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포럼]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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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초기, 교회 안팎에서는 코로나19 감염병을 종말론적 징조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한동안 공공예배가 금지되고, 교회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하며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극심해지는 등 혼란이 발생하자 이런 우려는 더욱 커졌다.
만약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신앙적 균형을 잡아야 할까. 교회와 성도들은 선교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재림신문>이 전국 5개 합회 선교부장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동중한합회 유창종 목사
- 한국 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선교와 전도의 공간적 한계를 경험했다. 이 현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교회의 예배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전통적 패러다임으로 선교하는 교회들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위드 코로나’ 시대에 한국 교회는 목회적, 선교적 그리고 실천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거룩한 상상력 없이 제한적인 공간에서만 이뤄지는 전도는 큰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선교역사 안에서 어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복음을 전하셨다. 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전도를 위해 공간에 주목해 본다.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는 저서 <The Great Good Place(훌륭하고 좋은 공간)>에서 제1공간(가정), 제2공간(일터), 그리고 제3공간(사랑방)을 언급한다.
올덴버그는 이 중에서 공동체의 연합을 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3공간(the third plac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올덴버그뿐 아니라 선교적교회운동 이론가, 실천가들도 ‘제3공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3공간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그러나 ‘제1공간’인 가정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정에서 다음 세대 사역을 위한 제자훈련과 전도가 활발히 일어나야 할 것이다. ‘제2공간’인 일터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들을 보내신 아주 중요한 선교 공간이다. 이에 대한 대책과 정책도 필요하다.
‘제3공간’은 소그룹으로 모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다. 필자가 일하는 합회에도 이러한 공간이 있다. 먹을 것도 많고 서로 맘껏 이야기하고 모일 수 있는 여성부장 방이다. 이곳에서 여러 대화가 오가며 선교정책을 세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각 교회에서는 소그룹 모임 공간이 바로 이런 공간이 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제4공간’을 생각해 보았다. 바로 온라인 공간이다. 특별히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에 매우 익숙하다. 그래서 디지털 선교의 역할은 앞으로 무척 중요하다. 이를 위한 교육과 콘텐츠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서중한합회 정영규 목사
- 재림교회는 마지막 때에 공공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흩어져 신앙과 선교를 할 교회라고 하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 우리가 그때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때이다.
소그룹 사역을 강화함으로 교인 상호 간의 책임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서로 돌아보고 격려하는 신앙 태도를 몸에 익혀야 한다. 아울러 선교적 시작점과 종착지도 교회의 공적 예배가 아니라 소그룹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 영남합회 김동섭 목사
- 로드니 스타크가 쓴 <기독교의 발흥>은 초기 기독교가 박해 속에서도 성장한 이유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역병, 네트워크, 개종’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의 4장은 로마에 닥쳐온 역병을 언급한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통치하던 165년경 천연두로 의심되는 역병이 닥쳐와 15년간 지속했고, 제국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이 사망했다. 251년에는 홍역으로 의심되는 역병으로 제국의 토대가 흔들렸다. 이방 종교들은 역병 앞에서 무력했다.
1세기가 지난 후 율리아누스 황제는 기독교인에 견줄 만한 구제기구를 설립할 목적으로 캠페인을 벌였는데, 362년 갈라디아의 대사제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비록 가식적이라 해도 기독교인들은 자기에게 속한 가난한 자만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난한 자까지도 돕는다며 그것이 기독교인의 성장 요인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그는 로마인들이 기독교인의 미덕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예배의 목표는 만남이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위험을 내포한다. 우리의 안온한 삶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예배는 낯선 세계로 들어서려는 용기이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난다면 더 이상 자기 좋을 대로 살 수 없다. 이웃사랑으로 귀결되지 않는 예배는 온전한 예배가 아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어야 할 예배는 이런 것이다.
기독교인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병자를 곁에서 따뜻하게 돌봤고 죽은 자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렀다. 기독교인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선행을 장려했던 것이다. 그들은 종교와 인종, 계급을 넘어 박애를 실천했다. 이것이 이교도에게 깊은 인상을 줬고, 가장 심각한 위기의 시기에 기독교인 수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이제 교회의 본질을 다시 한번 깨닫고, 지역사회의 필요를 파악해 지속적으로 섬기는 사역을 해야 한다. 교회의 본질과 공공성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재난 목회’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필요하겠다.
■ 충청합회 김요섭 목사
- 앞으로 팬데믹 사태가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난다면 개인과 공동체 신앙을 위해 영적친교 중심의 소그룹을 활용해 영성 유지와 가족 신앙 그리고 섬김 활동을 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소그룹 중심 체제의 교회를 세워 가족 공동체와 사명 운명체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와 교제, 선교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선교적 교회로서 감화력사업과 마을목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언제 어디서든 섬김과 봉사활동을 실시해야 한다. 기독교회사를 되돌아 볼 때 복음의 확산은 환란과 위기의 시대에 적극적인 섬김과 봉사활동으로 이뤄져 왔다. 지역교회마다 영적 친교 소그룹과 감화력사업(마을목회)를 적극 실시해 영적 성장과 부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 호남합회 김재신 목사
-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인 예방 조치에 참여하는 동시에 신앙생활을 병행해야 한다.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를 팬데믹 사태에 대비해 안식일학교 교과반 중심의 ‘작은 단위’ 예배와 봉사 사역을 연습하고 훈련해야 할 것이다.
재림신앙은 위기의 때에 위로와 희망의 기별임을 인식하고 성경과 예언의 신 읽기, 기도, 선교봉사 활동을 전개해 위기의 때에 더 적극적인 봉사자들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합회적 기능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구 혹은 지역 단위의 협력 체계 구축이다. 교육과 선교, 감화력, 봉사 등 다양한 사업에 있어 자원을 공유하고, 협력 사역을 이뤄가야 한다.
3년여 동안 이어지던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점차 사라지고, 엔데믹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며 지구촌은 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의 시기, 우리의 선교적 방향성은 무엇이어야 하며 각 교회와 성도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집단지성을 모으기 위해 마련한 <재림신문>의 [지상 포럼]을 마칩니다. 바쁜 일정에도 귀한 의견을 제시해주신 전국 5개 합회 안교선교부장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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