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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옹기가 이은 韓-크로아티아 우정의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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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12.0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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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센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 발만사와 ‘미력옹기’ 방문
다미르 쿠센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가 보성 미력옹기를 찾아 교류를 나눴다. 사진은 옹기를 빚는 이학수 장로의 모습.
장인의 손길이 흙을 빚을 때마다 푸른 눈의 신사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보잘 것 없는 붉은 흙덩이가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타고 점차 항아리 형태를 갖춰가자 “브라보!” “판타스틱!”을 연발하며 박수를 쳤다. 그는 다음에 온다면 직접 옹기를 빚어보고 싶다며 재회를 기약했다.

다미르 쿠센(Damir Kusen, Ph.D)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가 보성 미력옹기(대표 이학수 장로)를 찾아 교류를 나눴다. 그는 서중한 평신도실업인협회 산하 좋은이웃봉사회의 ‘발을 만지는 사람들’(단장 김만장 / 이하 발만사)을 찾아 특강을 하고, 삼육대와 공동협력을 희망하는 등 재림교회와 친밀한 관계를 맺은 대표적 외교관. 이번 만남도 ‘발만사’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쿠센 대사는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지난달 8일 전남 보성군 미력옹기를 방문해 이학수 장로, 이화영 집사 부부와 환담했다. 현장에는 발만사 회원들도 동석해 양 측 우호 증진의 가교 역할을 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단체봉사가 어렵게 되자 발마사지로 인연을 맺은 이웃들과 우정을 나누며 관계중심 생활전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이벤트도 그 일환으로 준비했다. 이충만 장로는 자신의 승용차로 쿠센 대사 일행의 1박2일 여정을 안내하는 등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다.

이학수 장로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7호 옹기장이다. 조선 숙종조(1674~1720)부터 300여년 9대째 우리 전통옹기만을 제작 전승해 온 명인이다. 1995년부터 2013년까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옹기장 전수조교로 활동했으며, 2013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옹기장으로 지정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일한 남도 고유의 쳇바퀴타래(판장질) 기법으로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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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로 부부가 직접 채취해 준비한 쑥차를 마시며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담소를 나눈 쿠센 대사는 “차의 향기가 참 좋다. 정성이 담긴 그릇이라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그는 옹기와 도자기의 차이, 옹기의 기능과 특성 등 궁금한 점을 물으며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특히 약 40분 동안 진행한 이 장로의 옹기 제작 시연을 참관하면서 “이건 예술이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장로는 “올해로 옹기를 빚은 지 45년째다. 지금까지 아마 수십 만 점의 작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옹기는 인체에 도움을 주는 통기성이 있어 들숨날숨을 쉬므로 음식물의 신선도가 유지되고, 정화와 방부기능이 뛰어나 숙성과 저장용기로 제격이다. 문화재다 보니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모양보다는 전승해 온 모양을 기본 바탕으로 제작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생활양식이 바뀌며 모양과 쓰임새도 현대인의 문화에 맞춰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크로아티아는 무척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전통을 가진 나라로 알고 있다. 특히 국기와 축구가 인상적”이라며 “오늘 처음 만나는 생면부지의 사람인데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정겹다. 반가움을 넘어 친해지고 싶다”고 인사했다.  

쿠센 대사는 이화영 집사가 그린 한국민화 작품에도 오랜 동안 눈길을 두며 “매우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민화는 조선시대 민초들의 해학적인 손놀림으로 익살스러움과 소박함을 회화적 터치와 파격으로 그린 그림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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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집사는 우청 김생수 선생에게 전통채색화 민화 사사했다. 대한민국 전통채색화협회 회장과 한국 전통채색화 작가협의회장을 역임하는 등 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견작가다. 국내는 물론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어 우리 조상의 온고지신 마음이 담긴 그림을 선보여 왔다. 현재도 전통채색화연구소를 운영하며 창작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쿠센 대사는 크로아티아의 민화를 핸드폰 사진으로 보여주며 “크로아티아도 민화에 관심이 매우 높다. 자그레브에 가면 민화전문박물관이 따로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이어 ‘한글’ ‘금강산’ ‘왕실 행차’ 등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을 감상하며, 서로의 예술관을 교환했다.  

이 집사는 “어려운 시절일수록 민초들의 지혜와 서정이 담긴 그림은 미래를 낙관하게 하고, 희망을 잃지 않게 한다. 한국의 민화에는 꿈과 소망을 격식이나 관습의 얽매임 없이 원초적 색감으로 형상화하는 기본 바탕이 담겨있다. 그러한 색채와 조형성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꿈을 표현한다. 그게 작가로서 나의 사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안내한 김만장(발만사 단장) 장로는 “호주 대사로 근무할 당시, 자국 대통령이 방문했는데 그때 어느 재림교회 목회자 가정에서 매우 감동적인 환대를 해 줬다고 한다. 그 뒤로 세계 어디를 가나 재림교회와 교인들에게 대단히 호의적이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지난 4월 크로아티아에서 예정됐던 ‘유럽 태권도선수권대회’에 우리 ‘발만사’ 봉사단을 초청해주는 등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 교단이 해야 할 일을 앞장서서 도와주는 분”이라며 고마워했다.  

News_10249_file3_v.png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교류를 나눈 쿠센 대사는 “2년 전 부임한 뒤로 한국 국민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 참 감사하고 좋다. 그동안 한국의 자연을 많이 접했는데, 오늘은 이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특별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의 대사”라고 활짝 웃었다.

주한 유럽국가 대사모임의 이사를 맡고 있는 쿠센 대사는 “다음에 다른 나라 대사들과 일정을 맞춰 꼭 다시 방문하겠다. 그때는 직접 옹기를 만들어보겠다”며 유대를 계속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국과 크로아티아의 민간 문화교류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다음에 크로아티아에서 두 분의 전시회를 할 수 있도록 연계하면 좋겠다. 반드시 그런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직접 만든 옹기 찻잔세트를 선물한 이 장로 부부도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면 여기서 옹기 축제를 할 생각이다. 그때 꼭 초청하겠다”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위대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 유럽의 외교관과 만나 서로 우호 증진의 다리를 놓는 훈훈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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