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바벨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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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전해지는 인도의 동화 가운데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네 명의 왕자가 세상을 두루 다녀 보고 특별한 기술을 배워 와서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약속하고 각자의 길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그 형제들은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첫째 왕자는 뼛조각에 살을 붙이는 기술을 배워 왔다. 둘째 왕자는 거기에 가죽을 덮고 털을 만드는 기술을 자랑하였다. 셋째 왕자는 팔다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였다. 마지막으로 넷째 왕자는 거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이제 네 명의 왕자는 자신의 특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뼛조각을 찾기 위해 정글로 들어갔고 마침내 한 뼈를 찾아냈다. 그런데 그 뼈는 불행하게도 사자의 뼈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왕자들은 각자의 특기를 발휘했고, 생명을 되찾은 사자는 무시무시한 입과 날카로운 이빨 그리고 무자비한 발톱으로 자신을 만든 네 왕자를 모두 죽인 뒤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인간이 처한 상황 특별히 거칠게 질주하는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인간이 겪게 되는 위험과 위기를 매우 적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위험과 위기를 인지한 미국의 기독교 연구 조사 기관인 바나 그룹(Barna Group)의 대표이자 연구와 저술에 종사해 온 데이비드 키네먼(David Kinnaman)은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현재의 디지털 문명의 세상을 ‘디지털 바벨론(Digital Babylon)’이라 묘사하였다. 공감이 되는 표현이다.
고대의 바벨론은 BC 6세기에 다니엘과 세 친구 등 신실한 하나님의 백성이 자신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포로로 끌려가 살게 된 곳이었다. 그곳은 우상 숭배가 만연한 이교 문화의 중심지이자 자극적이며 다문화적이고 부와 권력을 쟁취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가득 찬 역사 속 실제 장소였다. 반면 오늘날 ‘디지털 바벨론’은 실제 나라나 장소는 아니지만 그 특성은 똑같다. 이곳은 다양한 디지털 매체와 컨텐츠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가상의 장소로서 자극적이며 다문화적이고 인간의 부와 명예가 우상이 되어 있는 곳이다.
디지털 바벨론 시대에 인간은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AI, 메타버스, 아바타, 최근의 챗GPT 등 가상 세계를 살아가는 온갖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며 그야말로 바벨탑을 드높게 쌓아 왔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을 파별시키는 흉측한 도구가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의 한 신문 칼럼을 통해 접한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14살 중학생이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까지 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고 아주 쉽게 구입하고 투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영혼까지 철저하게 파괴하는 것이다. ‘디지털 바벨론’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디지털 기기나 매체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필자도 유튜브나 카톡, 줌 등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의도적으로 깨어 경계하지 않으면 디지털 바벨론이 우리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고 우리를 현혹해 인생의 더 중요한 것들을 추구할 기회를 누리지 못하도록 방해할 것이며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할 것이다. 특별히 이 땅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끼치는 해악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디지털 바벨론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이 성경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무엇이 중요한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혼란스러운 답변들에 둘러싸여 교묘하고도 치열한 공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 챗GPT를 보라. 현대인들에게 그야말로 성경과 하나님을 대체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별히 젊은 세대들은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챗GPT를 통해 온라인상의 지식과 정보를 더 신뢰하며 찾게 될 것이고, 하나님께 기도하기보다는 챗GPT에 질문해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날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은 과거 바벨론에 살았던 유다 백성처럼 디지털로 잠식된 소위 ‘디지털 바벨론’이라는 유배지에서 포로로 살면서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과거 유대 백성처럼 실제적 나라와 장소는 아니지만 동일하게 자극적이고 이교적이며 인간의 욕망이 우상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데이비드 키네먼은 그의 책 『디지털 바벨론 시대의 그리스도인』에서 “이곳 디지털 바벨론에 머물 계획을 세우고 역동적이고 충실한 믿음으로 문화적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역동적인 믿음을 갖기 위해 고대 바벨론에서 유배자로 살아갔던 그들의 삶을 주목하라.”라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유배자들의 삶을 주목해 볼 때 무엇보다 그들은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기 위한 삶의 방식을 좇았다. 끝까지 살아남은 유배자들은 확실히 그런 삶을 살았다. 또한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는 것을 유배자들의 결정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다. 이제 이러한 삶의 방식과 특징은 오늘날 역동적이고 충실한 믿음을 가진 디지털 바벨론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의 삶의 방식과 특징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바벨론 곧 영적 바벨론 시대를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에게 성경의 마지막 책이자 종말의 시대를 위해 기록된 요한계시록은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은 재앙들을 받지 말라”(계 18:4)라고 경고하며 하나님의 신실한 백성의 특징을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자”(계 12:12)라고 말씀하고 있다.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지침과 기준으로 삼고 순종할 때 분별력이 생길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역동적인 믿음을 가지고 살아갈 때 디지털 바벨론의 파괴적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한송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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