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튀르키예②] 아드라 김용인 국장의 현지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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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 이곳에서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차량으로 왕복 5시간이 걸리는 아다나 주까지 이동해 물품을 구매해야 한다. 비누와 샴푸 등 생활용품을 패키지로 포장하는 작업부터 안타키아 곳곳을 찾아가 전달해야 하는 일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Adventist Foundation 측은 튀르키예를 넘어 한국과 미국 등에 필요한 인력을 요청했다. 이에 대륙선교회가 응답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이곳에 날아와 자원봉사자로 돕고 있다. 1차로 7명이 참여해 3주간 땀 흘렸으며, 현재 2차로 파견된 7명이 5월 초까지 활동하고 있다.
10대 학생부터 50대 중년에 이르기까지 세대의 구성도 다양하다. 올 1월 결혼한 신혼부부, 갓 태어난 늦둥이 딸을 두고 온 선교사 등 각자의 상황과 생계를 뒤로 한 채 재난에 신음하는 지구촌 이웃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 짧게는 2주, 길게는 1달을 헌신한다.
안타키아의 환경은 척박하다. 중심가 반경 1시간 이내 거리에는 호텔 등 숙박업소가 없다. 이에 창고를 빌려 베이스캠프로 삼았다. 모든 식사와 생활에 따른 청소, 관리 등을 자체해결해야 한다. 제대로 된 샤워 시설조차 없어 화장실에서 씻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재민의 고통과 슬픔을 생각하며, 주어진 환경에 감사한 마음으로 구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실무자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감동이다.
봉사자들은 단순히 긴급구호물품을 나눠주는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별 텐트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상담봉사자’의 역할도 함께 한다.
안타키아 산골마을에서 만난 초등학생 아흐멧(가명)은 가족 중 한 명이 건물 잔해에 발이 묶인 채 이틀 동안 갇혀 있었다. 아무 도구도 없이 손으로 빼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그저 군인이 와서 구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들은 군인이 도착한 이틀 동안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가족은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흐멧에게 눈앞에서 죽어가는 가족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사건은 끔찍했다.
1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한 튀르키예에서는 이처럼 안타까운 슬픔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비통함으로 가득한 것만은 아니다. 지진이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긴급인명구조 작업은 거의 마무리됐다. 이제는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서히 질서를 잡아가고 있는 임시거주촌에서 안정감을 느낀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봉사자들이 임시거주촌을 방문할 때면 구호물품이 간절히 필요해 반기는 것도 있지만, 형제의 나라 ‘꼬레’(코리아)에서 온 봉사자들을 맞이하는 반가움이 훨씬 크다. 그들의 진실한 모습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어려운 형편이지만, 차이(튀르키예 차)를 대접하거나 음식을 손수 준비해 초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2차 봉사단원으로 참여한 대륙선교회 권영기 장로는 “처음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구호물품을 나눠줄 때는 받는 것이 이상으로 고마워하고 환대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우리가 더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의 작은 나눔이 이들에게는 큰 용기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권 장로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과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렸는데도 원망하는 마음보다 감사하는 마음과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다”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안타키아에서는 현재 건물 잔해 철거작업과 함께 컨테이너 임시거주촌 설립이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 코이카에서도 130억 원을 지원해 이곳에 500동 규모의 임시거주촌을 지어 이양할 계획이다. 이처럼 각 국가별로 튀르키예 이재민들이 향후 도시 재건까지 살 수 있는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원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임시거주촌에는 전기시설이 공급되며, 각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지만 인구의 90%가 이재민으로 전락한 안타키아 주민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낮시간 동안 최소한의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가 정상화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몇몇 학교만 대형 텐트를 설치해 운영할 뿐이다. 대다수는 위험한 환경에서 방임되고 있다.
또한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경우 추위와 더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현재 거주 시설에서의 삶은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즉, 안타키아는 이제 긴급상황 1단계를 겨우 벗어나 본격적인 재건사업을 위한 2단계에 돌입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한국인 선교사가 책임을 맡은 Adventist Foundation은 지역재건을 위한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하고 있따. 지금까지 진행해 오던 대로 앞으로 5개월간 긴급구호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그 기간동안 커뮤니티센터를 설립해 중장기적으로 지역사회 재건 및 주민복지 활동을 실시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커뮤니티센터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어교실,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지진피해 이재민을 위한 트라우마 심리상담, 아동 교육 및 보건 관리, 푸드뱅크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펼쳐갈 생각이다. 센터는 미주교회협의회 등에서 기부한 지원금을 토대로 아드라코리아와 대총회 그리고 중동지회 등이 협력한 자금을 종합해 설립한다.
센터건립에 따른 건축비 등 인프라 구축 이외에도 매년 최소 1만 달러 규모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지속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커뮤니티센터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의 청소년 사역을 위한 선교활동가들의 지원 및 헌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튀르키예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계속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튀르키예의 복음화를 앞당기는 밀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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