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깎이 화가’의 첫 전시회 ... 홍수기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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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1.05.1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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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에 대학원 진학 “내 인생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주인공은 현재 삼육대 대학원 통합예술학과에서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홍수기(새로남쉼터예배소) 장로.
그는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삼육대박물관에서 ‘포용(包容)하다’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팬데믹과 세계적 불황으로 취업난과 경제적 빈곤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좌절과 무기력을 위로하고 회복하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40여 점이 선보인다. 절반 이상이 100호 크기의 대형 작품이다. 그 중에서도 2018년에 그린 ‘청평의 청록산’은 유독 눈길이 머문다. 복합적인 색감과 터치 그리고 새로운 구성의 콘셉트가 심상적으로 와 닿는다. 자연에서 마주한 일상의 풍경이 화가의 영감과 맞닿으며 인상적인 걸작으로 탄생했다. 유화붓으로 그린 첫 작품이어서 작가 자신에게도 애착이 간다.
틈틈이 취미생활로 붓을 잡아 온 그는 뒤늦게 재능을 발견하고 작가의 길을 들어섰다. 재작년 대학원에 입학해 통합예술교육콘텐츠 과정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화단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평단의 주목을 받은 건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다. 2016년 강남미술대전과 안견사랑미술대전에서 연거푸 상을 받았다. 그림을 그린 지 불과 7개월 만이었다. 이후로도 한국미술국제대전, 강원미술대전, 경기미술대전, 전국남농미술대전, 목우회 공모전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때부터 사물을 자신만의 색감으로 상충하는 화법을 구축했다. 정적인 현대인의 삶이 작가의 예민한 감정과 교감하며 추상적이면서도 인상적인 화풍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인생길도 그림만큼이나 독특하다. 사실 그는 기업인에서 화가로 탈바꿈한 색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 1970년대 후반 대구에서 섬유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밤낮이 없을 만큼 활황이었다. 그러나 과로가 겹치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1986년 모든 일을 접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강원도의 한 입산촌을 알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어 중도에 발길을 돌렸다. 이후 경기도 지역에 정착하면서 재림기별을 깨닫게 되었고, 일가족이 침례를 받으며 장현교회에 정착했다. 뉴스타트생활을 실천하면서 잃었던 건강도 서서히 되찾았다.
예전에 접었던 섬유디자인 사업을 다시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다. 하나님의 축복으로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를 자기 자신만 누리기보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삼육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과 교단 발전을 위해 헌신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노모를 모시며 여생을 재림의 소망 안에서 살 수 있도록 인도한 것은 자식된 도리를 넘어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찬 일이었다.
주님의 은혜로 모든 게 자리를 잘 잡았다. 그러던 중 은퇴와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유익한 일이 무얼까 깊이 고민했다. 결국 학업과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마침 20년 전, 아들이 사용하다 창고에 넣어뒀던 화구가 눈에 띄었다. 어쩌면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는 마음도 들었다. 이때부터 학업과 그림을 병행했다.
작업에 매진하며 주요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노력의 결실도 거뒀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강과 달란트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도 아들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셨다. 예술 활동은 인성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됐다. 거칠었던 성격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온화해지고 가족과 교우, 친구 등 주변을 더 사랑하며 부드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지극한 섭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일흔의 중반을 지나고 있지만, 홍 장로는 지금이 자기 인생의 전성기라고 말한다. 만약 3년만 더 젊었더라면 박사과정까지 도전했을 거라며 껄껄 웃는다. 이번 전시회는 그간의 결과물을 한데 모은 자리다. 비록 늦게 시작한 그림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떠올리며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치 76세에 시작해 101세까지 그린 그림으로 세계를 감동시킨 모지스 할머니를 눈앞에서 마주대하는 듯하다.
“어린 에디슨이 달걀을 품었을 때는 무언가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가 어른이 되어 전기를 발명할 때도 모두가 믿지 않았지만, 그는 어릴 때와 똑같은 심정으로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의 ‘임자, 해 봤어?’라는 유명한 말이 있죠.
알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 늙은 것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용기없는 삶이 부끄러운 거지 늦은 나이를 탓할 게 아닙니다. 도전은 그 무엇도 부끄러울 게 없습니다. 누군가는 주책이라거나 노망이라며 손사래를 칠지 모르지만, 도전정신이야말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열쇠입니다.
‘100세의 지식인’이라는 김형석 교수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왕성한 욕구를 증진하는 나이로 70대를 꼽지 않았습니까? 저는 지금이 무얼하든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너무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확률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로 결정하고, 지레 단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나이 때문에, 혹은 여의치 않은 환경 때문에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펴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삶을 사랑한 화가’ 홍수기 장로가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전시회 오픈식은 20일(목) 오후 4시.
#홍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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