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이후 새로운 복병 만난 원주새하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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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린 화요일 저녁, 주차장 한쪽에 있는 컨테이너의 불빛이 주변을 환히 밝힌다. 장의자 일곱 개를 갖다 놓은 그 안에 교인 스물한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찬미를 불렀다. “내 구주 예수여 뜻대로 하소서…” 그날 저녁 말씀은 부목사가 전했다. “흥해도 감사하고 망해도 감사하는 사람이 진짜 하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원인 모를 화재로 교회 건물이 전소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원주새하늘교회(담임목사 류몽희) 교우들은 아픈 상처를 추스르며, 있는 힘을 다해서 모인다. 화요일에는 교회 주차장에 가설한 컨테이너 사무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원주삼육초등학교 다목적홀(강당)이 집회 장소다. 야전과도 같은 생활이 길어져 피로감이 쌓였지만, 교회는 무엇보다 전국의 재림 성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류몽희 목사는 말했다.
“숙소를 제공해 준 재림연수원, 서적을 보내준 시조사, 집회 장소를 빌려준 원주삼육초등학교, 원주삼육중·고등학교, 두유를 보내 격려해 준 삼육식품, 지구 교회들에 감사드려요. 지회, 연합회, 합회에도 신세를 졌습니다. 기도해 주시고 도움의 손길과 후원금을 보내 주신 전국 교회, 기관, 성도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답지한 성금은 약 9억 원에 이른다. 교회도 자체적으로 헌금 9억 원을 약정했고 보험 산정액은 감가상각을 감안해 8억 원을 예상한다.
- 화재 현장에 찾아온 지회·연합회 임부장들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으로 큰 힘을 얻었고 도움 주신 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 편지와 축복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추석 이후로는 갑작스러운 도시개발지구 지정으로 대응에 나서느라 일일이 다 인사를 못 드려서 『교회지남』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8월 22일, 교회는 예상 못한 복병을 만났다. 교회가 속한 유만마을이 반곡도시개발지구로 지정된다는 공고가 나붙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25년부터 보상이 시작되고 2030년에나 개발이 완료된다. 지금의 유랑 생활을 최소한 8년 이상 계속해야 하는 셈이다. 마침 주민 95%가 개발에 반대해 교회는 주민들과 함께 원주시장, LH 담당자, 국회의원, 시의원 등을 수차례 만나 개발지구에서 마을을 제외해 달라고 했다. 확정안은 2023년 5월에 발표된다.
교우들은 아픈 상처를 추수르며 있는 힘을 다해서 모인다. 도시개발지구 지정으로 교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생각도 못한 장벽 앞에서 교회가 기댈 분은 하나님밖에 없다고 류 목사는 말했다.
“전국에서 9억 원이 들어온 것 자체가 기적이잖아요? 어느 집사님의 친척은 1억 원을 기부했고 1천만 원을 보내 주신 분도 있어요. 수많은 분이 5만 원도 보내시고, 학생들도 도왔고, 이웃 장로교인도 50만 원을 보내 주셨어요. 동네 절에서 전기를 끌어 썼고 감리교 장로님도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고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지만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중에도 십시일반으로 헌금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전국의 교회와 성도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주님께서 천 배, 만 배로 복 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은 교우들의 마음은 답답하면서도 담담하다. 코로나 이후 모처럼 꽉 찬 공간에서 삼일 예배를 드렸던 그날 밤 원주새하늘교회의 컨테이너는, 새벽 동이 틀 때까지 밤길을 뚫고 종착지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는 열차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