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자들에게서 돌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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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숭배(self-worship)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종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테디어스 윌리엄스 미국 바이올라 대학 조직신학 교수는 자신을 우상화하는 자기 숭배 현상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성경의 십계명을 대체할 ‘6계명’도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계명은 ‘당신의 마음은 진리의 근원이자 기준이다.’ ‘당신의 감정은 권위 있다.’ ‘당신은 주권자다.’ ‘당신은 위대하다.’ ‘당신은 최고의 선(善)이다.’ ‘당신은 창조주다.’ 이 여섯 가지다. …그는 자기 숭배야말로 하나님께 대한 반역이며, 우리가 진리의 근원이 되려 하면 서서히 미치게 될 것이고, 스스로 만족의 근원을 찾으려 할 때는 비참한 난파선이 되고 만다고 경고했다.]
출처: 국민일보, '지금 세상에서 가장 빨리 퍼지는 종교는 자기숭배' 중에서, 2021. 11. 19
윌리엄스 교수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더라도 현대인의 유별난 ‘자기 사랑(selfloving)’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야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지만 우리 시대에는 지난 수천 년 동안 볼 수 없던 독특하고 유별난 현상이 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나에게 주는 선물로 명품 가방을 사고, 나에게 주는 선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나에게 주는 선물로 멋진 휴가를 떠난다. 자신에게서 자신을 분리해서 선물의 대상, 위로의 대상, 보은의 대상으로 삼는 애틋하고 극진한 사랑이다.
이처럼 유별난 자기 사랑(self-loving)을 심리학에서는 ‘자아 존중감’, 줄여서 ‘자존감(自尊感: self-esteem)’이라고 한다. 자존감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일어난 자존감 운동(self-esteem movement)의 영향으로 인간 행복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자존감 운동의 주역인 심리학자 나다니엘 브랜든에 의하면 불안, 우울증, 친밀감, 성공에 대한 두려움, 배우자 구타, 자녀 성추행 등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문제들의 원인은 낮은 자존감이다. 이 주장을 지지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존 바스콘셀루스는 1986년에 [자존감과 개인 및 사회적 책임에 관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 결과 불과 몇 십 년 만에 ‘높은 자존감’은 개인과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의 열쇠가 되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사랑받아야 하고, 누구에게나 인정받아야 하고, 모든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말을 듣거나 필요가 채워지지 않거나 요구가 거절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자존감을 지켜 주고 높여 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자신이 자기를 격려하고, 자기를 용서하고, 자기를 사랑함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온 세상이 자존감 즉 자기 사랑(self-loving)에 빠진 이유이다.
이런 현대인들의 열망에 부응하여 자기 사랑을 외치고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하루가 멀게 출간된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자기 사랑’이 주제인 책은 91권, ‘자존감’이 주제인 책은 509권이나 검색된다. 『자기 사랑의 심리학』,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자기 사랑의 기술』,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과 같은 책이다. 다음은 『자기 사랑의 심리학』에 기록된 자기 사랑을 키우는 11가지 방법이다.
① 자신에게 ‘난 네가 좋아’라고 하루에 열 번씩 말하기 ② 자신에게 ‘난 너의 ~한 점을 용서해’라고 하루에 열 번씩 말하기 ③ 자신에게 연애편지 쓰기 ④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글로 쓰거나 녹음해 두고 매일 듣기 ⑤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보기 위해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면 발견하기 ⑥ 자신이 조금만 나아져도 많이 칭찬해 주기 ⑦ 다른 사람의 칭찬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⑧ 남과 자신이 인정해 주는 칭찬을 적는 수첩 만들어서 기록하기 ⑨ 자신이 마음 편하게 살 권리를 인정해 주기 ⑩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작성하고 수시로 보충하면서 읽기 ⑪ 내 안의 씨앗이 꽃피울 수 있도록 ‘나는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기.
이것이 현대인이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자기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용서하고, 편지 쓰고, 칭찬하느라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내면아이 상담의 최고 권위자인 존 브래드쇼가 쓴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에도 이와 흡사한 내용이 있다. 자기 속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에게 편지를 쓰고,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기도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함께 영화를 보라는 것이다. 내면아이 치유를 그럴듯한 구실로 삼지만 사실은 자기 사랑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사랑에 열심을 내는 사람이 자기 숭배라는 종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 자기 숭배만큼 달콤하고 행복감을 주는 종교가 또 있을까?
바울은 디모데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러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참소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 아니하며 배반하여 팔며 조급하며 자고(自高)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니 이 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딤후 3:1~5).
여기에서 바울은 말세(末世)의 사람들의 특징으로 무려 열아홉 가지를 나열하는데 첫 번째가 “자기를 사랑하며”이다. 자기 사랑은 말세의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일 뿐 아니라 뒤따르는 열여덟 가지 특징의 원인이기도 하다. 왜 돈을 사랑하겠는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왜 부모를 거역하겠는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랑, 교만, 감사하지 않음, 거룩하지 않음, 무정함, 원통함을 풀지 않음도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울이 언급한 모든 악행과 범죄의 뿌리는 자기 사랑(self-loving)이며, 이 빗나간 사랑의 종착점이 자기 숭배(self-worship)이다.
바울이 이런 내용의 편지를 쓴 목적이 무엇일까? “이 같은 자들에게서 돌아서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자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이다. 하나님은 바울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말세에 살면서 그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자기 사랑 즉 자존감을 높이려고 혈안인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말씀하신다. “이 같은 자들에게서 돌아서라!”
- 박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