육성(intellectual)과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도덕적(moral) 인간 , 그리고 강인한 체력을 갖춘 시민 양성(physical)을 강조한다. 교육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과정 역시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것은 체육교육으로 엘렌 화이트는 노작을 통한 신체 육성을 강조한데 비해서 삼육교육론은 운동과 체조 등 스포츠를 통한 체육을 강조하였다.
둘째, 위의 차이점과 연계해서 엘렌 화이트는 근대주의 교육사상가들이 인본주의적 교육철학에 기초해서 제시한 지·정·의, 혹은 지·덕·체의 형식을 재림교회 교육철학에 맞게 의도적으로 수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화이트는 지식(intellectual) 대신에 정신(mental), 도덕(moral) 대신에 영(spiritual)을 전인교육 사상의 핵심 요소로 강조한다. 그녀의 교육사상에 나타난 전인의 요소는 근대주의 교육사상가들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성경 및 고대 그레코-로망 사상에서 강조한 인간에 대한 삼분법적 이해인 영(spirit)·혼(soul)·몸(body)에 훨씬 더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재림교회 학자들은 삼육교육이념을 설명할 때 지·덕·체보다는 지·영·체, 혹은 영·지·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엘렌 화이트는 교육이념을 “육체적, 정신적, 영적 능력의 균형진 발달을 위한 전인교육”으로 하고, 교육 목적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 본성”을 증진시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보고, 교육 목표를 참된 지식의 획득(intellectual), 건강한 신체의 계발(physical), 올바른 품성의 도야(moral), 이생과 내세를 위한 봉사(spiritual)로 규정하였다. 이처럼 분명한 교육사상을 전개하면서 당시 근대주의 교육철학과 차별화된 재림교회 교육이상을 확립하고 있기 때문에 지·덕·체의 개념을 보다 정신적이고, 종교적이며, 영적인 요소로 변화시키는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엘렌 화이트는 단지 신체적, 정신적, 영적 요소만을 강조하지 않았다. 이미 살펴본 것처럼 화이트는 이 외에도 사회적(social), 정서적(emotional), 기술적(technical), 도덕적(moral)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전인교육은 이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재림교회 교육은 지·덕·체 삼육에 국한되지 않고 좀 더 포괄적인 것이다. 물론 삼육교육론에서도 이런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보편화된 시대에 정착된 진보적 교육사상인 삼육교육론은 사회-이데올로기적으로 지·덕·체에 국한된 측면이 있다.
사실 이 삼육 개념은 고대 인간에 대한 삼분법적 이해인 영·혼·몸으로부터 시작해서 지·정·의, 지·덕·체 등의 형식으로 변모된 것이다. 20세기 중반에는 지·덕·체·기(技)가 강조되기도 했고, physical, social, mental, spiritual이 강조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인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개념은 시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역사적 문맥을 고려해 볼 때 지·덕·체 삼육교육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는 지배적인 개념이었지만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전인교육의 요소는 다양해지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교육개혁의 정신 속에서 시작된 엘렌 화이트의 교육사상은 그런 변화의 요인을 포괄하는 다양한 요소를 제시한다. 따라서 재림교회 교육은 지·덕·체의 개념을 넘어서 사회적 상황에 맞게 사회적, 정서적, 기술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 삼육교육론과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재림교회 교육을 삼육 교육으로 명명할 수 있는 사상적 의미는 무엇일까? 삼육교육론은 근대 한국의 교육개혁을 이끈 키워드로서 시대적 의미를 가진 용어였다. 한국 재림교회 지도자들은 이 키워드를 재림교회 교육이념인 영·지·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는 교육사상으로 재해석하여 교육 사업에 활용하였다. 이렇게 교육기관의 명칭과 더불어 삼육 사상을 교육이념의 중심으로 유지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인교육을 기반으로 한 일관된 교육철학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100여 년 간의 한국사회의 변동 요인을 고려해 볼 때 일관된 교육철학을 가지고 교육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재림교회 교육기관들은 “삼육”이란 학교 명칭으로 뚜렷한 교육철학과 정체성을 유지한 채 종교교육과 노작교육 등을 중심으로 한 전인교육을 추구하여 현재와 같은 교육사업의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런 점에서 한국 재림교회의 삼육 교육은 근대 삼육교육론을 재림교회 교육철학에 맞게 재해석하여 우리 사회에서 인성을 기반으로 한 전인교육을 대표하는 교육 브랜드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사상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삼육 교육이 직면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특별히 삼육 교육이 당면한 여러 과제들 중에서 가장 쟁점이되고 있는 요소는 교육이념 및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다. 삼육 교육의 확고한 정체성은 자칫 변화에 뒤처지는 요인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삼육 교육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부정적 이해는 삼육교육, 즉 재림교회 교육의 철학적 본질을 실천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재림교회 교육철학에서 강조하는 전인의 조화로운 교육은 영·지·체의 삼육 이념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 요소는 사회적 변화에 맞게 확장될 수 있는 역동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엘렌 화이트의 교육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그 개념은 단지 세 가지 요소에 머물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다른 요소들로 확대될 수 있다. 영적(spiritual) 요소는 도덕적(moral) 요소를 포괄하며, 정신적(mental) 요소는 지적(intellectual), 기술적(technical) 요소를 포괄하며, 신체적(physical) 요소는 사회-정서적(social-emotional), 육체적(physical) 요소를 포괄한다.48) 이런 포괄적 관점에서 볼 때 삼육 교육은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전인교육이 될 수 있다. 삼육 교육기관들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본질적 3가지 요소를 넘어 6 가지 요소로 확대된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을 다양하게 적용하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시대에 부합하는 삼육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적 확장성이 엘렌 화이트의 재림교회 교육사상에 제시되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4. 나가는 글
재림교회 교육 사업은 19세기 중반 이후에 미국의 사회개혁운동의 흐름과 연계해서 시작되었다. 엘렌 화이트는 1872년에 교육에 관한 이상을 받고 신체와 정신과 영적 능력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는 참된 교육을 재림교회 교육이상으로 제시하고 교육 사업을 추진하였다. 기본적으로 화이트의 교육사상은 19세기 미국의 교육개혁가들이 강조했던 근대교육의 맥락 속에서 발전하였다. 그러나 근대주의 교육사상이 계몽주의적 인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를 종교교육을 기반으로 한 사상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지·덕·체의 개념을 지·영·체의 개념으로 강조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전인교육, 종교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등을 교육사상의 중심으로 제시하였다.
이런 화이트의 교육사상에 기초해서 한국에서 삼육교육이 전개되었다. 한국에서 재림교회 교육을 “삼육”이란 용어로 브랜드화한 것은 이 용어가 근대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우수성을 드러내주는 중심 개념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재림교회 지도자들은 지·덕·체 삼육교육론의 시대성을 받아들여 삼육을 교육 브랜드화하고 그 내용은 엘렌 화이트의 방식대로 지·영·체 혹은 영·지·체로 바꾸어 전인교육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교육 사업을 추진하였다. 이 삼육의 개념은 전인을 구성하는 인간 구조의 세 요소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확장적 개념임을 엘렌 화이트의 교육사상에서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19세기 엘렌 화이트가 강조했던 재림교회 교육사상의 본질을 분석하고, 한국에서 삼육교육의 역사적 의미와 실천적 이해를 확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현재 한국 삼육 교육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개념을 제시해보고자 했다. 이 연구에서 제시된 이론적, 실천적 개념들이 각급 삼육학교들에서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마련된다면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삼육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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