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애리 교수 “국민 76%, 공원 음주규제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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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태 기자
kbtlove@kuc.or.kr
입력 2021.07.1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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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용역보고서 발표 ... 음주 피해 경험은 98.4%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손애리 교수는 보건복지부 용역을 받아 ‘공공장소 금주 구역 지정·운영 관리를 위한 지침서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5월 7~11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표본오차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3%가 ‘공원 음주 제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공원 술 판매 금지(73.1%), 술 판매 시간 규제(65.8%) 등도 높은 비율로 찬성 의견을 보였다.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피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8.4%가 그렇다고 답했다. 술 취한 사람의 토사물로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91.0%로 가장 많았고, 위협감(84.9%), 노숙 광경에 따른 불쾌감(84.7%), 악취(82.7%), 소음(82.2%) 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다수 국가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학교(세계 163개국 중 118개국), 의료기관(109개국), 직장(105개국), 정부기관(104개국), 대중교통(90개국), 스포츠시설 및 행사(84개국), 공원 및 거리(71개국) 등이 주요 규제 구역이었다.
주요 20개국(G20)도 대부분 학교, 정부기관, 공원 등에서 음주행위를 규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주구역이 전혀 없는 곳은 G20 중 우리나라와 남아공밖에 없다.
손애리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어디서나 술을 구매하는 것이 쉽고, 아무런 제약 없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최근 손정민씨 사건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만큼 관련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달 30일부터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면서 지자체가 공공장소 음주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은 음주 폐해 예방과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일정한 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금주구역 내에서 음주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손 교수는 이와 관련 “지자체에서 조례안을 채택하고 운영하려면 공공장소 음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많은 교육과 홍보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장소나 의료시설 등 당위성과 국민 수용도가 높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금지하거나, 특정시간만 금지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세대별 한국 여성의 음주와 음주문화’ 연구
2030세대 여성이 다른 세대의 여성들에 비해 음주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빈도가 잦은 것은 물론, 음주에 대한 태도가 매우 관대하고, 음주 이유 역시 사회적 동기보다는 개인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고위험 음주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손애리 교수는 지난달 21일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젠더를 고려한 알코올 정책’ 포럼에서 ‘세대별 한국 여성의 음주와 음주문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포럼은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손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19~59세 여성 음주자 454명을 대상으로 술에 대한 태도, 소비, 음주행태 등을 조사했다. 표본은 인구비례층화추출방법과 국민건강영양조사의 성별 음주율을 고려해 추출했다.
조사 결과 술을 처음 마신 연령은 밀레니얼 세대(20~30대) 여성이 평균 18.8세로 가장 빨랐다. X세대(40대)는 20.7세, 베이비붐세대(50~60대)는 24.9세였다.
음주 빈도는 젊은 세대가 가장 잦았다. 밀레니얼 세대 여성 절반 가까이(46.8%)는 월 2~4회 술을 마시고 있었다. X세대는 40.4%, 베이비붐 세대는 31.1%를 기록했다. 일주일에 2~3회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도 밀레니얼 세대는 20.4%에 달했다. X세대는 15.1%, 베이비붐 세대는 12.3%에 그쳤다.
술을 3차 이상 마시는 비율도 밀레니얼 세대가 25.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는 각각 5.5%와 3.3%였다. 특정 음주행동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지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음주 관용도 역시 밀레니얼 세대가 전 세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세대는 혼술(78.5%), 취하도록 마시는 것(55.4%), 낮술(39.8%), 공원·등산 음주(12.9%), 고등학생 음주(8.1%) 등 대부분 항목에서 가장 높은 관용도를 보였다.
음주 방법도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는 원샷(36.0%), 폭탄주(21.0%)를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원치 않았으나 분위기상 음주(42.6%), 접대 음주(34.4%), 돌림주(14.8%) 등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음주행태를 보였다.
음주동기 역시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스트레스나 우울할 때와 같은 대처동기가 컸고, 베이비붐 세대는 유대감을 형성하거나, 속마음을 터놓고 싶을 때 등 주로 사회적 동기가 높게 작용했다.
손애리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술을 많이 마시고 관용도가 높아 음주문제가 심각한 세대”라며 “음주 동기도 사회적 동기나 순응동기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마시는 개인적 동기가 아주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고위험 음주군의 특성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절주 홍보를 통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여성은 음주장면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미디어 속 음주장면과 주류광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포럼은 젠더 혁신 측면에서 성별에 따른 알코올 대사 차이를 짚고 실효적인 알코올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상 여성은 남성보다 총 신체 수분 비율이 낮고, 체지방은 많으며, 위장 점막에 분포하는 알코올 분해효소의 수가 적어 일차통과대사율이 낮은 등의 이유로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차를 고려한 젠더적 알코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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