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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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性) 문제에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의 성경적 입장은 분명하다.1 그러나 동성에게 이끌리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 문제가 그저 교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람과 그 사람의 삶과 관련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이 글에서는 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 방향과 접근 방식을 다루고자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그러므로 성소수자(LGBTQ)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 사람의 성적 지향이란 그 사람의 마음이 이끌리는 성을 말한다. 누군가 자신이 이성애자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이 많다. 하지만 엉뚱한 몸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고 성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우리가 받는 충격 못지않게 괴로운 일이다.
이 사실은 알아 두자
사람들 대부분은 성적 성향과 성적 행동의 차이점을 잘 모른다.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동성애 성향이 아니라 동성애 행위이다.2
목회자가 누군가의 성적 지향 자체를 두고 죄라고 선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비록 그 성적 지향이 우리의 타락한 본성에 따른 결과라 하더라도 말이다. 동성애 감정이 있는 그리스도인은 수치심과 죄책감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성애에 끌리는 마음 자체는 죄가 아니다.
동성애에 끌리는 사람이 만약 그 유혹을 물리친다면 성경적으로 그가 침례를 받거나 교회에서 일하거나 더 나아가 지도자 직책을 맡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다.
초기 교회에서 동성애 성향이 있는 사람이 동성애 행위를 삼갈 경우에는 그 사람을 받아들였고 열등한 그리스도인으로 치부하지 않았다(고전 6:9~11).3
우리의 주된 정체성은 성별이나 성적 지향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서 찾을 수 있다. 실존적으로는 성별이나 성적 지향이 우리와 밀접하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성적 지향에 따라 격하할 이유가 없다. 교회 안에서는 성적 지향에 관계없이 누구나 다 머물 곳이 있다.
커밍아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드러내면서 커밍아웃 한다면 그 사람에게 우리가 든든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 주어야 한다. 상대방의 용기를 칭찬해야지 충격받은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성적 지향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기도해 줘야 한다. 비록 그 사람의 결정을 우리가 지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사랑을 보여 주고 (죄가 아니라) 사람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 사람의 성적 지향이 마치 전염이라도 되는 듯 거리를 두려 하면 안 된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 적당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 사람이 내비치는 친밀감의 표현을 하나같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안 된다. 동성애자라고 모든 동성에게 다 끌리는 것도 아니다(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혐오나 증오, 불편한 느낌이 일면 그런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을 때까지 기도하며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막 2:16~17).
훈계를 삼가야 한다. 그 사람은 재림교회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기존 동성애 관계를 끝내라는 압박을 (어쩌면 사랑을 거두겠다고 하면서까지) 가하면 안 된다. 결심이란 하는 사람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내려야만 오래가는 법이다.
우리 교회의 성경적 입장을 숨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능한 한 제일 큰 사랑으로 진리를 증언하면서 성령께서 역사하실 여지를 남겨 놓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교인이든 아니든, 태도가 어떻든 상관없이 그 사람의 신앙 여정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역사하셔서 그가 살아가는 방향을 인도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평생에 걸쳐 진행된다. 그러니 인내심을 지녀야 한다.
헛된 약속을 삼가라
기도를 열심히 하고 믿음이 강하면 동성애 성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동성애 성향 자체가 죄악이므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수반될 때도 많다.). 물론 하나님께서 못하시는 일이 없기에 성적 지향이 변한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동성애 감정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일차원적 시각으로 치부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 때문에 이른바 전환 치료 같은 것이 나오면서 정서적·영적 해악을 끼친다.
동성애 성향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유전적으로 결정되기에 성향이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발달 문제(트라우마, 가족 관계)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억측을 내놓은 쪽도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동성애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본다.4 즉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살아온 삶이나 성격과 관련한 영향이 성적 지향에 작용할 수 있기에 일부에서는 치료 지원이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치료를 받고 나서 이성애를 느끼게 해 주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거나 약속해서는 안 된다. 살면서 성적 지향에 크거나 작은 변화를 경험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에 열려 있어야 한다
동성애 감정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은 그 사람들이 다시 마음의 건강을 찾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성적 지향이 그대로라 하더라도 멋있는 청사진을 그들에게 제시하고 신실한 삶을 사는 데 동행해 주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아도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능한 교회 문화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결혼과 가족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다 보니 결혼이 훌륭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신분을 상징하거나 영적 성숙이나 기도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비혼자나 성소수자들에게 멋있는 삶의 청사진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비혼자들이 소외되고 성소수자들이 고통을 받는다.
성경에서는 두 가지 인생 모델을 제시했다. 하나는 결혼(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은유)이고 다른 하나는 독신(온전히 인간이셨지만 성생활을 하지 않으셨던 예수께서 보이신 모본)이다. 둘 다 똑같이 가치가 있다.
독신으로 지내려면 특별한 부르심을 받아야 하며, 그러한 부르심에 이끌리는 느낌이 들어야 인정받는다는 오해가 있다. 결혼할 계획도 마음도 없이 독신 생활(미혼이나 사별, 별거, 이혼)을 하는 그리스도인이 엄청나게 많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르심을 받는다. 하나님의 부르심이란 결혼하라거나 독신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결혼 혹은 독신 생활 가운데서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5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각 사람의 영적 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고 결혼 여부로 교회가 갈라지지 않아야 한다.
마음의 고향
솔직하고 깊은 대화와 포옹, 즐거움, 공동 활동, 휴가와 같이 더욱 창의적인 방법으로 비혼자들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어 주어야 한다. 사람들의 발길은 사랑받고 소속감을 느끼는 곳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줄 것이 있는가? 계속해서 결혼과 성에 관한 우리 교회의 가르침을 확실히 옹호할 수 있을지는 신학 강의를 늘리기보다는 교회가 생활 속에서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는 데 달려 있다.
아무리 사랑을 담아 사려 깊게 성경적 입장을 제시하더라도 세속 문화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동성애 혐오이자 몰인정한 처사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 교회 성 윤리에는 잠재적인 선교의 힘이 들어 있다. 성보다 더 큰 사랑을 세상에 보여 주고, 사랑의 하나님 없이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한 가족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다.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1 대총회 성명(‘동성애’와 ‘동성 결합’)을 참조할 것. https://www.adventist.org/offi¬cial-statements/homosexuality/ and https://www.adventist.org/documents/same-sex-unions/
2 고대부터 분명히 알려진 사실인데도 말이다. 참조. Bernadette J. Brooten, Love Between Wome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Thomas Hubbard, Homosexuality in Greece and Rome (Berkeley, Calif.: University of California, 2003)
3 온갖 이성애적 범죄(간통, 혼전 성관계, 음란물)는 가볍게 여기면서 동성애 성행위를 가장 심각한 성적인 죄악이라 언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4 참조. Andrea Ganna, “Large-Scale GWAS Reveals Insights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of Same-Sex Sexual Behavior,” Science 365 (2019), eaat7693, DOI: 10.1126/science.aat7693; Dean Hamer, “Comment on ‘Large-Scale GWAS Reveals Insights Into the Genetic Architecture of Same-Sex Sexual Behavior,’ ” Science 371 (2021), aba2941, DOI: 10.1126/science.aba2941
5 결혼한 사람은 그리스도인다운 결혼 생활을 하라는 부름을 받고, 현재 미혼인 사람은 그리스도인다운 독신 생활을 하라는 부름을 받는다.
루이제 슈니바이스 보겐호펜 신학대학원 신학자이자 음악가이며 오스트리아교회연합의 독신 여성 사역 담당자이다.
추천 도서
아래는 성경을 기준으로 삼는 기독교인 저자들이다. 타 교파임에도 성소수자라는 주제와 관련해 유익하고 귀중한 통찰력과 경험을 선사해 준다(살전 5:21).
Sam Allberry, Is God Anti-Gay? and Other Questions About Homosexuality, the Bible, and Same-Sex Attraction (Epsom, U.K.: The Good Book Company, 2013) (샘 올베리, 『하나님은 동성애를 반대하실까?』. 홍병룡(역). 아바서원, 2019.)
Sam Allberry, Seven Myths About Singleness (Wheaton, Ill.: Crossway, 2019)
Ed Shaw, The Plausibility Problem: The Church and Same-Sex Attraction (Lisle, Ill.: Inter-Varsity Press, 2015)
Preston Sprinkle, People to Be Loved: Why Homosexuality Is Not an Issue (Grand Rapids: Zondervan,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