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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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트는 꽃을 소재로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는 직업으로 다양한 활동과 소재를 활용한 문화 예술의 한 분야이다. 플라워 아티스트, 화훼 장식 전문가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웨딩, 파티, 장례, 졸업과 입학 등 축하와 위로를 통해 우리 삶에 밀접해 있다. 꽃들도 크기와 종류에 따라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 플로리스트는 이 꽃들을 역할에 맞게 활용하여 장식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비교적 많은 사람이 꽃을 이용하여 직접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등을 만들고 공간을 장식한다. 화훼 장식에서 식물 소재를 간단하게 3~4가지 기본 유형으로 구분한다. 오늘은 가벼운 꽃꽂이 장식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주요 소재
주요 소재는 사용 방법에 따라 초점 소재와 강조 소재로 사용되며 비교적 이미지가 강하고 크고 굵은 꽃들로 이루어지며 눈에 띄는 소재들이다. 많이 사용되는 식물로는 거베라, 국화, 안스리움, 작약, 튤립, 꽃양귀비, 장미, 수국, 다알리아, 수선화 등으로 중심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두 번째 선형 소재
외형 소재라고 하며 기본적인 외형의 굴곡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직선이나 곡선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장식물의 높이나 너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꽃으로는 글라디올러스, 스톡, 델피니움, 금어초, 리아트리스 등이 있으며 보탬 꽃이라고 부른다.
세 번째 배경 소재
42 배경 소재는 2차 소재 즉 주요 소재의 부가적 형태나 색을 연출하며 여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알스트로메리아, 프리지어, 숙근안개초, 스프레이 카네이션, 소국, 솔리다고 등이 있고 받침 꽃이라고 표현한다.
사실 모든 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이렇게 세분화하여 장식을 해 보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장식을 목적에 맞게 크기와 색상 등을 이해할 수 있고 보다 안정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
발달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님을 위한 원예 치료 프로그램에서 특별한 사람들을 만났다. 발달장애인연대 회장직을 맡은 어머니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머리가 매우 짧아 첫인상은 강렬했다.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한 집회에서 장애인을 위한 권리를 주장하시기 위해 삭발 시위를 하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어머니들도 삶의 많은 고초와 불평들을 쏟아 내셨다. 나는 이렇게 당당하고 거칠고 무례한 아주머니들이 부담스러워 심장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삶에 불만이 많은지 벌써 녹초가 되는 기분이었다. 쏘아보는 눈초리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수업을 진행하다 다행히 마음이 풀리는 순간이 왔다. 바로 꽃을 나누어 드리는 순간이었다. 어머니들의 표정과 목소리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이 꽃 저 꽃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연발하셨다.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안도했다.
꽃꽂이를 하면서 스스로 어떤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인지 꽃에 빗대어 말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어머니께서 ‘이 꽃은 우리 ○○를 닮았어요. 이렇게 예쁘고 고울 수가 없어요.’ 가장 예쁜 꽃을 보며 아픈 자녀의 이름을 넣어 부르시고는 눈물을 훔치셨다. 자신은 배경 소재가 되는 받침 꽃이라고 하면서 ‘나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아이 잘 돌봐야지’라고 말하시는 순간 모두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오늘 하루만 가장 예쁜 꽃이 되자고 말했다. 이내 잠시 눈물을 머금은 미소를 띠셨다. 장애인 자녀를 평생 돌보시며 사람들의 시선과 삶의 무게에 눌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매일을 억척스럽게 살지 않으면 살 수 없어 버티고 계신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찰나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니 처음 보았던 그 차가운 눈빛은 전부 사라지고 엄마라는 이름만 남아 있었다.
삶의 많은 역할 속에 언제나 내가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받침 꽃으로, 보탬 꽃으로 살아간다. 어떤 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모든 역할이 있어서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중심 꽃이 아니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주어진 역할에 가만히 집중하면 좋겠다. 그러다 어느 날 문뜩 힘들고 괴로울 때 한 번쯤 내 역할이 아닌 다른 역할을 찾아 쉼표를 찍어 보면 좋겠다. 그렇게 내가 나를 위로하는 날을 만들어 꽃처럼 아름다운 하루가 되기를 응원해 본다.
- 박수진 플로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