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왔나, 우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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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 단계에서는 더 새롭고 더 깊은 하나 됨을 느끼며 각자가 확고한 소속감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영혼을 치료하는 사랑’의 단계라고 부르는데
이 단계에 진입한 부부는 사랑의 사역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1864년 미국 서부 개척민 80명이 산맥을 넘다가 눈보라가 몰아쳐 계곡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듬해가 되어서야 구조되었는데 가족 없이 혼자 갇혔던 사람은 15명 중 3명, 가족과 함께 갇혔던 사람은 노인과 아이를 포함해 절반이 훨씬 넘게 생존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인류학자들은 가족은 ‘생존의 보증 수표’라고 평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 그중 가장 가까운 배우자는 여러분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인가요? 아니면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인가요?
많은 부부가 배우자와 만족스럽고 행복한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그들이 원하는 만큼 행복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고통 속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결혼의 단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실제적인 가르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가 살아온 방식대로 살고 있거나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욕구들을 배우자를 통해 채우려고 합니다.
성숙한 결혼 생활의 열쇠
미국의 정신 의학자 스콧트 팩은 결혼 생활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바로 나르시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큰 문제가 발생하면 부부는 한마음이 되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만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에서는 내가 옳다, 너는 틀렸다 하면서 마음이 퇴행되고 이기적이 됩니다. 이로 인해 서로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자각을 못한 채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 댑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모든 욕구를 채워야 하고 또 채워 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실존적 고독이나 허무 등은 오직 절대자만이 채울 수 있는 영적인 것이며 결혼 자체가 인간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성숙한 결혼 생활의 열쇠는 어떻게 하면 나의 배우자가 행복할까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혼 생활의 단계가 깊어졌을 때 비로소 실천 가능하게 됩니다.
결혼 과정의 7단계
대체로 결혼의 과정은 7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는 로맨스 단계입니다. 이 단계는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첫눈에 반하는’ 단계입니다. 이 사람만 있으면 내가 행복해질 것 같고 서로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꼭 전부터 알던 사람 같은 느낌이 들며 “당신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라고 여기는 단계입니다.
두 번째는 심리적 일치감을 경험하는 단계입니다. 연인이 심리적으로 깊이 하나 됨을 경험하는 순간 평안과 안식을 얻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며 함께 살기 위하여 결혼을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매력이 미움으로 바뀌는 단계입니다. 강렬한 하나 됨이 이루어지면 심리적 반전이 생기는데 이때 상대방에게 주고 싶은 마음으로 충만했던 마음이 받고 싶은 마음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서로 다른 습관과 차이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갈등과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실은 상대방은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고 단지 나의 관점이 달라졌을 뿐인데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상대방 탓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고치려는 강한 집착으로 행동하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가 커져서 이혼까지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단계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네 번째는 힘겨루기 단계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삶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좌절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더욱더 집요하게 상대방에게 요구합니다. 어릴 때는 자신의 욕구를 울음으로 해결하였지만 어른이 되면 끝없는 요구와 간청, 협박을 하고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술, 도박 등 중독 물질과 행동을 통해서라도 보상받으려고 합니다. 아니면 상대방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선택하여 상대방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많은 부부가 양상은 다르지만 이 단계에 머무른 채 각자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기대하고 싸워 보아도 여전히 변하지 않거나 변할 수 없는 상대방을 보며 ‘저 사람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야. 내가 그냥 포기하자!’라는 단계에 이르면 사랑받을 수 있는 모든 소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절망하게 됩니다. 이 지점까지 와도 부부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체념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자신의 기대가 잘못되었음을 확인하게 되면 상대방을 더 멀게 느끼고 배척하면서 자기만의 성에 칩거하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배우자가 아무리 요구해도 줄 수 없고 나 자신도 오히려 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내려놓고 아가페 사랑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실 당사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너의 필요를 채워 주고 싶지만 안 되는 걸 어떻게 하겠어?”라고 처절하게 외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섯 번째는 분노의 발생과 치료 단계입니다. 부부 관계에서 분노가 생기면 남편이나 아내는 서로의 허물을 주변 사람에게 공개하여 자신의 배우자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압박합니다. 이때 상대방은 자신의 배우자가 얼마나 힘들면 그런 식으로 말할까라고 생각하기보다 서로 상처받은 말과 행동으로 인해 더 큰 모욕감을 느끼고 상대방이 정말 나와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때 부부 관계에서 느끼는 분노가 올바르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분노란 나쁜 것이고 절제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고 표현해야 되는지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 분노를 폭력적으로 표출하든지 마음속 깊이 묻어 버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러나 분노를 억압하면 사랑할 수 있는 능력까지 억압됩니다. 부정적 감정을 잘 처리하면 할수록 우리는 성숙한 결혼 생활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내재해 있는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배우자로부터 보상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갈등과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상처를 드러내면 날 싫어하겠지.’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는 숨길 수 없으며 잘 숨긴 것 같아도 우리의 삶에 트리거(Trigger: 과거의 경험을 상기시켜 재경험을 유발하는 자극)를 만나면 어김없이 돌출됩니다. 그러므로 상처를 노출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것을 치료하여 자유를 얻도록 해야 합니다. 부부는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라고 주신 짝입니다.
여섯 번째는 자각 단계입니다.
자각 단계에 있는 부부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알게 됩니다. 서로를 향해 비난하던 것을 멈추고 초점을 나에게로 가져옵니다. 상대방의 결점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결점에 맞추게 됩니다. 비로소 사랑이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바라보면서 시작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부부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환상을 버리게 되며 상처를 직면하고 진정 돕는 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는 성숙 단계입니다.
이 시기의 부부는 과민 반응과 부정적인 감정을 다룰 줄 알게 되고 배우자에 대한 더 깊고 넓은 인식을 갖게 됩니다. 더 이상 배우자에 대한 사실을 부풀리거나 과장하려는 유혹을 받지 않으며 만일 옛 행동으로 돌아가더라도 빨리 그 상황에서 빠져나옵니다. 결혼 생활이 힘들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사용했던 중독 물질이나 행동들도 사라집니다. 이때는 서로가 서로를 섬기고 상대가 하는 일에 감사를 표현하면서 기쁨이 넘치는 단계입니다. 성숙 단계에서는 더 새롭고 더 깊은 하나 됨을 느끼며 각자가 확고한 소속감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를 ‘영혼을 치료하는 사랑’의 단계라고 부르는데 이 단계에 진입한 부부는 사랑의 사역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나와 너의 관계를 확장해서 더 큰 우리라는 의미 있는 관계망을 갖게 됩니다. 서로에 대해 수용, 인정, 감사를 나누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면서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안전한 환경이 됩니다. 이때부터는 고통을 나누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부부는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로 보지 않으며 치료자로서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순수한 사랑에 목말라하는 상처받은 아이를 보며 그 아이를 양육하고 치료하는 치유적 동반자가 됩니다.
결혼은 우리 존재를 향상시키고 다듬는 과정입니다. 또한 서로의 노력과 헌신이 있을 때에만 서로를 치료하는 아름다운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여정에 당신도 함께하기를 원합니다.
- 전영숙 서중한합회 가정봉사부장, 부모 역할 훈련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