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코로나 시대, 그 이후의 리더십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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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교수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04.3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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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신앙 및 세계관 재점검해야”
장병호 목사(삼육대 명예교수)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인류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세기적인 대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삽시간에 “백성과 족속과 방언과 나라”(계 11:9)를 덮친 바이러스 대재앙은 인간의 지혜와 지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근대 세계의 철옹성(鐵甕城)질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여 그 아집(我執)환경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심지어 종교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부분 영향이 미치지 않은 영역이 없을 정도다.
안타까운 것은 모세의 지도력 하에 고센 땅에서 하나님의 보호를 받았던 이스라엘 민족들(출 8:22, 23)과는 달리,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분의 소유된 백성”(벧전 2:9)으로 자랑하며 차별성을 강조했던 지금의 재림성도들조차 이번 대재앙으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19는 지상의 남은무리인 재림교회도 그 공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대총회를 비롯한 13개의 지회와 두 개의 직할 연합회[중동, 중국], 그리고 이스라엘 필드 역시 재택근무를 실시했거나 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일선 교회도 집단 공중 예배를 온라인이나 영상 예배로 대체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다수의 재림신자가 감염됐고, 그들 중 여러 명이 사망했으며, 심지어 목회자도 그 가운데 포함돼 있다. 이런 위기의 때와 이후에 재림교회 지도자들의 지도력 유형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열악해지고 있는 교회와 교단의 선교환경을 돌아보며 모든 신자들이 믿고 따르는 지도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런 위기의 때에 지도자의 지도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지금의 재림교회가 필요로 하는 지도력을 “종말론적 위기관리형 지도력”(Eschatological Risk Management Leadership/ERML)으로 명명하고자 한다. 이 지도력의 우선권은 재림교회에 주어진 마지막 기별에 확고히 서는 것이다.
■ 종말론적 지도력(eschatological leadership)과 정체성(Identity)의 재점검
포스트 코비드(Post-COVID) 세계는 많은 면에서 재림교회에 새로운 역할을 할 지도자와 지도력을 필요로 할 것이 분명하다. 세속적 이익집단이나 공권력을 갖고 있는 국가나 사회의 공공, 공익 행정 조직과는 달리, 진리를 추구하는 자유 공동체(요 8:32)적 가치관을 가진 지도자로 그 구성원들의 영적 자발성의 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성적 이해와 영적 공감대 위에 도덕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명쾌한 판단력을 가진 종말론적이면서도 상호 협력적인 지도력(eschatological cooperative leadership) 역시 필요 될 것이다.
개개인의 생존전략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번에 인류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는 국경, 인종, 이념을 초월한 무차별 공격을 통해 인간이 설정한 낙관적 희망에 대한 인본주의적 가설(humanistic presupposition)을 속수무책(束手無策),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고 있다.
교단의 생존과 생사를 가늠하는 이 위기적 상황에서 교회가 어떻게 선교사명을 감당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심각한 거교회적 기도운동[대총회의 100일 기도]을 통해 운명을 건 행정적 결단을 내리도록 강요하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선 개개인뿐 아니라 조직과 질서의 붕괴까지 염두에 두게 만든 이번 위기는 성도들 개개인이 어떤 존재이며, 운명의 운동(movement of destiny)을 실천하고 있는 남은무리 신앙공동체에서 지도자들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행스런 것은 이 위기 속에서 빛난 지성적 공감대는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에 무엇을 할 것인가?’ 보다 ‘과연 우리는 이 위기의 때에 어떤 존재적 가치로 세기적 재앙을 겪는 이웃과 세계에 기여할 것인가?’란 자문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정체성(identity)을 재확인할 필요성이 부각된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기의 역사는 언제나 인류에게 목적론적 가치(teleological value)보다 존재론적 가치(existential value)에 우선권을 두어 왔다. 무엇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역사적 위기를 경험하면서 재림교회와 신앙의 존재론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신앙과 세계관(felt-need worldview)을 가지고 있는지를 지도자들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독교는 발생 초기부터 조금씩 세상과 타협하기 시작하면서 그 존재론적 가치와 목적론적 가치를 조금씩 양보해 오다가 본래의 출현과 존재 가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종교 암흑기(medieval dark ages)가 시작됐고, 급기야는 변질된 정치적 종교단체(political religious entity)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말세를 만난 우리에게 기독교 역사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고전 10:11)이 되어야 하지만 어느새 재림교인들도 샤머니즘과 통합된 개신교회의 기복(祈福)신앙 공동체적 생활문화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경향을 보면서 어쩌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재림교회의 정체성을 재확인하도록 교회 지도자들을 강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수 24:15).
지도자들이 눈 여겨 봐야할 것이 있다면 교회의 선교와 목회 분위기일 것이다. 근래에 이르러 교회 내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끼는 용어가 있다면 ‘재림’ ‘심판’ ‘계시록’ ‘하늘나라’(새 하늘과 새 땅/ 신천지) 등의 종말과 관련된 직접적인 단어들인 것 같다. 다양한 이유가 더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 사건의 주 관심지였던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됐던 바이러스의 대량 확산의 도화선이 된 신천지교인들과 그들의 신앙과 전도방법으로 인해 더욱 증폭된 것 같다. 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다.
불발로 끝났지만, 1992년 가을[10월 22일]에 다미선교회에 소속된 목회자와 신자들은 자신들이 휴거(携擧)하게 될 것이라며 그 모습을 공중파 방송 기자들이 실황중계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이 빗나가므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런 일련의 극단적인 종말론자들의 영향으로 재림교회 역시 그들과 유사한 유유상종(類類相從) 신흥종교나 이단성을 지닌 기독교의 한 종파로 간주됐다.
또한 1844년 가을의 대실망 사건과 연관 지어 극단적인 종말론과 시기파의 발생 근원지로 오해 받기까지 했다. 그 후 많은 재림신자와 목회 지도자 사이에 종말과 관련된 직접적인 용어를 사용하거나 관련 기별을 전하는 것을 은연중에 기피하거나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진 것 같다.
이런 현상은 극단적인 신흥기독교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책임이 신자 개개인의 주변적 영향에 있다기 보다 지도자, 특히 목회자들의 목회 사상과 그들의 선교지도력의 일반화(generalize) 현상에서 온 것이 아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선교 지평을 넓히기 위한 소통의 일환으로 이해하려는 면도 없지 않지만, 교단의 존립 목적과 관련된 종말론적 정체성에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CT 323). 이번의 전염병 사건은 어쩌면 재림교회와 성도들의 시대적 정체성을 회복하는 호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치 2001년 9월 11에 있었던 미국의 무역센터(WTC) 테러 이후 기독교인들이 미국에서 급격히 증가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인 인구가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그 현상이 시각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을지라도 어쩌면 지구의 종말과 인간 개개인의 종말에 대한 강제적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재림교회의 종말론적 기별에 대한 거부감이 이전보다는 다소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 종말론적 남은무리 모티프 지도력(eschatological remnant-motif leadership) 확립
재림교회 지도자들의 또다른 급선무는 태생적 종말 사관에 뿌리를 내린 재림교회의 성경적 신학(Bible-based theology)과 선교 운동적 신앙(Adventist movement faith)으로 백성들을 이끌어가는 지도력의 확립이다.
이 지도력은 초기에 재림교회 역사에서 명명된 운명의 운동(Movement of Destiny)의 효율성 증진을 위해 초기의 지도자들이 가졌던 종말론적 남은무리 유형의 지도력(eschatological remnant-motif leadership)이다.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리적 이슈 중 하나이지만 재림교회는 그 출발 자체가 2300주야[년]와 1260년[한 때 두 때 반 때]이라는 예언적인 마지막 때에 기초해 세상의 종말이 가까웠으며, 이미 “심판이 이르렀다”는 종말론적인 때(time)의 기별, 곧 재림기별을 선포하므로 시작된 종말론적 남은무리(eschatological remnant)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계 11:2; 13:5; 14:6-12; 단 8:14: 9:24-27; 12:7).
아울러 1860년대 초반에 유형교회로의 조직의 근간을 이룬 재림교회는 역사의 마지막에 부름을 받은 남은교회(remnant church)로서, 이 세 천사의 기별을 선포해야 할 사명을 부여 받은 특별한 백성이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했다(단 2:31-33; 7:20-26; 8:14; 9:24-27; 계 12:6, 14, 17; 13:11-18; 14:6-12; 18:1-4).
이들은 또한 성경연구를 통해 1840년대의 재림 사상의 출현과 1860년대의 조직을 갖춘 유형교회로서의 등장 이전에 이미 “구약 시대의 하나님의 백성들을 계승하여 우리는 세상에서 불러내신 바 되었”(기본교리 12장)다며 교리 중 하나에 그들의 출현의 역사성을 명시하므로 단순히 십자가운동과 개신교개혁운동 밥상에 수저 하나 올려놓았다는 신흥기독교단체(sectarian)로 간주되는 것을 부정한다.
더 나아가 재림교회는 “마지막 시대 즉 배도가 만연한 시대에, 한 남은자손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며 예수의 믿음을 지키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단언적 선언에서 자신들을 종말론적 남은무리임을 분명히 한다(기본교리 13장). 이 모든 전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남은무리 성도들은 긴박한 종말론적 기별과 종말론적 신앙, 그리고 종말론적 선교에 여전히 그 뿌리를 둔 교단의 종말론적 정체성을 오히려 더 강조하고 다지는 역동적인 지도력의 필요성을 담고 있다.
대총회 산하에 있는 재림교회성경연구소(BRI)의 부책임자인 게르하르트 판들(Gerhard Pfandl)에 따르면 “마지막 세대의 남은 자[the end-time remnant]를 확인하는 표”라는 자신의 논문에서 계시록 12장은 마지막 시대에 남은 자가 존재할 것임을 분명히 할 뿐만 아니라 다음의 5가지의 특성을 재림교회가 마지막 시대의 종말론적인 남은무리[남은교회]라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두고 있다.
1)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을 지킨다(12:17), 2) 그들은 예수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12:17), 3) 그들은 인내하는 백성이다(14:12), 4) 그들은 예수 믿음을 가지고 있다(14:12), 5) 그들은 특별한 기별인 세 천사의 기별을 선포한다(계 14:6-12).(Toward a Theology of the REMNANT, 139, 140)
이와 관련해 엘렌 G. 화잇은 재림교회의 출현과 그 존재적 가치의 선명성을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들이며 우리는 이 이름에 대하여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진리와 의를 위하여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Manuscript, 106, 1903; 2SM 384).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인들은, 그들이 혼란 가운데 멸망해가는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무리라고 믿고 있다.”(사건, 7).
코로나 사건은 재림교회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종말론적 기별로 무장한 재림교회가 세상을 향해 마지막이 가까웠다는 기별을 전하는 하나님의 진정한 남은무리라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단합시키는 지도력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것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만일 나팔이 분명치 못한 소리를 내면 누가 전쟁을 예비하리요”(고전 14:8).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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