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사] 별새꽃돌과학관 손경상 이사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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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19.10.3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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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위한 어머니 사랑 같은 마음으로 설립 ... 공존의 행복 전하고 싶어”
그날은 1999년 5월 5일,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처음 과학관 터를 마주했습니다. 마치 거대한 바다처럼 펼쳐진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결심했습니다. 자식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 같은 마음으로 이 시대의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창조신앙을 전하는 과학관을 세우겠다고.
그동안 우리 과학관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패를 드리다보니 마음이 좀 이상했습니다. 솔직히 제가 이곳을 설립하고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는 있지만, 이미 기증을 한 상태고, 저 역시 한 명의 후원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그동안 이 기관에 얼마나 많은 재산을 투자했는지 궁금해 합니다. 저도 10여 년 전까지는 계산을 했는데, 그 뒤로는 생각하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모릅니다. 당시의 기억으로 20억 원이 넘었던 것으로 압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 돈을 갖고 땅을 샀으면 수백 억 자산가가 됐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대학동기들이나 치과의사들 단톡방에 과학관의 소식을 알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반응은 ‘저 친구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옳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그게 맞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 터를 가꾸기 위해 20대 중반의 젊은 교사들과 밤을 지새우며 땀 흘리던 때가 제 나이 37살이었습니다. 개관 후 처음 1년 동안은 밤 12시 이전엔 불이 꺼진 적이 없습니다. 낮에는 포클레인과 손으로 직접 돌밭을 갈아 일궜고, 밤에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실제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때가 저의 일생에서 제일 행복했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습니다. 제일 힘든 시절은 1990년 개원해서 이 과학관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이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던 시기였습니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이 과학관을 짓기 위해 그동안 모아뒀던 적금을 해지하고, 병원건물을 짓기 위해 샀던 부지도 팔고, 재산을 하나둘 처분했습니다. 신기한 건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수록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돈이 모아질 때 불행하고, 재산이 텅 빌 때 행복감이 커졌습니다. 그런 마음을 우리의 자라나는 미래 세대와 나누기 위해 자연탐사 과학관을 세웠습니다.
그간 누적인원 30만 명이라는 적잖은 교육생이 다녀갔습니다. 과학단체, 각 시도 교육청, 특별캠프 위탁 등 많은 전문가와 교육현장의 관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어린 학생은 물론, 인솔교사와 장학사로부터 자연탐사 교육의 훌륭함을 인정받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연을 통한 인성교육이 이렇게 큰 효과가 있는 줄 미처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지나친 경쟁에 빠져 있습니다. 자신만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그것이 행복인 줄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새꽃돌과학관은 다릅니다. 자연을 통해 공존의 행복을 가르칩니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게 우리 모두가 함께 추구해야 할 행복임을 제시합니다.
철학박사 과정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사상의 줄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철학> 과목을 공부하던 중, 초기 대한민국 교육의 기초를 놓은 분들의 대다수가 미국 콜롬비아대학의 교육철학자인 존 듀이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존 듀이의 철학은 철저하게 ‘실용주의’ 교육을 표방합니다. 그는 경쟁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중요하게 여기는 진화론적 사상과 실용주의를 접목해 자신의 교육철학을 완성합니다.
경쟁은 단기간에는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수만 행복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청소년이 이 같은 경쟁적 사고로 인해 힘들어 하는 걸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인식이 급변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과학관을 세우고 처음에는 저도 강의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슬라이드 자료를 보여주며 “여러분, 행복하기 위해서는 뭐가 있으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대다수가 ‘사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똑같은 슬라이드 자료, 똑같은 질문에 ‘사랑’ 대신 ‘돈’이라는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이 왜곡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가슴 아픈 현상이었습니다.
별새꽃돌과학관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자연을 통한 인간의 행복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자연은 생존경쟁의 장이라는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으려 합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제 일생의 남은 기간 동안 이 과학관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우선 별새꽃돌과학관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교육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위해 과학관 교육을 무료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에 담긴 행복의 원리를 많은 사람이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행복 가치’가 자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약육강식의 세상이라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도와주는 희생과 봉사, 조화와 협동의 관계입니다. 사람들이 천연계처럼 서로 공존하고 상생하며 진정한 행복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우리는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걸 실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기도를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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