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친밀함을 높이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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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 속에서 우리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중에서도 배우자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다가 후에는 독립하여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자녀를 낳고 사랑으로 보살핍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부모와도 멀어지고 자녀들도 자신의 길을 가기 시작하면서 결국 우리는 배우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배우자는 삶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입니다. 아담은 하와를 보고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고 외쳤습니다. 창조주는 부부 사이를 이 세상의 어떠한 인간관계보다 친밀한 사이가 되도록 하셨습니다. 부부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경험과 감정을 공유합니다. 배우자와 높은 친밀감을 가진다면 우리의 삶은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서로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게리 채프먼은 ‘부부 사이에 친밀감이 없으면 결혼 생활은 시든 나무처럼 축 처지게 됩니다. 친밀감은 결혼 생활을 싱싱하게 만드는 빗줄기와도 같’다고 하였습니다. 배우자와의 친밀감과 유대감은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 저절로 생겨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우자와 친밀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밀감과 유대감은 노력에 의해 생깁니다. 친밀한 부부 관계를 원한다면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배우자의 말을 들어주며 감정을 나누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상담가이자 목사인 게리 채프먼은 ‘행복한 결혼 생활은 부부가 진실한 대화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 가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시인 박노해는 ‘진실한 대화란 온몸을 기울여 들어주는 것. 말을 넘어 심정이 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심정’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의미합니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은 상호 간의 이해와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서로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가 오가지 않으면 ‘내 마음도 몰라주고’라고 말하며 서운함이 생깁니다. 말은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대화는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대화가 단절되면 편두통, 위장병, 불면증 등의 ‘스트레스성 질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대로 감정을 나누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욱 신뢰하고 의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마음의 회복력이 높아지고 감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고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게리 채프먼이 추천하는 ‘대화를 증진시키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이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배우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 보세요. “여보 오늘 하루 종일 일어났던 일 중에서 세 가지만 이야기해 줘요. 그리고 그 일들에 대해서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함께 말해 주세요.”
어느 날 퇴근한 남편에게 위의 질문을 건넸습니다.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아 어색해하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남편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제 곁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일 세 가지와 그때 느낀 감정을 말해 주었습니다. 나는 남편의 손을 잡고 얼굴을 바라보며 온전히 듣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남편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충분히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오늘 하루 동안 남편이 겪은 여러 가지 일과 남편이 느꼈던 감정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남편은 여러 사건으로 인해 ‘불안’도 느꼈고 ‘화’도 느꼈으며 다른 사람의 필요에 기여하면서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남편은 말하기를 ‘오늘 그 순간에 자신에게는 분명 감정이 있었다.’고 하면서 ‘감정’을 듣고 싶다는 나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이 대화가 남편에게 후련함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한층 편안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집중해서 경청하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나 봅니다. 대화를 마친 후 남편은 내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에도 이런 대화를 종종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이러한 ‘간단한 대화’가 남편에게만 유익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 질문을 통해 나는 남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나의 감정과 분주함에만 몰두하여 남편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대화하는 동안 남편이 하루 동안 느낀 다양한 감정을 들으면서 그동안 그의 삶에 무심했던 점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화를 통해 남편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지적인 친밀감이 높아졌고 또한 서로를 존중하고 감사하게 여기는 정서적인 친밀감도 깊어졌습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과 같은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자극을 받습니다. 동시에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걱정이나 욕구 같은 내부 자극도 받으며 다양한 반응이 생겨납니다. 그것을 우리는 감정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것을 억누르며 살아갑니다. 연구에 따르면 불안, 화, 분노, 외로움, 당황 등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나누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홀가분해지고 편안해집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들어주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의 감정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여 경청해야 합니다. 잘 들어주는 것이 대화의 첫 번째 원리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을 때 비판이나 비난을 받게 되면 그 이후로는 감정을 나누는 일이 어려워지고 숨기게 됩니다. ‘그래 그렇게 느꼈구나’, ‘그랬구나’라고 하며 서로의 감정을 이해해 준다면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여 주게 되며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고 그 결과 부부 사이의 친밀감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배우자에게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물어볼까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동안 느꼈던 감정을 나누어 보세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당신은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나요?”
이 간단한 질문이 우리에게 놀라운 친밀감과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감사를 경험하게 할 것입니다.
- 윤청실 한국연합회 가정봉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