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스크! 방진 마스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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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1.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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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알 화산 피해지역 이재민 지속적 지원 호소
학교는 휴교령으로 문을 닫았고, 아이들은 자원봉사 선생님의 지도로 틈틈이 공부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어린 동생을 돌봐야한다.
한쪽에는 구호단체에서 보낸 헌옷이 산더미처럼 수북이 쌓여있다. 이것저것 들춰보고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맘에 들거나 입을만한 건 그리 많지 않다.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애써 옷을 고르던 앳된 소녀의 눈가에 실망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지난 20일 아드라필리핀의 안내로 찾은 바일린지역의 어느 따알 화산 이재민 대피소의 광경이다. 현지 아드라 관계자는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재림교회 지역사회봉사회와 아드라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변변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했다.
아드라 활동가 에일린 씨는 "이마저도 연계가 되지 않거나 여태 알려지지 않은 곳에는 더 많은 사람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 답답한 건 이런 생활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대피소에 수용된 한 이재민은 "시멘트나 벽돌로 튼튼하게 지은 집은 괜찮지만, 나무집은 모두 무너졌다. 어떤 이들은 그저 천막으로 얼기설기 움막을 짓고 임시로 살고 있다.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은 현재 제일 필요한 것으로 방진 마스크를 꼽는다. 며칠 전 비가 왔지만, 곳곳에 쌓인 화산재를 모두 씻어갈 정도로 흡족한 양은 아니었다. 그나마도 다시 해가 나며 말라붙어 바람이 불 때마다 분진을 날리고 있다.
실제로 건물의 간판에는 아직도 털어내지 않은 화산재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지붕은 잿빛으로 변한지 오래다. 아름드리 나무는 분진을 뒤집어 쓴 채 서 있고, 바람이 불면 송진가루 날리듯 화산재를 쏟아낸다.
파인애플 등 제철을 맞은 과일과 채소는 화산재에 뒤덮여 어느것 하나 수확할 수 없게 됐다. 부지런히 일손을 들여 주변을 청소해 보지만, 지붕부터 쓸어 내려와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흙먼지와 화산재가 뒤섞인 탓에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인터뷰를 위해 앉아있는 사이 탁자에 금세 분진이 뽀얗게 내려앉았다. 하도 의아해 "이게 원래 그런 거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핸드폰케이스에 묻은 먼지를 손수건으로 몇 번이고 닦아내야 했다.
건강에 이상증세를 보인 사람도 많다. 특히 화산재가 계속 분출되고, 분진이 바람에 날리며 호흡기나 기관지가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에게서 고통을 호소하는 이가 적잖다.
다행히 화산이 소강상태에 들고 분화가 잦아들면서 현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때 끊겼던 수도와 전기시설도 이제는 거의 복구됐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큰 비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주민들은 "비가 어중간하게 왔다가는 오히려 화산재가 진흙처럼 엉겨붙으며 배수구와 하수구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큰 비가 와야 한다. 우기가 시작되는 5월 말이나 6월까지 이 상황을 지속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분간 마스크가 계속 필요한 이유다. 아드라코리아는 아드라 인터네셔널과 함께 방진마스크와 구난 키트를 준비해 초동 지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곳에 따라서는 일회용마스크를 빨아서 재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직 정부나 NGO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마을에서는 수건과 스카프 심지어 티슈와 안대로 마스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드라코리아는 필리핀 따알 화산 피해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구호물품과 후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 아드라 후원계좌
우리은행 005-102-116811 (사)아드라코리아
농협 301-0113-8372-21(사)아드라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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