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준숙 코치의 ‘행복한 사춘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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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일어나는 비합리적 행동을 이해하려면 전두엽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를 알아야 합니다. 전두엽은 말 그대로 합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무슨 일을 먼저 할까?’ ‘이 행동이 옳은 일일까?’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같은 질문의 답을 맥락적으로 찾아가도록 안내하는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전두엽을 ‘사고의 사령탑’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두엽이 뇌의 모든 영역 중 가장 마지막으로 성장이 마무리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춘기에는 전두엽의 활동이 성인에 비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어른이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 행동을 자주 합니다. 의사결정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모두 전두엽의 미성숙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시간관념이 부족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감정을 곱씹으며 울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도 죽자고 달려들며 사생결단을 하려고 합니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욱하고 대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박장대소를 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시험은 잘 봤니?” 하고 다정하게 물었는데 갑자기 흥분하면서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리기도 합니다. 이 역시 전두엽의 미성숙으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상대의 감정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두엽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표정과 억양, 몸짓, 말의 의미 등 복합적 상황을 고려해 상대의 의중과 감정을 판단하고 이해하지요. 그래서 보통 성인은 감정적 대응을 하기보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고려한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춘기는 이런 상황에서 전두엽 대신 편도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까칠하고 까다롭습니다. 편도체는 쉽게 말하면 아주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감정 중추로 생명을 위협받거나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만 사용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사춘기의 뇌는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고 판단할 때 전두엽 대신 편도체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감정적 반응을 하고, 적대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부모가 아무리 다정한 목소리와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어도 순간적으로 ‘엄마는 내가 시험을 못 봤다고 놀리는 것’이라고 직관적으로 판단해 화를 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사춘기 아이들에게 공포에 떠는 얼굴, 슬픔에 찬 얼굴, 분노에 찬 얼굴, 놀라는 얼굴 등을 보여줬을 때 그 표정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춘기 ‘질풍노도’의 특성을 ‘사춘기 뇌’의 변화로 이해하면 사춘기는 지금 변신에 가까운 ‘성장 중’에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안정한 아이들 마음에 도움이 되는 보약은 그럼에도 한 번 더 온화한 표정으로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좋은 말’ ‘예쁜 말’을 더 많이 해 주는 부모, 안전한 부모를 자녀에게 선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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