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인 건강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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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인 건강은 중요하다
위로를 주고받으라
한종근
오랫동안 재림교인으로 살아온 어느 여성을 수년 전에 만났다. 그 여인은 자기 조카를 방문하기 위해 내가 섬기는 교회로 왔다. 똑똑해 보였고 노래를 잘하는 분이었다. 예배 후에 우리는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내게 “저는 몇 개월 전에 남편을 잃었어요. 우리는 전날 함께 잠이 들었는데 깨어 보니 남편이 숨을 쉬지 않은 채 제 옆에 누워 있었어요. 장례를 치른 뒤로는 누군가 와서 제 목숨을 앗아 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매일 밤을 보냈어요.”라고 말했다. 몇 개월이 지난 후에 그녀가 치매에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
정서적 건강의 필요성을 발견하다
나는 30여 년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서 목사로 일해 왔다. 나는 믿음이 있었고 복음 전도의 열정이 있었다.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했고 하나님의 백성을 섬겼다. 하나님 말씀을 믿었고 믿음으로 사는 일이 내 인생의 중심이 되었다. 내가 보낸 사역의 시간을 반추해 보면서 설교의 대부분이 믿음에 관한 것임을 알았다. 목회 상담을 할 때 나는 믿음에 대해 말해 왔다. 믿음이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렇게 함으로 나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감정들을 무시하거나 억눌러 왔다.
나의 아내는 본분에 충실한 여성이다. 사려 깊은 성격의 소유자이며 다른 이들과 담화를 잘 나누었다. 사모로서 그는 아주 무거운 부담을 지고 있었지만 선한 마음으로 그 부담을 잘 다루었다. 과거에 나는 개인적으로 어쩌다가 아내에게 소리를 치고 화를 표출하곤 했다. 그 이후에 나는 내가 그렇게 행동할 이유가 하등 없었음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사과했지만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에게 믿음이 충만했다면 그런 잘못을 결코 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설명할 수 없는, 건강하지 못한 감정들이 내게 있었음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믿음과 정서적인 건강을 같은 것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믿음이 강하다면 화를 내지도 않고 걱정, 우울, 낙담, 좌절도 하지 않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만일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있다면 믿음이 강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박사 학위 논문은 가정 사역에 관한 것이다. 나는 ‘가정 폭력에 대한 예방 및 교육’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썼다. 가정 폭력을 연구하면서 나는 친밀한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조사했다.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정서적으로 학대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아내에게 고함을 지르고 아내를 무시하고 그의 공간을 침해했다. 예수를 확고하게 믿는 목사라고 여겼던 나 자신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배우자요 목사였음을 알고서 나는 깜짝 놀랐다.
성경이 말하는 전인적인 건강을 발견하다
성경에는 곤경에 처할 때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들이 나온다. 두려움은 성경에 언급된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첫 번째 정서적 반응이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금지하신 열매를 먹고 두려움에 하나님을 피해 숨었다(창 3:10). 이후 두려움은 인간 경험에서 일상적인 감정이 되었다. 믿음의 사람 욥은 자신의 정서적 갈등을 이렇게 드러냈다. “탄식…앓는 소리…두려워하는 그것…무서워하는 그것…평온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욥 3:24~26). 모세는 두려움에 압도당해서 하나님께 자신을 죽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는 “책임이” 그에게 “심히 중하”였기 때문이다(민 11:14~15).
하나님의 창조물인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해서 두려움, 걱정, 분노, 낙담, 우울, 후회, 죄책감 같은 감정으로 반응한다. 이런 감정은 깊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이 감정들을 해소하지 않고 방치하면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결국 그런 감정으로 불안과 우울 같은 정신 질환에 걸릴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서적인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를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의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살전 5:23).
여기 건강의 삼위일체가 있다. 신체적·영적·정서적 요소이다. 이 세 요소는 서로 구분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도 신체적인 건강을 잃으면 정서적인 건강마저 잃을 수 있다.
자신이나 다른 신실한 교인들에게서 드러나는 용인되기 힘든 태도들은 건강하지 못한 감정들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임을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정서적 위로 사역을 시작하다
피터 스카제로는 “그리스도인들이 정서적인 건강의 융화를 이루어 내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라면서 이 사실을 아주 잘 요약하였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나는 국가 공인 전문 상담가가 되었다. 내가 시무하는 산타마리아 한인교회에서는 2022년 ‘국제 정신건강선교센터’를 세우기로 결의하고 ‘정서적 위로 사역’ 곧 정서적인 건강에 초점을 둔 정신 건강 사역을 시작했다.
이사야 선지자는 “너희의 하나님이 이르시되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사 40:1)라고 기록한다. 정서적 위로 사역은 먼저 교인들이 서로를 위로하도록 독려한다. 두 번째로 자신들의 가족을 위로하고, 세 번째로 이웃을 위로하고자 한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교인이 위로자가 되는 것이다. 바울은 고린도후서 1장 3~4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찬송하리로다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시요 자비의 아버지시요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에게서 오는 위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받는 위로도 필요하다.
*Peter Scazzero, Emotionally Healthy Spirituality: Unleash a Revolution in Your Life in Christ (Thomas Nelson, Nashville Tennessee, 2006), 9
한종근 목회학 박사, 목회자이며 미국 캘리포니아 샌터마리아에 있는 국제 정신건강선교센터의 센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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