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맑아야 낯도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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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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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얼굴, 안면
낯, 얼굴, 안면이 가진 뜻은 미묘한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사람들은 <낯>이라는 한 단어로도 낯빛이 어둡다, 낯가린다, 낯설다, 낯을 내다, 낯익다. 낯모르다, 낯 뜨겁다, 낯익히다, 볼 낯이 없다, 낯 두껍다, 낯이 있다, 낯 깎이다, 낯이 나다, 낯을 돌리다, 낯을 붉히다, 낯을 들다, 낯을 들지 못하다, 낯이 떳떳하다, 민낯을 드러내다 등의 다양한 표현을 쓰며 낯의 비속어로 ‘낯바닥’ 혹은 ‘낯가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얼굴은 눈이나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으로 그 어원을 살펴보면 ‘얼의 꼴’이라는 표현이 얼굴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고 ‘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굴(窟)’이라는 설도 있다. 얼굴은 ‘얼간이’ ‘얼빠진 녀석’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제정신인지 아닌지를 얼굴 표정만을 보고도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보여 주기도 한다. 얼굴은 한자로 면(面)이라 하는데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낼 만한 친구 사이를 ‘안면(眼面)이 있다’고 한다. 또한 남을 대하는 반듯한 도리를 면목(面目)이라 하고, 역시 남을 대하는 도리를 체면(體面)이라고도 한다. ‘남 앞에서’라는 뜻으로 면전(面前)이라 하고, 서로 얼굴을 아는 정도의 관계를 면식(面識)이라 한다. 수험자를 대면해서 인품이나 자격을 묻는 시험 절차를 면접(面接)이라 하고, 출입이 제한된 기관이나 장소에 있는 사람을 직접 얼굴을 대하여 만나는 일을 면회(面會)라고 한다. 면전에서 꾸짖어 나무라는 행동을 ‘면박(面駁)을 준다’고 하고, 잘못이나 책임 따위를 면하여 피하려는 행위를 ‘면피(面皮)한다’라고 한다. 그래서 염치가 없고 뻔뻔한 사람에게 ‘면피가 두꺼운 사람’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낯, 얼굴, 안면은 기본적으로 눈이나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을 가리킬 뿐 아니라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이나 심리 상태를 보여 준다. 얼굴은 우리 신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래서 종종 우리는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될 때 상대방의 얼굴을 가장 먼저 본다. 얼굴에 나타난 표정이나 미소, 눈동자의 움직임을 통해 내면의 감정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얼굴을 통해서 우리는 상대방의 기쁨이나 슬픔, 사랑이나 분노 등의 감정을 감지하고 공감할 수 있다.
못생긴 남자
독일의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Marius von Mayenburg)는 <못생긴 남자: The ugly one>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2007년 1월, 독일 베를린에서 최초로 초연된 이후 영어로 번역하여 영국 런던에서도 공연되어 극찬을 받았다. 2010년 9월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공연되어 큰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어로 번역한 후 연극 무대에 올려져 많은 사람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까지 이 작품은 23개국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마이엔부르크는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못생긴 남자>의 주인공 레테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그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자신이 개발한 프로젝트의 프레젠테이션을 부하 직원에게 뺏기게 된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자신이 이룬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게 되자 그는 얼굴을 바꾸기 위해 얼굴 성형 수술을 결심하였다. 수술이 끝나고 붕대를 푼 레테는 잘생긴 얼굴로 변신해 다시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에 성형외과 의사는 그의 얼굴을 모델로 해서 여러 사람에게 같은 시술을 해 준다. 그 결과,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복제품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온다. 레테는 잘생긴 남자로 변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만 얼굴을 잃어버린 남자가 되어 극심한 자기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면서 원래의 얼굴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다 결국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사람에 대한 풍자를 담았다. 이 세상에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은 없다. 얼굴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이나 인품이 드러나기도 하고, 한 사람이 가진 내면의 성격이나 감정 또한 겉으로 드러난다. 물론 얼굴에는 아름다운 얼굴, 예쁜 얼굴도 있지만 한 사람의 아름답고 독특한 각각의 개성이 있다.
낯을 가리던 세상에서 낯을 드러내는 세상으로
3년 넘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마스크로 얼굴의 일부를 가렸고, 좀처럼 낯을 드러내지 않는 세상에서 살았다. 낯을 드러냈다고 해도 비대면 화상을 통해 살짝 비췄다. 좀처럼 서로에게 민낯을 드러내지 않았고,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면해 왔다. 낯을 가리던 비대면 시대는 무인 시대와 원격 시대를 앞당겼고 가상 현실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영향력 있는 SNS는 Facebook(직역하면 얼굴책)이다. 특히 페이스북은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시하며, ‘좋아요’를 누르면서 서로의 관심을 나누는 등 사람들 사이에 대화의 채널, 소통의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지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 한 사회과학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호모 마스쿠스: Homo Maskus>라는 신조어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 낯을 가리던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여전히 낯을 드러내는 걸 꺼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낯부끄러운 일을 저질렀을 때에 필사적으로 낯을 가리려 했다. 종종 뉴스를 통해 범죄 용의자가 체포되어 사진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면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고개를 푹 숙여 낯을 피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다. 지구가 창조되고 아담과 하와가 범죄 한 이후로 그 아들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다. 가인도 수치스러운 자신의 범죄 행위로 인해 낯을 들지 못했다.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찜이며, 안색(낯)이 변함은 어찜이뇨? 네가 선을 행하면 어찌 낯을 들지 못하겠느냐?”(창세기 4장 6~7절)라는 성경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 한 자는 낯빛이 변하고, 제대로 낯을 들지 못한다. 얼굴은 내면의 심리 상태가 밖으로 드러나는 <마음의 창>이다. 생각이 탁하면 낯빛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제 다시 대면의 시간, 대면의 시대가 돌아왔다. 맑은 생각을 하자! 그래서 이제는 당당히 고개를 들고 낯부끄럽지 않은 삶, 당당히 낯 드러낼 용기를 갖는 삶을 살아야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순결하고 정직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할 때가 되었다. 길지 않은 인생! 낯부끄러운 삶에서부터 멀어지자! 그리고 밝은 낯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자! 지혜자 솔로몬도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우리에게 아래와 같은 권면을 남겼다. 이것이 또 다른 건강의 비결이고, 장수의 비결이다.
-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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