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명성교회 부자 세습 인정에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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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09.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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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사유화 조장” 질타 ... “명성교회 살리고 한국 교회 죽었다” 개탄
총회의 결정이 난지 이틀이 지났지만,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상위에 ‘명성교회’가 랭크되는 등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는 2015년 12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뒤 그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2017년 목회직을 세습하면서 불거졌다. 2년여의 논란 끝에 교단 재판국은 지난달 초 교단 헌법의 목회직 세습 금지 조항에 근거해 명성교회 부자 세습은 무효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예장통합 총회는 재판국의 판결은 판결대로 인정하면서도, 김하나 목사가 2021년부터 담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누구도 교회법이나 국가법에 근거해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결정도 함께 내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질타와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교단이 만든 ‘세습금지법’과 이에 기반한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스스로 무력화하고, 교회의 사유화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갈등의 전면에 섰던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이 나자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다른 교회는 (세습이)안 되지만 명성은 된다는 이 결정은 도대체 어느 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힘 있고 돈 있는 교회는 교단 헌법도 초월한다는 극단적 우상 숭배의 추악한 행위라는 것 외에는 오늘의 이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수습안은 존재 자체가 모순이며 향후 교단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다. 수습방안은 교회법과 국가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으나 이는 일반 교인들에겐 무용지물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반 사회법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더욱 강한 투쟁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는 것만이, 삐뚤어진 교회와 교단을 살리는 길이라 믿고 계속해서 투쟁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자 교계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명성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교회세습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연합체인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도 26일 발표한 논평에서 “개 교회 권한이나 민주적 절차였다고 주장해도 헌법을 위반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삼환·김하나 목사 부자와 일부 세습지지 교인들은 헌법과 판결을 묵살하고 명성교회를 불법 점거해오고 있다”며 명성교회 위임목사 세습은 불법이라고 단언했다.
세반연은 “보여주는 화해에 집착하고 대형 교회는 살려줘야 한다는 어리석은 마음이 초래한 결과다.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계한 사람들, 또 그대로 따라준 사람들은 스스로 지혜롭게 해결했다고 자부할지도 모르지만, 참으로 우둔한 결정을 했다. 이 끔찍한 불의와 부정에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더욱 실망할 것이고 이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신교 법조인 약 500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CLF)는 ‘그래도 세습은 위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설령 헌법의 하위 규범인 헌법 시행규칙에 사임 또는 은퇴 5년 후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한다고 해도 그 조항은 교단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무효이다. 예장통합 총회의 이번 결정은 교단의 최고법인 헌법에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 사람들도 재심판결을 전해 듣고 한국 교회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보았는데, 예장통합 총회는 그 불씨를 짓이겨 꺼버리는 결정을 했다. 이번 결정은 교단의 헌법은 물론이고, 세상의 상식도 무시하는 결정이다. 이번 결정을 보면서 우리는 한국 교회가 짠맛을 잃어서 쓸 데 없어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 세상을 썩게 하는 존재가 돼 버린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예장통합 총회)결정이 결코 정의롭지 못하고 한국 교회의 심각한 퇴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김삼환 목사와 명성교회의 금권과 위세에 굴복해 교단 헌법을 부정하고 절차법을 무시한 예장통합 총회는 즉각 결의를 철회하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의 부자세습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리자 교계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사진은 명성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과 네티즌 등 사회적 비판도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신도 10만의 힘? 명성교회 세습 허용에 소송도 금지시켰다’라는 제목의 관련 기사에서 “예장 통합 교단의 이같은 의결은 국내 교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목회직 세습 관행에 사실상 합법적으로 길을 열어주게 됐다. 교단은 이번 의결로 세습금지법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습위원회가 “수습안은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것이므로 누구든 교회법이나 사회법으로 고소고발의 소제기 등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을 두고 “더는 문제 삼지 말라는 뜻을 선포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은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명성교회 부자세습 허용’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예장통합 총회의 결정은)영혼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교회마저 기업을 물려주듯 대물림해도 된다고 승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교단 헌법마저 무시한 초법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크다. 명성교회 세습을 보장해주기 위해 법과 상식을 팽개쳤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교단이 이런 무리한 결정을 한 것은 명성교회의 위세에 굴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예장통합 교단의 이번 결정은 교회 세습에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한국 교회의 퇴행이 더욱 심해질까 걱정된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가 세속의 탐욕으로 일그러지는 것은 교회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교인들을 교회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하는 일임을 교계는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네티즌들은 “교회는 사업장이 아니다” “명성교회를 살리고 한국 교회는 죽었다” “한국 개신교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이제라도 회개해야 한다” “이러니 멀쩡하게 신앙생활 잘 하는 사람까지 싸잡아 ‘개독’이라고 욕을 먹는다” “이제 교회세습은 계속될 것이며, 소형 교회는 직격탄을 맞아 무너질 것이다. 교회의 세속화는 가속화되어 성직자들도 정치인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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