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④] 박지은 선교사와의 랜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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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0.12.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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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과 함께라면 모든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처음에는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자신한다. 낯설고 물선 환경이 약간 불편해도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여서 견딜 수 있었다.
그는 벌써부터 다른 청년들에게 1000명선교사를 추천하기에 바쁘다. 간증의 목소리에서 영적 에너지가 느껴진다.
“솔직히 선교사로 지원하기 전까지 엄청 편한 삶을 살았어요. 돈 걱정도 안하고, 원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세상이 너무 편했습니다. 가끔은 하나님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고, 뭐든지 저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선교사가 된 후 ‘우리에게 하나님이 얼마나 필요한지’ ‘우리의 죄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됐죠. 날이 갈수록 예수님 재림의 시간이 더 가까워지는 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마냥 편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그 ‘사인’은 보이지 않아요. 우리가 편한 삶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원합니다”
짧은 고백에서 그의 삶이 1000명선교사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이 배우고 성장해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던 다짐을 벌써 얼마간은 이룬 듯하다.
<송년특집 – 55기 1000명선교사와의 랜선 인터뷰> 네 번째 주인공은 지난 6월 23일부터 바탕가스에서 봉사하고 있는 박지은 선교사다.
▲ 그동안 주로 어떤 사역과 활동을 했나요?
- 저희 선교지가 꽤 크고 넓다보니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케어그룹’이라는 소그룹을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집집방문할 때에 혈압측정기로 혈압을 체크해주며 이웃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안식일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가톨릭 신자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함께 예배드리고 성경을 공부하며 재림기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이제는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이 됐습니다.
▲ 언제까지 사역하게 되나요? 앞으로의 선교사 일정을 말씀해 주세요.
- 2021년 1월 14일까지 사역할 예정입니다. 활동을 마치기 전 지난 6일부터 19일까지 2주 동안 전도회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주에는 어린이성경학교를 열었어요. 원래는 10월 25일부터 하려고 준비했었는데, 태풍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록다운 때문에 연기했다가 이번에 진행했습니다.
둘째 주에는 성인 대상 전도회를 개최했는데, 코로나 속에도 매일 100명 이상의 사람이 참석해 그 중 3명의 귀한 영혼이 침례를 받고 거듭남을 입었습니다. 아직 침례를 받기에 준비가 안됐다는 사람이 많아서 전도회가 끝났지만, 지금도 거의 매일 밤에 만나 성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캠퍼스로 돌아가기 전, 침례식을 한 번 더 할 것 같은데, 이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번 달에 교회 건축을 다 마친 상황이어서 우리가 없더라도 교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선교사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 옆집 꼬마들과 ‘싸리싸리’라고 하는 구멍가게에 가는 것입니다. 저희 옆집에는 4살, 5살짜리 아이 두 명이 살고 있는데, 싸리싸리에 가자고 할 때면 너무나 밝고 활발한 표정으로 따라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나 날씨가 너무 무더워 피곤하고 지칠 때, 저는 이 아이들과 함께 싸리싸리에 가고는 합니다.
제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는 것과 간식을 고를 때 너무나 순수한 표현과 모습을 보여줄 때면 그간 알게 모르게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사라져요. 이 아이들의 해맑고 꾸밈없는 모습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이 예수님 안에서 잘 자라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선교지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어린이성경학교 스케줄을 잡는 일이었습니다. 10월 25일 성경학교를 시작했는데, 첫날 일정을 마무리 하자마자 이튿날부터 강한 태풍이 몰아쳐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한 주 미뤄 다시 일정을 잡았지만 매주 태풍이 불어왔습니다. 그렇게 네 차례의 태풍이 지나고 나서야 이제 겨우 성경학교를 시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평소 저희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희는 곧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성경학교 스케줄은 또 다시 기약 없이 연기해야 했습니다. 며칠 후 코로나에 걸렸다던 이웃이 재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게 됐습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초 예정했던 모든 일정을 취소한 뒤였고,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한 달간 주민 이동제한령이 발표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어린이성경학교도 미뤄야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또 다시 찾아올지 모릅니다. 사탄의 방해가 컸지만 저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승리하실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 반면,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인가요?
-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 저녁마다 이웃들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저희가 매 요일 다른 이웃집에 직접 찾아가 예배를 진행하죠. 예배 후에는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도 갖습니다. 이게 가장 보람찬 이유는 한 번도 본인의 집에서 예배를 드린 적이 없었다며 감동을 받고, 주변 사람들과 가족을 초대해 함께 예배를 드리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이 시간이 정말 보람 있고 행복합니다.
▲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파송됐습니다. 혹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나 걱정은 없었나요?
-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가 사역하는 지역이 도심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고, 깊은 곳에 있어서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편입니다. 그래도 늘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하고 있습니다. 선교지로 향하면서 ‘하나님과 함께라면 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준비해 주셨다’라는 마음으로 나아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혹시 현장에서 외국인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을까 염려가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제가 활동하는 지역의 이웃들은 외국인에게도 친절하고 정이 많아 처음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처음 집집방문 할 때는 좀 걱정이 됐지만, 방문할 때마다 무척 잘 대해주셔서 금방 친해지고 편해졌습니다.
▲ 하나님께서는 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왜 박지은 선교사를 이곳에 보내셨다고 생각하세요?
-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직업을 잃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선교사로 이곳이 보내진 이유가 그분들을 위로해주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그들과 더 친해져 하나님에 대해 전하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그리고 낯선 선교지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나요?
- 이 지역에 사는 분들은 정말 친절하고 활발합니다. 방문할 때마다 빈손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정이 많습니다. 한동안 못 보면 집에 와서 점심을 먹으라고 초대합니다. 자기가 먹을 음식도 부족하면서 절반은 꼭 챙겨주고, 우리가 지나가는 것을 보면 손목을 붙잡고 간식이라도 먹고 가라고 합니다. 언제나 우리의 말을 경청해주고, 혹여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흔쾌히 찾아와 살펴봅니다.
가끔은 우리보다 오히려 이들이 더 선교사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은 ‘Give and Take’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곳에서는 ‘Give and Give’라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빌리라 그리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로우시니라”는 누가복음 6장35절 말씀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웃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런 선한 품성을 갖고 있는 분들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더 사랑스러운 하나님의 자녀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 돌이켜보면 1000명선교사 활동은 박지은 선교사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나요?
-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성경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몰라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말씀묵상 하는 법을 배워 선교지에서도 날마다 말씀묵상을 열심히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막상 선교지에 오니 캠퍼스에서 보낸 시간들이 다 꿈만 같더라고요. 55기 동료 선교사들과 지냈던 시간이 무척이나 그립고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55기 선교사들과 연락을 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1000명선교사에서의 활동들이 좋은 추억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 만약 다시 이런 상황이 온다 해도 1000명선교사에 지원할 건가요?
- 인간적인 판단으로는 이런 상황에 지원하는 게 어렵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선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암담하고 희망이 없는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먼저 그리스도인 된 저와 모든 성도들에게 큰 특권입니다.
▲ 1000명선교사에 지원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어떤 점을 준비해야 할까요?
- 마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마음을 열 준비 말입니다. 성령님께서 우리의 마음에 없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다 헛된 것입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성령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지 않다면 모든 것은 실패하게 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성과를 이루고 싶어하고, 스스로 칭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아가 죽지 않으면 선교사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모든 마음을 열어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 사역 후 본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가요?
- 뜨거운 간증을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침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간증은 거절할 수 없는 것이죠.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사람을 살리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교사역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재림청년이 있습니다. 청년선교 활성화를 위해 교회와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우리의 모든 발걸음, 행동과 말투를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평범한 인간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제자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모습을 비추는 자들입니다. 우리의 모습은 세상과 달라야합니다. 평범한 사람과 다름없다면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재림교인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각자의 한 걸음이 하나님의 품성을 발표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타이틀을 쉽게 보면 안 됩니다. 우리는 삶을 살리는 말을 해야 하고, 생명을 살리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뛰어난 하나님의 자녀가 됩시다. 그리고 그런 재림청년이 될 수 있도록 성도들이 관심을 갖고 곁에서 든든하게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제 곧 활동을 마치게 될 텐데,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해주세요.
- 처음 선교지에 도착했을 때는 6개월이 정말 긴 시간 같았습니다. 그러나 곧 마친다는 생각을 하니 믿기지가 않아요. 처음에는 “와~ 너무나 긴 시간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은 기간 동안 한 사람이라도 더 하나님을 알게 해야 겠다”라는 각오가 생깁니다. 돌아가는 날까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끝으로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 주세요.
- 제가 선교사로 지원했을 때 저만 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가족들도 변하고 있었어요. 저를 위해 꼬박꼬박 기도해 주시고, 힘들 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가족 밖에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선교사가 되기 전에는 많이 속 썩였던 딸이었지만, 이곳에 와서 자랑스러운 딸이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항상 제 길을 응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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