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예배소 임향례 장로의 ‘땀에 젖은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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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1.08.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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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후원도 전도” ... 풀뿌리 자립선교 도울 후원 절실
그런데도 임향례 장로는 주섬주섬 성경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약속한 구도자와 만나려면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하필 이럴 때 자가용 승용차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버스를 타고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했다.
그는 요즘 이가 아파 도통 식사를 못하는데다, 얼마 전에는 대상포진을 앓아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개인사업이라면 차라리 며칠 푹 쉬겠는데,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사업이니 그럴 수도 없다. 자신을 기다리는 구도자들을 생각하면 누워있는 것도 사치고 게으름 같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그의 등허리는 이미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굵은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연신 손부채질을 해도 그때뿐이다. 차창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바람도 ‘온풍’이다. 콧등 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읍내에서 내려 한 구도자 가정을 찾아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집주인이 나와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했다. 오늘도 전도가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호남합회 부안예배소에서 봉사하는 임향례 장로의 일상이다. 최근까지 영암교회에서 사역했던 그는 지난 3월 이곳으로 왔다. 선교역사가 70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자립하지 못한 집회소다. 책임자 최동호 장로가 안간힘을 쓰며 돌보고 있으나, 교인 대부분이 80대 이상 고령이어서 힘에 부친다. 그나마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읍내 한복판에 자리해 있어 접근성이나 지리적 요건은 좋지만, 진리의 등대는 너무 열악하고 볼품없다. 지은 지 40년이나 된 건물은 지붕이 삭아 비가 내리면 양동이를 받쳐 빗물을 받아야 할 만큼 낡았다. 교회는 가진 기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오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환경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여간 마음이 무거운 게 아니다. 임 장로는 “하나님께 죄송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놀라운 건, 그런데도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를 통해 재림교회를 알게 된 이웃이다. ‘살아보기는커녕 와 본 적도 없는 동네에서 어떻게 구도자를 접촉하냐’고 물었더니 그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숯공예품을 가리켰다.
“만나는 사람마다 친절하게 인사해요. 그러면서 저희 집을 알려주고 시간이 되면 놀러 오라고 초대하죠. 식사도 하고, 숯공예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맺어요. 완도의 박순금 집사님이 김치며, 갖은 채소를 수시로 보내주세요. 그런 것도 이웃과 나누면서 인연을 맺습니다. 마음문이 열리고 서로의 신뢰 관계를 확인하면 성경공부를 하죠”
그렇게 벌써 20명 가까운 구도자를 얻었다. 처음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가까운 이웃 한두 사람으로 시작한 숯공예 ‘소그룹’이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늘어났다. 얼마 전부터는 순복음교회 사모님도 출석하고 있다. 모임은 일주일에 두 번씩 갖는다. 퇴근하고 곧장 참석하는 이들을 위해 저녁식사까지 준비한다. 강습 전 반드시 빠뜨리지 않는 순서가 있다. 바로 성경연구다. 최병기 목사가 말씀을 전한다. 일정이 맞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주기도 한다. 성경을 함께 공부한 이들은 “진리가 꿀송이처럼 달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여기에 교회 텃밭에서 기른 토마토, 양배추, 시금치, 옥수수, 고구마, 쑥갓, 깻잎, 오이, 상추, 고추 등 온갖 채소를 구도자에게 선물한다. 깊게 맛이 배인 쌈장까지 준비해 집에서 바로 먹기만 하면 되게 포장해준다. 이 또한 그의 사역의 일부다.
이 같은 정성에 감동해 교회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 어느 곳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따뜻함에 고마워하며, 주변의 지인들을 인도해 온다. 처음에는 호기심 반, 경계심 반으로 쳐다보던 사람들도 삼육두유나 삼육학교를 이야기하면 “아~ 거기”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임 장로에게 요즘 고민이 있다. 한시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빨리 방문해 전도하고 싶은데 ‘기동력’이 떨어진다. 교회나 본인 소유 자동차가 없다 보니 이동에 어려움이 있다. 어떤 날은 혼자 걸어서 30분 거리에 떨어진 구도자 가정을 찾아가기도 한다. 심지어 안식일에도 운행할 차량이 없어 이제 겨우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내기 신자가 자가용으로 봉사한다. 고맙기는 하지만,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입장 곤란한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
다행히 얼마 전, 광주의 한 독지가가 사정을 듣고 중고자동차를 후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차가 와도 문제다. 유지비가 만만찮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 교회의 형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눈앞에 놓인 ‘영혼의 알곡’들을 보고서도 마냥 손을 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오늘도 임 장로의 마음은 마른 땅처럼 타들어간다.
그는 요즘 하나님께서 자신을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에 대해 묵상한다. “일어서려 해도 스스로는 힘이 없어 설 수 없는 교회로 보내달라”던 기도를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서 사역하는 까닭은 기도의 응답이라고 믿는다. 연말까지 30명의 평균출석생을 만드는 게 목표다. 요즘처럼만 열심히 전도하면 가능할 거 같다.
임향례 장로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숯공예 재료를 사야 한다며 광주로 향했다. 입추도 지나고, 처서도 지났건만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이 머리 위로 뜨겁게 내리쬐었다. 흘러내리는 땀줄기에 식었던 등허리가 다시 젖었다. “여기는 영혼의 황금어장”이라던 그의 목소리가 한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후원문의 ☎ 010-8138-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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