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교인은 왜 안식일에 시험을 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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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삼육대학교에서 북아태지회 청소년부 후원으로 한국연합회가 주최한 전국 재림 청년 대회가 열렸고, 재림 청년과 지도자 1,400명이 참석했다. 행사가 한창이던 6월 29일, 서중한합회 청소년 극단 ‘틈’은 한지만 청년의 승소 이야기를 각색한 연극을 공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재림마을 뉴스에 따르면 관람한 청년들은 “재림 신자라 겪었던, 재림 신자이기 때문에 견뎌야 했던 한 청년의 사연이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교회 청년의 이야기여서 더욱 피부에 와닿았다.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입을 모았다. 몇몇 청년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구제 요청으로 일몰 후 시험 배려
당시 삼육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 청년은 청년 대회 찬양팀으로 참가해 위 공연을 접했고, 다른 청년들과 같이 용기와 감동을 얻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이○○ 청년은 삼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전문성 함양을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는데 면접 고사가 토요일로 공고되어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시행된 면접 고사가 모두 토요일이었다는 사실에 좌절감마저 들었다. 이○○ 청년은 고민하던 중 한국연합회 종교자유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종교자유부를 통해 법률고문인 필자의 사무실에도 방문해 상담하게 되었다.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이○○ 청년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눈빛에 역력했다.
종교자유부는 학교에 구제 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로 결정했고, 공문의 내용에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는 교단명에 ‘제칠일 안식일’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을 정도로 안식일 준수를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이에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교인들은 종교적 안식일에는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및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만의 독특한 신념이 아니라 침례교, 유대교 등 성경을 경전으로 하는 여러 다른 종파에서도 지켜지고 있는 보편적 종교적 신념이다.”라는 내용의 본 교단의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첨부했다.
또 그간 법원 및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 행정기관에서 양심 내지 종교의 자유는 다른 기본권보다 고도로 보장되어야 할 성질의 것으로 관계 법령이나 학칙 등도 최대한 종교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시험일을 토요일에 시행하고 구제 조치를 거부한 것에 대해, 비례의 원칙(행정처분은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합해야 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민의 이익 침해가 행정 작용이 의도한 공익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는 행정법상 원칙)을 위반했고, 수학 능력과 무관한 종교적 양심으로 교육을 받기 위한 최종 관문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는 불평등이 발생한 것이라고 판결한 법률적 내용도 근거 자료와 함께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에 따라 교육부 및 타 대학에서 재림교인 응시생을 배려해 준 선례들도 자료로 첨부했다.
공문을 수신한 대학원은 내부 회의 및 자체 자료 조사를 거쳐 격리 후 시험, 즉 타 지원자들과 함께 입실해 따로 격리되어 있다가 일몰 후 면접 고사를 별도로 시행하는 조처를 취해 주기로 결정했다. 해당 학생은 면접 고사 당일 오랜 시간 격리되어 있다가 시험에 응시했다.
그로부터 5주 뒤 이○○ 청년은 필자에게 다음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 사례는 이후 다른 재림교인 응시생들이 안식일 면접고사에 대해 격리 후 시험을 치르는 구제 조치로 요청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되었다.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서
이 같은 젊은이들의 확고한 신념은 큰 감동을 준다. 그런데 재림교인들은 왜 안식일에 시험을 보지 않는가? 왜 불이익과 불편함을 감수하며 안식일을 지키려 하는가?
법률적 관점에서 재림교인에게 안식일 성수는 단순히 교회에 가서 종교적 행위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재림교인의 ‘양심’의 실현과 관련이 되어 있다. 법률적으로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그 기준에 따르지 않으면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의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
재림교인은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에 성경의 말씀이 작용하는데 그중 출애굽기 20장에 ‘살인하지 말라’, ‘도적질 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는 등의 도덕적·윤리적 규범이 기재되어 있는 십계명은 재림교인의 기본 생활 규범이 된다. 그 십계명 중 넷째는 다음과 같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8~11절). 재림교인들은 이 넷째 계명에 따라 안식일을 성수하고 있는바 그 목적은 이 세상의 창조주가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종교적 양심의 표명이라 볼 수 있다.
인격적 존재 가치의 바탕
재림교회 기본 교리는 “창조와 구속(구원)에서 나타난 그분(하나님)의 은혜로운 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념하도록 초청받은 안식일은 하나님과 특별히 교통하는 날이기 때문에 안식일의 거룩한 분위기를 훼손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피해야 한다. 성경은 안식일에는 세속적인 일을 그쳐야 한다고 말한다(출 20:10). 즉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일과 모든 사업상 거래를 피해야 한다(느 13:15~22). …세속적인 관심사와 대화와 사상에 몰두하거나 스포츠에 참여함으로 이날을 자신의 쾌락에 바치는 일은 창조주와의 교제를 손상시키며 안식일의 신성성을 깨뜨리게 될 것이다(창 1:5; 막 1:32).”라고 규명하며 교단명에 ‘제칠일 안식일’이라는 문구를 포함할 만큼 안식일 준수를 핵심 가치로 삼는다.
그리고 ‘안식일 준수에 관한 지침’을 보면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는 일을 잊은 결과는 심각하다. 하나님과 관계가 왜곡되고 그 결과는 파멸로 이어진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재림교인의 양심과 관련해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안식일 성수’라는 가치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종교 양심에 따라 안식일을 성수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가 파멸되고 만다는 절박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즉 헌법상 정의되는 양심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재림교인에게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 사이에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및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은 재림교인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재림교인을 비롯해 유대인, 기독교인, 침례교인 등의 종교적 안식일을 배려하는 입법, 판례, 제도가 이미 확립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들의 배려에 대한 제도가 미비하여 재림교인들이 안식일에 시행되는 시험으로 사회 진출에 큰 제약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들의 종교적 안식일 성수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다면 재림교인은 자신이 전인격을 걸고 옳은 것이라고 믿는 신념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사회생활의 제약 등 피해가 예정되는 상황에 처하여 자신들의 인격적 존재 가치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재림교인들의 구제를 위한 입법 조치에 대한 노력, 현 피해를 받고 있는 재림교인 응시자들에 대한 사법적 구제 지원, 재림교회 신념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시키기 위한 학술적 노력 등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신명철 변호사, 한국연합회 종교자유부 법률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