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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노를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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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미디어 등록일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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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와 기후 변화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렵이나 채집 또는 유목 생활로는 항상 먹을거리가 부족했다. 그러다 비옥한 토지를 소유하고, 이곳에 정착한 농민들이 곡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면서부터 곡물의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확한 곡물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었기에 곡물을 세금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식량 공급을 농업에 의존하던 나라들은 날씨에 따라 곡물의 생산량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사의 특성상 파종과 경작을 잘했더라도 수확기 직전에 한두 번 찾아오는 태풍만으로도 일 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숲과 호수, 습지와 갯벌이 없이 넓은 평야 지역에서 한 종류의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흉년이 들면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했다. 중국 역사에서 황하와 장강 사이의 대평원에서 농민 반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그래서 농부들은 언제나 하늘의 날씨를 살피는 일을 중요시 여겼고, 땅의 도움을 믿었다. 가령 땅을 일구는 일은 소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지렁이와 두더지, 미생물과의 공동 작업이었다. 제초 작업은 물벌레와 우렁이와 오리가 도맡아 했고, 농부는 함께 식량을 생산한 모든 생명체를 위해 짚이나 겨와 같은 부산물을 남겼다. 수확한 식량과 사료를 먹고 남은 에너지인 인간과 동물의 분뇨를 숙성시켜 땅에게 되돌려주었다. 몽골어로 ‘재앙’이라는 뜻을 가진 <조드(Dxud)>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겨울에 몰아닥치는 극심한 한파’를 말하는데 몽골 사람들도 ‘조드’라는 단어만 나오면 손사래를 칠 만큼 공포의 대상이다. 보통 수십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데 ‘조드’가 발생하면 기온이 영하 40~50도 이하로 떨어져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문제는 ‘조드’가 점점 자주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강도로 닥친다는 것이다. 2010년 ‘조드’가 닥쳐왔을 때 몽골 전체 가축의 10%가 넘는 약 600만 마리가 폐사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조드’가 발생했는데 이런 이상 기후로 인해 몽골 유목민의 삶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지구 열대화 시대

2023년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이제는 지구 온난화 시대(The Era of Global Warming)를 지나 지구 열대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가뭄과 이상 고온에 따른 대형 산불, 폭우로 인한 산사태 등으로 인해 큰 환경 재해를 경험했다.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기상 이변이 생기면, 식량의 생산과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준 곡물 자급률은 20.2%이고, 식량 자급률은 45.8%라고 발표했다. 달리 말해 곡물은 10명 중 2명이 국산을 먹고, 나머지 8명은 수입산을 먹는다는 것이다. 또한 고기를 포함한 모든 식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명 중 4.5명이 국산 식량을 먹을 수 있고, 5.5명은 수입산을 먹는다는 것이다. 국산이라면 한국에서 생산해서 한국에서 먹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수입산의 경우는 다르다. ‘수입’이라는 행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항공기나 배로 식량을 들여오는 것인데 전쟁으로 인해 곡물을 제때 수입하지 못한다거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기후 변화로 인해 흉년이 들어 공급해야 할 만큼의 식량을 수입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식량 위기 대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 소위 잘사는 나라들은 식량 자급률이 기본적으로 100%가 넘는다. 호주는 275%, 캐나다 174%, 프랑스 168%에 이르며, 미국도 133%에 이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식량 자급률을 올리기 위한 관심과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구아노(Guano)

식량 위기의 문제는 세계 인구 증가와 맞물려 있다. 급증하는 인구는 블랙홀처럼 식량을 빨아들이며 식량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됐다. 식량 증산의 전환점은 식물학자이자 근대 지리학의 원조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연구에서 비롯된다. 1802년부터 중남미 지역에서 3만km를 누비면서 지리, 광물, 식물, 동물 등을 조사하던 훔볼트 박사는 페루의 잉카 농부를 통해 과나페섬에서 신비한 물질인 구아노(Guano)를 알게 된다. 그는 1805년 바닷새의 배설물이 쌓여 화석화한 구아노 샘플을 프랑스로 보냈다.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구아노에는 질소와 인이 풍부해 일반 비료의 33배에 달하는 영양분 덩어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구아노 붐이 일었다. 구아노 거래가 절정이던 1850년대 후반에 영국은 1년에 약 30만 톤의 구아노를 수입했고, 영국 농민들이 사용하고 남은 구아노는 다른 유럽 국가에 유통시켰다. 바닷새의 배설물은 곧 탐욕의 대상이 되어 국제 전쟁까지 불러왔다. 본디 인간과 가축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땅에서 자라나는 식량을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먹고 남은 에너지는 배설을 통해 본래 자리인 땅으로 되돌아간다. 배설물인 분뇨가 지력(地力)을 북돋는 거름이 되듯이 바닷새가 물고기를 먹고 남은 영양분을 바다 위 혹은 해안가 바위에 배설하는 것이 친환경 순환 농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남미의 구아노가 대서양을 건너 2만km 밖의 런던과 파리 근교의 밀밭에 비료로 사용됐기 때문에 그 성분은 천연일지라도 순환은 인공적이다. 마치 분뇨가 본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화석 연료를 포함한 자연 자원과 인적 자원 역시 태어난 곳에서 순환하며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순리이다(출처: 『아주 구체적인 위협』 참조, 동아시아).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 그리고 경제 논리를 앞세운 개발 정책 등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의 위협이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로 인해 생태계는 파괴되었으며, 풍요에 익숙한 삶의 방식이 인류의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의 총리였던 요셉은 <인류 최초로 식량을 무기화한 인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요셉은 이집트 왕 바로에게 “이집트에 7년 동안 풍년이 들면, 흉년을 대비하여 식량을 비축해 두라”(창세기 41장 29절 참조)고 조언했다. 과연 그의 말대로 7년 동안의 풍년 후 이집트와 이스라엘 지역에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흉년이 들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이집트로 찾아와 식량을 구하는 장면이 성경에 나온다. 가뭄이 지속되고 인근 나라에서 곡식을 사러 오자 비축한 식량을 팔아 그들의 돈을 다 거두었다. 돈이 없어지자 그들의 짐승까지도 모두 받아서 국가의 재산을 크게 늘렸으며 그들이 소유한 모든 땅까지도 이집트 왕 바로의 소유가 되었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들이 소유한 넓은 땅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리가 어찌 우리의 토지와 함께 죽으리이까? 우리 몸과 우리 토지를 먹을 것을 주고 사소서. 우리가 토지와 함께 바로의 종이 되겠습니다.”(창세기 47장 19절)라며 식량을 얻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토지를 포기했다. 심지어 땅이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노예가 되어 이집트에 귀속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IT 산업이 크게 발달하고, AI 기술이 고도로 발전해 가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식량이 부족하면 우리 사회는 짧은 시간 안에 큰 위기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제아무리 많은 부를 소유했다 한들 먹을 것이 없으면 그토록 가치 있던 모든 소유가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불필요한 소비와 과도한 소비, 대량 소비가 난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아직 식량이나 자원이 풍요로울 때이며, 과소비를 지양하고 재난과 위기의 때를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박재만 ​시조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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