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나눈 사랑’ 동중한 봉평교회, 안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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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3.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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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교체형 면마스크 만들어 기증 ... 한 발 앞선 ‘착한 마스크 나눔’
봉평교회는 지난 6일부터 필터교체형 면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고 있다.
우선 교회가 운영하는 영어성서원에 다니는 원아와 학부모들에게 선물했다. 디딤돌 프로젝트로 시작한 ‘숲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과 부모에게도 전달했다. 지난해 전도회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구도자들도 빠뜨릴 수 없다. 기왕 하는 김에 좀 더 넉넉한 양을 만들어 봉평면사무소에도 기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봉평면에서는 처음으로 면마스크를 기부한 일이어서 더욱 뜻 깊었다.
마스크는 이보람 사모를 주축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많은 인원이 모이는 건 가급적 지양했다. 박장규 목사가 면을 재단하고, 빳빳하게 다림질을 하면 봉사자들은 원단을 끈과 함께 재봉틀로 이어 붙였다. 영어성서원의 필리핀인 선교사도 한몫 거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지만, 팔을 걷고 나섰다. 취지에 공감한 구도자도 좋은 일에 함께 하고 싶다며 자신의 재봉틀을 직접 가져와 힘을 보탰다. 이렇게 만든 게 벌써 300개가 넘는다.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보건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요즘, 어떻게 하면 개인위생과 방역을 대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예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보람 사모가 취미로 틈틈이 봉제를 배워둔 게 큰 도움이 됐다. 동영상 공유서비스에서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고, 몇 번 연습하니 금세 손에 익었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직접 대면해 전달하지 않고, 사전에 전화로 미리 연락해 세대의 우체통에 ‘배달’해 주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다소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일회용은 아니어도 이회용은 될 거”라는 가벼운 농담과 함께 전달했다. 주민들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깜짝 선물’을 받은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했다. 답례품으로 음료수와 먹거리를 내놓는 손길도 있었다.
봉평교회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당분간 이 활동을 계속할 마음이다. 한동안은 마스크 수요도 계속 있을 거 같다. 요며칠은 자재 구하기가 쉽지 않아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박 목사는 “감사하게도 교인들께서 지역사회 필요한 곳에 먼저 공급한 후, 우리가 사용할 것을 만들자며 양보해 주셨다. 이번에 오는 원단으로는 봉평교회 성도들을 위한 마스크를 만들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성도들은 “교회에서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며 오히려 손사래를 쳤다. 다음 마스크가 어디로 가서 요긴하게 쓰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상비용 보건마스크 이웃에 선뜻 ... “그냥 그게 더 나을 거 같아서”
사회적으로 보건마스크 공급이 부족해지자 일각에서는 감염에 취약한 이들을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자는 ‘착한 마스크 나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중한합회 안흥교회 박성원 목사는 자신이 갖고 있던 마스크를 이 지역 취약계층 주민들을 위해 선뜻 기부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박 목사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진원으로 코로나19 확산사태가 촉발되기 이전, 가정상비용 보건마스크를 사 두었다. 당시만 해도 시골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진정되면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넉넉하게 구비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초유의 감염병은 대구.경북 지역을 뒤덮었고, 곧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바이러스가 비말(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 빚어졌다. 안흥도 마찬가지였다. 인구 3000명 남짓한 면 소재지 시골에서 조차 마스크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였다. 약국마다 길게 줄을 서야 했고, 그나마도 금세 동났다. 여기저기서 난리라며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커져갔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층 노인인데다, 외부에서 사다 줄 형편도 아니어 더 걱정이었다.
심지어 일회용 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하거나 새카맣게 오염 되었는데도 궁여지책으로 계속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어렵게라도 구한 사람은 행운”이라며 밀려드는 공포감에도 마스크를 쓰지 못한 채 일상을 보내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박 목사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집에 보관하고 있던 보건마스크를 모두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내놓았다. 자신과 가족은 불편하더라도 면마스크를 빨아 사용하기로 했다. 소식을 듣고 감동을 받은 지인이 어렵사리 구한 마스크를 보내주기도 했다.
안흥교회 성도들도 선행에 동참했다. 교회는 격주로 진행하던 반찬나눔 봉사활동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할 수 없게 되자 천연 손청결제와 떡을 만들어 대상자와 구도자들에게 나눴다. 기부 받은 보건마스크도 잊지 않고 봉투에 챙겨 넣었다. 소그룹별 담당 지역으로 흩어져 직접 전달했다. 이렇게 구도자를 포함한 30여명이 도움을 받았다. 특히 환자와 노약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주민들은 “교회에서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주니 정말 고맙고 감동”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흥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앞으로도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계속 할 마음이다. 특히 이러한 감화력 사역을 구도자와의 접촉점으로 삼아 영혼구원의 연결고리가 되게 하겠다는 다짐이다. 지금은 비록 다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구도자들과 계속 선한 관계를 맺고, 이웃사랑을 실천해 머잖아 그들을 교회로 인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박 목사는 ‘마스크가 없으면 불안할 텐데, 어떻게 자기 것을 선뜻 이웃에게 내어줄 생각을 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냥 그게 더 나을 거 같아서”라고 단순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좋으신 하나님께서 나누니까 넉넉하게 채워주시더라고요”라고 했다. 그는 이번 주 안식일 오후에도 마을에 사는 독거노인과 취약계층 주민들을 찾아가 후원 받은 보건마스크를 선물할 예정이다.
#봉평교회필터교체형면마스크기증 #안흥교회착한마스크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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