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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다른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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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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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며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가오는 한 해 동안 이루어질 소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끊임없이 기도하며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새해 바라는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어떤 이들은 새해에 사업이나 장사가 잘돼서 부자가 되기를 기도하고 소원한다. 수험생들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소원하며 막상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들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를 소원한다.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의 기로에 자주 서기 때문에 마음속에 바라는 소원이 참 많은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일평생을 함께 살아갈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꿈을 꾼다. 역시 출산을 앞둔 젊은 여성들은 새로운 생명을 건강하게 순산하기를 소원한다. 나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이들은 승진을 바라보거나 더 나은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기를 소원한다. 이처럼 새해를 맞으면 일반적으로 건강, 진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승진 등 개인의 소박한 소원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행복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딘다.



헨리 랜드워스

한 개인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그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인내하는 과정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것이 소원인 사람들이 있다. 헨리 랜드워스(Henri Landwirth)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는 다양한 숙박 시설과 놀이 시설을 구비한 <Give Kids The World>라는 특별한 리조트가 있다. 이 리조트가 문을 연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한번은 에이미(Amy)라는 6살 소녀가 있었는데 그 어린 소녀는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시한부 인생을 살며 고통 중에 있던 이 소녀의 소원은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유명한 테마파크에 가 보는 것이었다. 당시 한 호텔 경영자였던 랜드워스는 이 소식을 듣고 그 어린 소녀의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소녀는 평생에 가 보기를 소원했던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기쁨에 들떴지만 안타깝게도 여행 준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랜드워스는 “중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희귀병과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1주일 소원 휴가>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비영리 휴양 리조트인 <Give Kids The World Village>를 세웠다. 



소원의 방향

<1주일 소원 휴가> 프로그램에서는 중병 진단을 받은 3세~18세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교통, 숙박, 음식,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장권까지 모두 제공한다. 평소 아이를 간호하느라 지친 부모들에게는 둘만의 근사한 저녁 식사를 지원한다. 또한, 부모가 저녁 식사를 즐기는 동안 아이는 자원봉사자가 대신 돌봐 준다. 이렇게 꿈같은 <1주일 소원 휴가>를 보내고 나면 아이도 부모도 모두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160여 개의 빌라형 숙박시설을 갖춘 이곳에서 지금까지 약 80개국에서 온 19만여 명의 중증 어린이 환자와 그 보호자가 평생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매주 2,000명 가까운 자원봉사자가 교대하며, 이들 가족을 세심하게 돕는다. 2018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랜드워스는 생전에 “엄청난 통증으로 고통 가운데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소원이었습니다.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태생의 유대인인 랜드워스 자신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 수용소에 갇혀 지냈다. 그는 13세부터 18세까지 5년 동안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전쟁 막판에 처형 현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경험이 있다. 그의 부모는 이미 나치에 희생된 뒤였으며, 그는 그의 손에 겨우 20달러를 쥐고 미국행 화물선에 올랐다. 그는 군에 입대하여 영어를 배웠고, 한국으로 파견돼 6·25 전쟁에도 참전한 경력이 있다. 그때 그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굶주린 고아들과 질병에 걸린 아이들을 보면서 언젠가 성공한 사람이 되면 반드시 어려운 형편 가운데 있는 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군 제대 후, 호텔 벨보이로 취직하였다. 성실하게 일한 결과, 오래지 않아 100여 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의 지배인이 되었고,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프랜차이즈 호텔 홀리데이 인(Holiday Inn)을 열었다. 그 후로도 그는 도움이 필요한 중증 질환을 가진 어린이와 가족들을 돕고 장학사업과 각종 구호사업을 병행하면서 불행한 형편에 처한 이웃을 돕고 구제하는 일에 자신의 일생을 바쳤다. 얼마 전에는 <Give Kids The World> 웹사이트를 접속해 둘러보았더니, 랜드워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전히 수많은 중증 질환을 가진 어린이 환자와 그 보호자들이 이곳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랜드워스의 귀한 이웃 사랑 실천에 감동을 받은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매우 인상 깊은 일이었다.



내 꿈 너머의 꿈

랜드워스의 소원은 일반 범인들의 소원과 결이 크게 달랐다. 새해를 맞아 우리 각자가 바라는 소원들이 있겠지만 한 번쯤 <내 꿈 너머의 꿈>도 가져 보면 좋겠다. 우리가 가져왔던 좁은 사고의 폭을 넓히고, 갇힌 사고의 틀을 깨뜨려 보면 좋겠다. 소원의 방향이 더 이상 나만을 향하지 않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따듯한 세상이 될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경쟁 대신에 상생의 길을 적극 찾아 나서자. 이기심과 탐욕을 버리고 사회적 약자와 이웃을 향한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원이 되면 좋겠다. 2024년 새해에는 내 꿈도 소중하지만 다른 이웃의 필요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꿈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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