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과 세대 간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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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隔世之感)’. 요즘 세태를 바라보면 이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아날로그가 점령하던 옛날과 달리 현대는 진보와 변화를 많이 겪어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다른 시대’를 사는 셈이다. 전쟁의 시련을겪은 한국은 21세기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스마트 기기의 보급으로 발빠른 성장을 겪으며 경제 발전을 이뤄 왔다.
라이프 패턴을 바꾸는 스마트 기기
디지털 사회가 도래하면서 스마트 기기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원격 제어가 가능한 사회, AI 인공 지능 기술을 탑재한 로봇 가전과 가구 등 생활 전반의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고 더욱 간편하고 빠른 세상이 되어 갔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앱과 음성 명령, 원격 제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집 안의 기기들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발전된 스마트 홈 기술은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이렇게 발전한 스마트 기기들은 태블릿 PC, 스마트폰, 스마트 가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다. 학교에서는 종이 공책 대신 태블릿 PC를 이용한 필기가 보편화되고, 집에서는 AI 자동화 기술을 탑재한 홈 제어 시스템으로 집 안의 가전 스위치 작동이나 집 안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인공 지능 로봇 청소기, 스마트 냉장고 같은 스마트 가전 기기부터 인공 지능 비서를 통한 일정 관리, 음성 인식 명령 제어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라이프 스타일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스마트 기기의 유용성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노인의 경우 단순 명령에 따라 온도 조절, 보안 시스템 활성화, 인공 지능 비서의 알림 서비스 등 맞춤형 생활 서비스로 인해 건강이나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스마트 기기 사용이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도 한다.
치매 노인의 위치 추적을 위한 ‘스마트 태그’
실제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스마트 기술과 아이디어를 접목한 서비스로 노인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일례로 지방의 한 기관에서는 기존 치매 환자들이 위치 추적을 위해 사용했던 배회 감지기의 단점을 보완한 ‘스마트 태그’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이 스마트 태그는 물건 또는 사람에게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 기기인데, 충전 없이 1년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건전지만 교체하면 되기에 비교적 사용이 간편하고 치매 노인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져 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스마트 기기의 보편화된 사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주로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급변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일상생활에 문제를 느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키오스크 기기 사용이 있다. 이제 카페, 음식점, 터미널, 관공서, 병원, 은행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용되는 키오스크 기기는 대표적인 디지털 기기의 사례이다. 하지만 키오스크 기기의 빠른 도입과 달리 병원과 은행 수납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젊은 청년 세대가 아무런 문제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기기는 노인에게 어렵고 불편한 스마트 기기일 뿐이다.
기술 격차에 소외되는 노인들
이처럼 실버 세대는 디지털이 주도하는 일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55세 미만 응답자의 94.1%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고 답했지만, 55~64세는 68.9%, 65~74세는 29.4%, 75세 이상은 13.8%만 키오스크를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고령층은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등의 이유로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는 일부 세대에겐 크나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대중화될수록 현명한 이용법에 관한 교육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디지털 스마트 기기의 적절한 활용은 일상의 편익을 높여 주고 새로운 기술의 진보에 가까워지는 일이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른 특정 계층의 소외감을 없애고 기술 격차를 줄이는 것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남아 있다.
- 김기석 콘텐츠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