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사채널

 

어느 집사님이 본 구절을 읽으면서 가지고 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일을 범하였나요?” “제사장들은 어떻게 안식일을 범하였나요?” 근본적으로 “예수님은 본 구절에서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신 건가요?” 

먼저 본 구절의 배경을 살펴보자. 어느 안식일 늦은 오후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배 장소에서 돌아오면서 익어 가는 곡식밭을 통과하였다. 곡식밭을 지날 때 제자들은 밀 이삭을 모아서 손으로 비벼 낟알을 먹기 시작했다. 다른 날이었다면 이런 행위는 아무런 비평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대의 전통에 따르면 곡식밭이나 포도원을 지나가는 사람은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따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신 23:24~25). 그러나 안식일에 이렇게 행하는 것은 유대 랍비들의 견해에 따르면 안식일을 범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곡식을 따서 모으는 것은 일종의 추수로, 손으로 그것을 비비는 것은 일종의 타작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정탐꾼들은 즉시 예수님께 불평했다. “보시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다”(마 5:2).

본 구절은 제자들이 이삭을 잘라 먹은 것을 놓고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했다는 바리새인들의 고소에 예수께서 대응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의 대답 요지는 “만일 다윗이 거룩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구별해 놓은 떡 덩이를 먹어서 자기의 허기를 채운 것이 정당하다면 제자들이 거룩한 안식일 시간에 곡식 이삭을 잘라 그들의 필요를 채운 것도 정당”하다는 것이다(소망, 285). 

예수께서는 다윗과 그의 병사들이 안식일에 진설병을 먹은 사건과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고된’ 일들을 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안식일이 사람들이 만든 규정 준수를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하여 안식일이 고안되었음을 말씀하셨다. 즉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하나님께 경배하도록 돕기 위하여 안식일이 제정되었음을 분명히 하신 것이다.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일상생활에 자기를 위하여 행하는 일들을 멈추고 오직 하나님을 위한 ‘선한 일’들을 행하라는 것이다(마 12:12). 그러므로 예수께서 바리새인들에게 “(너희의 규범과 생각에는)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많은 일을 하는 것 때문에) 안식일을 범하여도 (성경에 의하면 제사장들은)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라고 반문하시는 것이다. 

실제로 성전 안에서 직무를 행하는 제사장들은 다른 날보다도 안식일에 ‘더 많은’ 일을 한다. 어떤 의미에서 제사장들은 백성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것을 준비하고 돕기 위해 안식일에 금지된 ‘일(봉사)’들을 한다. 예를 들어 예복을 갈아입고 제사 예식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 이외에 진설병을 교체하는 것(레 24:8), 숫양 둘을 희생 제물로 드리는 것(민 28:9~10) 등의 ‘많은’ 직무를 행한다. 이러한 ‘힘든’ 일들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안식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안식일 준수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에 의하면 제사장들은 안식일을 범하였다고 단 한 번도 정죄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제사장들이 안식일을 지키는 방법 즉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제사장들은 안식일에 ‘고된’ 일들을 하지만 그것은 (바리새인들의 생각에는 안식일을 범하는 죄일지 몰라도) 성경적으로는 안식일을 범한 죄가 아니다. 제사장들이 안식일에 성전에서 하는 일은 하나님께 예배하는 일이다. 

- ​지상훈 ​토론토 한인교회 담임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