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사채널

본문 바로가기
더보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애드벤티스트월드

먼지 자욱한 길 위에서

페이지 정보

년월호 2024년 11월호 이야기 꾸러미
글씨크기

본문

와이오밍의 먼지투성이 길 위로 바퀴가 돌 때마다 누런 먼지구름이 탁한 공기에 더해진다. 수천 대의 마차가 지나갈 때 철제로 테를 두른 바퀴가 남긴 땅에 깊게 파인 바퀴 자국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 바퀴 자국은 동부 도시에서 출발하여 희망을 품고 네브래스카와 와이오밍을 가로질러 약속의 땅, 오리건과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던 정착민들의 ‘덮개 달린 마차’ 행렬이 남긴 자국이다.

나는 종종 깊게 파인 바퀴 자국 옆에 멈춰 서서 그때를 상상해 보곤 했다. 마차는 좁아서 미래를 꿈꾸며 챙겨 간 쟁기와 삽 그리고 다른 도구들을 겨우 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마차 덮개 아래 온 가족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 사람들은 걸었다. 작은 아이들은 들쥐굴에 돌을 던지며 놀거나 목이 마르고 피곤하다고 큰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먼지 가득한 길을 매일 걷는 정착민들에게 마차는 희망의 피난처가 되었다. 아버지들은 막대기 끝 검게 탄 숯으로 마차의 덮개에 새 쟁기를 설계하는 그림을 그렸다. 어머니들은 블루베리로 더 맛있는 파이를 만드는 방법을 상상했다. 아이들은 안전한 오두막 안에 놓인 푹신한 침대를 꿈꾸고, 책 읽기를 배울 수 있는 교실을 눈앞에 그려 보았다. 모두 자신들을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인도해 달라고 간절히 바라고 기도했다.  

1843년, 대부분의 삶을 와이오밍과 그 주변에서 보낸 산악인 짐 브리저는 와이오밍의 거친 그린강 지류에 ‘안전한 휴식처’를 세웠다. 그는 그곳을 ‘브리저 요새’라고 부르고, 마차 여행으로 지친 여행자들을 직접 환영했다. 브리저가 환영한 마차에는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인 마커스와 나르시사 휘트먼 부부가 타고 있는 마차도 있었는데 그들은 1,126km 떨어진 북쪽의 원주민 부족 사이에 교회를 세우러 가는 중이었다. 그들이 늦가을에 도착하자 브리저는 휘트먼 부부에게 겨울을 요새에서 지내고 봄에 다시 여행을 떠나라고 권유했다. 그들은 이를 받아들여 혹독한 겨울 동안 요새에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했다. 휘트먼 부부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습에 감동한 브리저는 자신의 딸 메리 앤을 휘트먼 부부와 함께 월라월라에 있는 새로운 선교지로 보냈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 가족은 여름에 와이오밍의 캐스퍼산 정상에서 열리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장막부흥회에 가기 위해 주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여행하던 중 브리저 요새에 들렀다. 물론 우리는 비좁은 덮개 마차를 타고 여행한 것이 아니라 낡은 닷지 밴에 작은 여행용 트레일러를 끌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나와 아내, 8살 제러미, 6살 줄린, 4살 조이 5명이었다.

우리는 브리저 요새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제러미는 대장간을 보고 싶어 했고, 줄린은 가게에서 의상을 입어 보고 싶어 했다. 조이는 말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아내는 계속 서두르라고 부추겼다. “여보, 당신이 오늘 밤 집회 강사라는 사실 알고 있지요?”

기억하고 있었는데도 우리가 떠날 때는 정말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는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된 넓은 주와 주를 연결하는 주간고속도로에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제러미는 내 옆에서 덮개 마차, 짐 브리저, 휘트먼 부부 그리고 사람들이 옛 오리건 가도를 여행하면서 어떻게 기도했을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알거렸다. “그분들은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었잖아요.” 제러미가 말했다. “분명 하나님께 많은 이야기를 했을 거예요!”

우리는 싱클레어까지 잘 달렸고, 그 후 작은 도로를 통해 북쪽으로 올라가 저녁 장막 집회에 늦지 않으려 서둘렀다. 아내 브렌다는 계속 집회 시간을 상기시켰다.

분주한 캐스퍼 시내를 지나는 안전하고 포장된 주 고속도로 대신 나는 거리를 절약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좁은 도로를 택했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내가 선택한 도로는 빠르게 아스팔트에서 자갈길로 바뀌더니, 바위가 많은 절벽 옆을 오르는 먼지 나는 마찻길로 변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서진 자갈이 덮여 있는 길 위에는 바큇자국을 따라 움푹 패인 고랑과 요철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골판지 흙길’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무거운 화물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이 다니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 승합차는 울퉁불퉁한 둔덕을 넘을 때마다 뒤에 달린 트레일러를 힘겹게 끌고 갔다. 턱의 높이는 십여 센티미터 안팎이었지만 승합차는 마치 넘지 못할 산을 만난 듯했다. 

나는 기어를 1단으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엔진이 큰소리로 으르렁거렸지만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다음 도로를 걸어 올라가면서 모퉁이를 지나면 울퉁불퉁한 노면이 평평하게 바뀌어 있기를 기대했다. 

기대와 반대로 도로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나는 오랫동안 서서 늦게 부탁드리게 된 것을 사과하며 하나님께 기적을 바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후회가 밀려왔다. 더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 브리저 요새를 더 빨리 떠났어야 했다. 큰 도로에서 빠져나오지 말아야 했다. 서둘러야 하는데 큰일이었다.


믿음의 기도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고개를 내저으며 천천히 가족에게 돌아갔다. 차 안의 공기는 부정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야영장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요. 아빠!”

“그래, 아마 오늘 밤 아주 늦게 도착할 것 같구나.”

“그렇지 않아요. 아빠.” 제러미의 목소리는 강하고 결연했고 의심의 여지 없이 긍정적이었다.

“왜 그렇지?” 나는 아들을 격려하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6살짜리 제러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냐하면 제가 기도했거든요.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셔서 우리를 도로 위로 밀어 올리고 큰 언덕을 넘어가게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다고 하셨어요.”

나는 운전석에 앉아 키를 잡았다.

“기다려 봐요.” 아내가 말했다. “제러미의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먼저 드리고요.”

아내는 짧게 기도했지만 감사와 감동으로 훌쩍였다.

나는 키를 ‘켜짐’으로 돌리고 조용히 기도했다. 엔진을 위해, 변속기를 위해, 도로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제러미가 믿음으로 드린 기도가 응답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1단 기어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더니 온도 게이지가 위험을 표시하는 빨간 선까지 쑥 올라갔다.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기를 간절히 바란 시간이 한 시간이나 된 듯 길게 느껴질 때쯤 바퀴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조금. 그러다 조금 더. 그리고 바퀴는 울퉁불퉁한 굴곡을 내려가 다음 약 7cm 높이의 턱을 타고 올랐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씩 요철을 타고 넘었다. 아니, 정확히는 요철을 넘을 때마다 천사들이 트레일러 뒤를 세게 밀어 주었다. 우리는 천천히 움직였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올라타고 넘어가고 내려가고 다시 올라타고 넘어가고 내려가고.그동안 제러미는 창밖을 내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20분 뒤 우리는 마지막 요철을 넘었다. 천사들에게 제대로 운동을 시킨 셈이었다.

변속기 레버를 주차 위치로 옮긴 뒤 엔진을 식혔다.

“천사들이 해냈어요. 제가 부탁한 대로요.” 제러미가 평온하게 말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사들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아내와 나는 아들을 끌어안았다. 그런 다음 셋이 함께 트레일러 뒤로 달려갔다. 뿌옇게 쌓인 먼지 위에 손자국을 남겼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천사들이 우리 아들의 마음에 깊은 믿음의 손자국을 남겨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딕 더크슨 목사이자 이야기꾼으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산다.

애드벤티스트월드 검색

사이트 정보

  •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한국연합회
  • 고유번호증번호: 204-82-62040
  • 대표자: 강순기
  • 운영자: 이상용
  • 운영센터 : 02-3299-5294
Copyrightⓒ adventist.or.kr All right reserved.
Contact webmaster@adventist.or.kr for more information.